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한 날씨 속에서 산행지도 바꿔가며

39좌~42좌 함백산, 무등산, 오대산 노인봉+비로봉

by 서순오

제39좌 함백산+태백산(1일2산) 눈꽃 산행(2021.1.23. 토)


2021년 1월 들어서는 처음 하는 산행이다. 눈꽃이 보고 싶어서 무등산을 가나 태백산을 가나 했는데, 오늘 비 소식이 있어서 함백산+태백산으로 정했다. 아무래도 남쪽은 날씨가 포근해서 비올 확률이 높아서다. 선택을 잘한 것 같다. 싸락눈을 맞으며 상고대를 실컷 보는 산행이다. 더군다나 날씨도 포근해 좋다. 상고대 눈길에 안개까지 자욱하게 피어서 더욱 신비롭다.


올 들어 최고의 눈꽃길을 걷는다. 마음이 마구 들뜨고 싱그러운 게 참 좋다. 이래서 겨울산행을 하는 것이리라.

함백산 산행은 약 1시간 반 정도 시간이 주어졌다. 태백선수촌~함백산 정상~태백선수촌으로 최단코스로 갔다가 원점 회귀했다. 천천히 사진 찍고 풍경을 즐기며 갔다 오는 데도 시간이 모자라진 않는다. 거의 한 달만에 산행을 왔는데 그동안 운동한 게 있어서 이젠 어느 정도 몸에 익은 듯하다.


리딩 대장님이 배낭도 그냥 두고 아이젠과 스패츠 착용하고 스틱만 갖고 다녀오라 했지만, 나는 가방 메는 게 좋아서 작은 가방을 메고 걸었다.


날씨는 포근했지만 눈꽃은 제대로 피었다. 올 들어 겨울왕국 최고의 산행이다. 내려오니 대장님 하는 말이 '날씨 포근한 날에 눈꽃 보는 건 행운'이라고 그런다. 영상 1도에서 영하 1도 정도니까 춥지도 않고 딱 좋다.


역시나 산행지 바꾸길 잘했다. 원래 가려고 했던 무등산은 안개비 속에서 산행을 했단다. 산행 사진 올라온 걸 보니 눈은 다 녹았고 비옷을 입은 사람들 모습이 보인다.


함백산에서 100대 명산 39번째 인증숏을 찍는다. 함백산에서 내려와 버스로 태백산으로 이동했다. 리딩 대장님이 태백산은 상고대가 더 멋질 거라고 그런다. 태백산은 몇 년 전에 신나산에서 한번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때는 눈꽃이 길 위에만 조금 있는 정도여서 아쉬웠다. 눈꽃을 실컷 볼 수 있다면 두세 번 가는 것도 좋으리라.


제40좌 무등산(2021.2.6. 토)


드디어 광주 무등산을 가보게 되었다. 고향 친구들이 많이 살아서 낯설지 않은 도시, 살아생전에 이모 할머님도 사셨던 도시, 가끔 가보았던 도시, 고향에 가려면 꼭 들러가야 했던 도시, 그 도시에 있는 무등산을 처음으로 가보게 된다.


물론 친구들에게는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 친구들을 만나려면 따로 시간을 내야 한다. 산행하면서 친구들을 만날 수는 없다. 오늘은 그저 무등산을 오르며 추억 속을 걸어보는 것이다. 어느 순간의 추억이 가장 그립게 떠오를지 모르겠다.


아, 그런데 오늘은 날씨가 무지 따뜻하고 흐려서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봄맞이 산행이 되었다. 대나무가 많은 무등산 산행이 나름 운치가 있었다.


참, 무등산 국립공원 사무실에서 국립공원 스탬프 여권을 받아서 오늘 첫 스탬프를 찍었다. 지난해 내장산에서 여권을 받을랬더니 모두 소진되고 없어서 아쉽게도 스탬프를 못 찍었는데 말이다. 이제 미션이 하나 더 늘었다. 올해는 더 재미난 산행이 되겠다.


