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은 쉬었고, 오늘은 주흘산 산행을 한다. 2주 전 토요일에 노인봉+오대산(1일2산) 산행을 해보니 역시나 하루에 2개 산은 힘들다. 원래는 A코스 조령산+주흘산(1일2산) 총 18km, 8시간 산행인데, 나는 C코스 약 11km, 6시간 주흘산만 탈 예정이다. B코스 조령산은 약 10km, 6시간인데, 바위 타는 로프 구간이 많단다.
내려와서는 KBS 드라마 세트장을 구경할 생각이다. A코스 타는 분들이 내려오려면 시간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나는 비교적 편안한 산길이 좋다. 늘 쉬운 코스를 택하는 건 단순하다. 산이 나를 위해 있는 거지 내가 산을 위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질주본능이 있어서 자기 무뤂이 다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산을 빠르게 탄다. 무릎관절 약을 먹으면서도 '산에서 속도를 내서 달리다시피 산을 타야 만족이 된다'는 분도 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산행이 건강을 망치는 예가 되겠다. 무어든 목적이 무엇인가가 중요하다. 산을 왜 타는가? 건강을 위해서가 아닌가? 그렇다면 '느리게 천천히 꾸준히' 타야 한다.
날씨는 딱 산행하기 좋다. 내복은 벗었고, 얇은 바람막이 옷과 도톰한 패딩 잠바를 챙겼다. 산을 오르는 동안은 땀이 나는데, 산 위에 오르면 추울 수도 있다.
주흘산만 타는 이는 총 4명이라 함께 하기로 한다. 그런데 가다보니 한 분은 중간에 내려온다 하시고, 또 한 분은 내일도 산행이라 주봉만 찍고 원점회귀할 거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둘이서 산행하게 된다. 제1관문~여궁폭포~해국사(나는 기독교인이라 대체로 절은 안 보기에 생락하고 옆으로 지나간다)~주봉~ 영봉~제2관문~제1관문으로 동그랗게 한 바퀴 도는 코스이다.
주흘산 가는 길은 문경새재 주차장에서 내려 걷는 동안 문경새재 생태미로공원, 과거옛길, KBS 드라마세트장 등 볼거리가 많다.
그렇지만 다 생략하고, 제1관문 지나 여궁폭포 쪽으로 해서 부지런히 오르는데 계단이 너무 많다. 도대체 몇 개인가 싶다. 그래서 리딩대장님이 주흘산도 조령산 못지않게 힘들다고 한 것이리라.
나뭇가지에 매달린 마른 단풍이 햇빛을 받으니 곱다. 겨우내 눈서리 폭풍우에도 떨어지지 않고 매달려 있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곧 새싹이 돋을 텐데 저 나뭇잎들은 그때 떨어지려나 싶다, 옷을 갈아입듯이.
정상에 가까울수록 바람이 불어 춥다. 패딩 잠바를 꺼내 입는다. 반장갑을 끼었더니 손가락도 시리다.
주흘산 정상 주봉에서 100대 명산 43번째 인증숏을 찍는다. 주변조망이 좋아 산 이래를 쭈욱 내려다본다. 산 능선과 강 줄기가 시원스럽다. 다매산에서 준 김밥과 싸간 소시지와 초콜릿 등 간식을 먹고, 잠시 쉬어간다. 도시락과 삶은 계란과 과일은 차에 두고 왔는데, 이따 내려가서 저녁으로 먹을 예정이다.
나는 옷을 껴입어 괜찮은데, 일행분이 춥다고 급히 일어서잔다. 그래서 돗자리를 걷고 영봉을 향해 걷는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능선길이라 걷기가 좋다. 그런데 바람이 많이 불어 걸어도 춥다.
주흘산 영봉에서도 사진을 찍고 하산길에 오른다. 하산길도 가파른데 계단도 없고 돌길이 많고 조릿대가 제법 있다. 신발에 흙이 달라붙어 미끄러워 조심조심 걷는다.
주흘산 영봉에서 한참을 내려오니 하얀 계곡이 나오는데 물이 얼어 빙판이다. 하얗게 구불구불 얼음 계곡이 예쁘다. 응달이라 계곡물이 완전히 얼었다. 계곡을 몇 번이나 건너는데 얼음 위를 걷는 게 신기하다.
또 돌탑이 가득 쌓여있는 곳이 있다. 그곳도 신기하다. 여기저기 예쁜 곳이 참 많다.
