by 서순오

길 위에서 춤을 출 거예요

함께 걷던 길 끝자락에서

새롭게 펼쳐지는 4차원의 세계

입체춤을 추기 시작할 거예요


막혀있는 공간은 싫어요

닫혀 있는 무대도 싫어요

흐르지 않는 시간은 더욱 싫어요


춤출 수 있는 자유의 옷을 입을 거예요.

꿰매지 않은 흐르는 천이 필요해요

옷자락을 풀어헤치며 옷소매를 내저으며

어디든 가고 싶은 곳으로 날아갈 거예요


끝없이 펼쳐진 쪽빛 하늘 한 자락 몸에 걸치고

자유로운 흰 구름 한 송이 허리에 두르고

반짝이는 노랑 별 하나 따서 머리에 꽂겠어요


은비단 두른 바다향 한 움큼 떠서 몸에 뿌리고요

발끝에는 찰랑이는 이슬방울을 매달겠어요


풀초롱 이슬방울 아침햇살로 담금질하여

꼭 닫힌 초록 지구별 문을 열고

광활한 우주의 얼음짱을 깨겠어요

이슬방울 황금 열쇠 톡 떨어뜨려

저 멀리 아득한 시공간이 열리면

천둥처럼 번개처럼 춤을 추겠어요


춤을 추면서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을까요?


저벅저벅 걸어서 날 맞으러 오시는 그대

저기 저 길모퉁이 돌고 돌아 갈림길에

그대 옷자락 저만치서 살짝 보일 때

거기까지만 가면 될 거예요


춤추며 가면 멀고 먼 길도 빨라요

춤추며 가면 갈 수 없는 길도 갈 수 있어요


그대 손 내밀어 내 손을 잡으면

그때부터 내 몸의 힘을 쭈욱 빼고

한줄기 영혼의 바람에 춤을 실을래요


바람도 춤을 추면서 불붙는 나를 데려가

그대 품에 차알싹 안길 거예요

나를 안으면 그대도 춤을 출 거예요


깊은숨 쉬면서 그대 나를 마셔요

뜨거운 숨 쉬면서 그대 나를 빨아들여요


둘인 듯 하나인 듯 빙글빙글 돌면서

폭풍바다 소용돌이 춤을 함께 추어요


춤이 뜨겁게 불타오르면

숨이 가빠 턱에 닿을 거예요.

어쩌면 숨이 멎을지도 몰라요

그때는 정신줄을 놓아도 좋아요


황홀한 춤을 추면서 우리 함께

홀연히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그대와 나는 춤을 추면서

사진 : 인천 무의도 환상의 길 / 서순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