오늘 무등산 산행을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조릿대 산행 내지는 안개산행이라 해도 좋겠다. 초록 조릿대가 우거진 길을 걸으니 마음조차 싱그럽다. 무등산 옛길을 조금 오르니까 안개가 자욱해서 앞에 가는 사람이 겨우 보일 정도이다. 조릿대가 우거진 안갯속 산행이라 너무나 신비롭다.


겨울 무등산은 나무들과 길과 바위가 운무 속에 영상처럼 다가왔다 사라지곤 한다. 걷다 말고 자꾸 뒤를 돌아본다.


꽃나무인 것 같은데 앙상한 가지들만 남아있어서 옆에서 사진을 찍고도 아는 체를 못한다. 철쭉인 것도 같고 산수유인 것도 같고, 하기사 예쁜 꽃을 달고 있는 꽃나무도 이름을 잘 모르는데, 꽃도 잎도 다 떨군 꽃나무를 알아본다는 건 무리겠다. 물론 여러 번 와서 눈을 맞춰봤다면 다르겠지만 말이다.


트랭글을 켜놓고 산행을 시작했는데, 2.5km 정도 지나니까 자꾸 트랭글이 꺼진다. 아무래도 안개 때문인 것 같다 다시 켜보아도 서너 번 계속 그래서 그냥 두고 걷는다.


무등산은 산길이 완만하고, 이정표도 관리도 잘 되어 있어서 걷기가 참 좋다. 힘들지 않고 여유 있게 걷는다.


조릿대와 억새와 바위와 대숲을 가슴에 담으면서 학창 시절 걸어서 통학하던 일을 추억해 본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약 20리(8km)씩, 하루 총 40리(16km)를 걸어서 통학했다. 강도 건너고 산도 넘고 들판도 지나면서 초등학교 6년, 중학교 1년, 총 7년을 걸었다. 그래서 나는 멋진 풍경을 보며 걷는 게 좋은가 보다.


무등산 서석대에서 100대 명산 40번째 인증숏을 찍는다. 새로 바뀐 GPS 인증을 해보려는데 잘 안 된다. 운무 때문인 듯하다. 발도장만 찍고 옛 방식대로 사진을 찍어둔다.


서석대에서 광주 시내가 조망이 되는 모양인데 아무것도 안 보인다.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서석대에서 입석대 쪽으로 내려오면서 보니까 바위와 데크길, 억새길이 장관이다. 가을에 와도 억새 우거진 멋진 풍경이 펼쳐지겠다.


입석대에는 깎아지른 듯한 바위들이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다. 전망대에서 보니 입석대 모습이 더욱 멋지다. 어느 분이 나보고 '혼자 왔냐'라고, '사진을 어찌 찍냐'라고, 물어보시더니 자청해서 몇 장을 찍어주신다. 덕분에 여러 장 남긴다. 감사하다.


입석대에서 장불재로 가는 길에 억새가 많이 있다. 억새 군락지다. 길이 참 예쁘다. 자갈길도 멍석 길도 흙길도 데크길도 다 이쁘다. 이런 길이라면 하루 종일 걸어도 좋겠다.


억새길 어디쯤에선가 이제 막 산을 오르고 계신 분이 '아마추어 사진작가'라면서 하산하고 있는 나를 보고 억새를 배경으로 서 보란다. 비록 핸드폰 카메라이긴 해도 구도를 멋지게 잡아서 찍어주시겠단다. 그렇잖아도 하산길 사진이 없다 했는데 감사하다.


장불재에는 '무등산 주상절리'라는 별칭이 붙어있다. 군데군데 바위들이 있는데, 운무 속이라 자세히 보진 못했다. 그저 안갯속에 바위 모양만 수묵회처럼 담는다. 계절 좋은 때에 맑은 날에 다시 와서 봐야겠다.


