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by 서순오

지는 해가

하늘과 바다를 빠알갛게 물들이며

자신의 몸을 붉음 속에 내던진다

타는 것일까 끓는 것일까

못다 한 열정을 이루지 못한 꿈을

저렇듯 몸부림치며 불태우는 것일까


지는 해가

산과 마을을 발그라니 물들이며

자신의 몸을 붉음 속에 파묻는다

숨기는 것일까 드러내는 것일까

부끄러운 것들을 아픈 것들을

저렇듯 몸부림치며 녹여내는 것일까


지는 해가

그대와 나를 뽀오얗게 물들이며

자신의 몸을 붉음 속에 풀어놓는다

이야기하는 것일까 침묵하는 것일까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일평생 품고 온 한을

저렇듯 몸부림치며 절규하는 것일까


지는 해가

나무와 풀을 금빛으로 물들이며

자신의 몸을 붉음 속에 담금질한다

시를 쓰는 것일까 그림을 그리는 것일까

유한한 인생을 기억해야 할 약속들을

저렇듯 몸부림치며 새겨내고 있는 것일까


사진 : 태안 몽산포 일몰 / 서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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