중머리재에 가까이 오니까 날이 조금 갠다. 운무가 살짝 걷히고 해가 비친다. 주변 산 능선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중머리재 가기 전 쉼터에서 점심을 먹는다. 튀김 가락국수 소컵 1개, 소시지 1개, 사과 반개 정도다. 아침 9시에 탄천 휴게소에서 다매산에서 준 김밥과 커피를 먹었더니 배가 안 고파 간단하게 먹은 것이다. 날씨가 포근해 점심 먹고는 두꺼운 잠바 한 개 벗어서 배낭에 넣는다. 언 눈이 녹아 길이 질척거리는 곳도 있어서 조심조심 걷는다.


중머리재에서 중심사 쪽으로 하산하다가 2번이나 미끄러졌다. 신발에 달라붙은 흙 때문에 돌을 밟을 때 순간적으로 미끄럽다. 다행히 살짝 넘어져 다치지는 않았지만, 스틱이 조금 구부러졌다. 스틱 사고 오늘이 두 번째인데 조금 아깝다. 집에 가서 잘 펴면, 접는 스틱이라서 사용하는 데는 괜찮을 듯싶긴 하다.


커다란 당산나무, 대나무길 지나 하산하니 아직 시간은 여유가 있다. 총 10km 6시간이라서 리딩 대장님 은 뭐, '기어가도 그 시간이면 충분하다'라고 하지만, 나는 천천히 걸어서 5시간 반 정도 걸렸다. 오늘도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감사드린다.


41좌~42좌 오대산 노인봉+비로봉(1일 2 산) 눈 산행(2021.2.13. 토)


다매산에서 노인봉+오대산(1일 2 산)을 오른다. 올해부터는 한 달에 2번만 산행을 하려고 했는데, 2월에는 거의 매주 가는 셈이 되었다.


요즘 날씨가 많이 풀려 산행하기가 좋고, 또 3월부터는 바빠질 예정이라서 조금 한가할 때 부지런을 떨어본다.


100대 명산 2개 봉우리 찍고, 오대산 국립공원 스탬프도 찍을 수 있을 듯하다. 100 명산 39번째, 40번째, 국공스탬프 2번째 산행이 되겠다.


노인봉과 오대산을 쭉 이어서 총 17km를 연계 산행을 하는 분들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중간 정도 쉬운 코스를 택한다. '느리게 천천히 꾸준히'가 내 모토니까 괜찮다. 내가 걷는 코스는 두 산을 합하면 총 15km 정도 된다.


오전 9시 50분 진고개 주차장 도착해서 노인봉을 오르고 원점 회귀해서 1시에 차로 오대산 상원사 주차장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오대산은 1시 50분에 오르기 시작해서 5시 30분까지 하산하면 된다.


노인봉에는 눈이 제법 많이 있다. 날씨가 쾌청하고 포근해서 눈을 볼 기대를 안 하고 왔는데, 눈 산행이 되었다. 올라갈 때는 길이 얼어 있었는데 내려올 때는 눈이 녹고 있어서 미끄럽고 눈이 다 녹은 곳은 길이 질척 질척하다. 길은 가파른 데크길 조금 있고 비교적 완만해서 걷기는 좋다.


길에는 눈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 옆에 나무들이 있는 곳에는 쌓인 눈 깊이가 상당하다. 한 30cm 정도는 되겠다. 발을 넣어보니 푹 들어간다.


걷노라니 살짝 땀도 나고 좋다. 혼자 걷는 조용한 길, 낙엽길 눈길 진흙길 돌길 모두 다 멋스럽다.


노인봉 가는 눈길에 하얀 자작나무가 군데군데 있다.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난다.


나는 산행할 때 주로 길을 찍는다. 가야 할 앞길을 찍고 걸어온 길을 뒤 돌이 보며 찍는다. 여러 모양의 길은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도 있지만, 길을 걸을 때는 그동안 지나온 수많은 길들이 떠오른다. 때로는 뜨거웠던 길도 고즈넉한 길도 조용한 길도 격정의 길도 분노의 길도 즐거웠던 길도 있었다.


지금 나는 어떤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는 어떤 길을 걷게 될까? 길은 목표를 향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산행하면서는 생각이 많아진다. '사색의 산행'이라고나 할까?


노인봉에서 100대 명산 41번째 인증숏을 찍는다. 노인봉은 정상의 바위 모양이 노인의 얼굴을 닮아서 '노인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여러 장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고 클린 산행도 한다.

노인봉 정상에서의 조망이 좋다. 오대산 비로봉도 보이고 황악산도 보인다. 응달에는 눈이 쌓여서 희끗희끗하다.


싸온 도시락은 내려가서 먹으려고 차에 두고 왔다. 노인봉 정상에서 풍경을 감상하며 간식을 먹는다. 핸드폰 시계를 보니 집결시간이 1시간 남았다. 하산을 서두른다.


하산은 언제나 빠르다. 노인봉 왕복 7.5km를 3시간 10분 만에 걷는 것이라 오를 때 2시간 쓰고 내려갈 때 1시간 쓰는데 바쁘다. 혹시 시간이 늦을까 하여 리딩 대장님께 전화했는데, 무사히 시간 안에 내려왔다. 다행이다.


그런데 나보다 더 늦는 분이 있어서 10여 분 정도 더 기다려서 진고개 주차장에서 1시 10분에 출발해서 오대산 상원사 주차장으로 이동하니 1시 50분이다. 이제 또 오대산 비로봉을 올라야 한다.


상원사 주차장에서 오대산 오르는 길은 완전 급경사 오름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오름길이다.

힘들다. 돌계단에 돌길에 나무 데크길에 눈길에 가파르고 미끄러워 숨이 가쁘다.


나는 체력이 1일 1 산이 딱 좋은데, 산악회에서는 꼭 1일 2 산을 해서 문제다. 100 명산 찍는 이들이 이걸 원하는 모양이다.


오대산 비로봉 왕복 7.5km, 3시간 30분 코스에서 진을 다 뺐다. 그래서 버겁지만 애써 정상을 오르고 나면 마음은 뿌듯하다.


아이젠, 스패치, 스틱이 아니면 겨울산을 어찌 오를까 싶다. 오늘도 톡톡히 덕을 보았다. 눈길은 참 이쁘다. 녹고 있어도 눈길이니까 뽀드득뽀드득 밟는 소리가 경쾌하다.

눈 녹는 모습에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오대산 비로봉 정상에서 100대 명산 42번째 인증숏을 찍는다. 어느새 이만큼 찍었다. 하나하나 인증숏을 찍어나가는 맛이 있다. 국립공원 스탬프도 지난주부터 찍기 시작했는데 오늘 2번째 찍었다. 목표가 있으니 꾸준히 산행할 수 있어서 좋다.


오대산에서 내려오면서 시간을 보니 5시가 다 되어간다. 다들 빨리 내려오면 5시에 귀가한다고 했는데, 눈길이 미끄러워 내려오는 게 만만치 않다. 내 앞에 내려가는 커플이 아무래도 리딩 대장님한테 전화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5시 30분까지 내려가겠다고. 원래 예정도 그랬으니까 괜찮다고 하셨단다. 그리고 산에서는 절대 뛰지 말라고 당부했단다. 뛰다 보면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고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산하니 10여 분 남는다. 화장실 들러 세수하고 가니 대장님과 기사님까지 나와 계시다가 수고했다고 하신다. 산에서 함께 내려온 커플과 내가 마지막인 모양이다. 힘은 들었지만 즐겁고 안전한 눈 산행을 감사드린다.

좌: 함백산 / 우 : 무등산
오대산 노인봉+비로봉 눈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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