제2관문을 지나며 과거 보러 가는 옛 선비들을 생각해본다. 걸어서 몇 날 며칠 걸려서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길이란다.
문경의 역사가 고스란히 숨 쉬고 있는 길을 걷는다. 맑은 계곡 한가운데 있는 바위 밑에 송아지만 한 꾸구리가 살아 사람이 바위 위에 올라가면 바위가 움직인다는 꾸구리 바위, 구감사와 신임 감사의 인수인계 장소인 교귀정, 옛 과거길, 옛 관리들의 숙박시설인 조령원터 등 볼거리가 많다. 하나하나 천천히 보면서 사색하며 걸으면 더 좋겠다. 다음을 기약해본다.
유서 깊은 문경새재를 하루 동안에 본다는 건 무리이다. 그러나 주흘산 산행을 와서 이만큼이라도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대략적인 윤곽을 보았다고나 할까? 한 권의 책으로 치면 목차를 본 것이고, 계절로 치면 사계절의 특징 정도를 알아본 것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문경이 자꾸 와보고 싶은 장소가 된 것임에 틀림없다.
부여가 그렇더니만 이제 문경이 그렇다. 전혀 알지 못했던 장소인데, '아무런 개인적인 추억이 없이도 이렇게 정이 들기도 하는구나!' 싶다. 부여는 선화공주와 서동의 사랑, 궁남지, 부소산성, 낙화암과 백마강, 이런 역사적인 이야기들이 있어서 궁금했는데 자주 가보니 정말 좋다. 아마 문경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험산준령을 넘어 과거 보러 가던 옛 선비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KBS 드라마 세트장에 와서 주흘산 산행 트랭글을 끄고, 표(성인 2천 원)를 끊어 안으로 들어간다. 천천히 안을 다 들어다 보면 좋겠지만, 1시간이 채 안 남아서 전체적인 것만 본다.
광화문이 있고, 그 안으로 근정전이 있고, 용상 체험을 하는 곳이 있던데 코로나로 중지되어 있다. 왕의 옷과 왕비의 옷을 입고 용상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어본다면 재미나겠다. 울 딸이 오면 함께 해도 좋겠다.
주흘산은 총거리가 11km라고 하는데 실제 걸어보니 13km 정도 된다. KBS 드라마 세트장까지가 그렇다. 주차장까지 체크했으면 아마도 15km 정도는 되었을 듯하다.
매화를 보려나 하고 광양 백운산 산행을 신청했는데, 여기가 아니고 쫓비산 쪽인 모양이다. 진틀마을에 매화와 산수유가 조금 피었고, 산에는 꽃도 새싹도 없다.
날씨는 청명하고 티 하나만 입었는 데도 땀이 난다. 산 위는 조금 쌀쌀해 가져 간 바람막이를 입는다.
나는 오늘 제일 쉬운 C코스를 탄다. A코스를 타볼까 했는데 시간이 촉박해 아무래도 무리이지 싶다. 다매산에서는 시간을 많이 주는데, 좋은산에서는 늘 시간이 부족하다.
백운산도 진틀마을에서 신선대까지 계속 급경사 오름길이라 힘들다. 신선대에서 백운대 정상까지는 완만한 길이고, 백운대에서 진틀마을 내려오는 길도 급경사다. 돌도 많다.
백운산 올라가는 길에 계곡이 시원스레 흐른다. 신선대와 백운산 정상 상봉 올라가는 진틀 갈림길에 숯가마터가 있다. 그쯤에서부터 가파른 오름길이 이어진다. 신선대 쪽이 조금 더 완만하지만 정상인 상봉까지 가려면 길이 더 멀다. 나는 신선대 쪽을 선택해서 걷는다. 돌길이 한참 이어지고, 조릿대 데크길이 나온다.
백운산에서 나는 것들은 나무도 수액도 백운산이라는 이름이 붙는다고 한다. 백운산 나무, 백운산 고로쇠 수액, 이렇게 말이다. 그만큼 품질이 좋다는 뜻이란다. 이 숯가마터에서 구워진 숯들도 아마 '백운산 숯'이라고 이름이 붙었을 것 같다. 화로에 발갛게 달궈진 숯불이 자꾸만 떠오른다. 군고구마의 고소한 내음이 코끝에 와닿는다.
내가 오르는 신선대 쪽 길은 조릿대 숲 데크길이 끝나니까 잠시 멍석을 깔아놓은 듯한 멍석 길이 나온다. 거기서부터는 신선대도 백운산 상봉도 조망이 된다. 낙엽과 돌이 깔린 길을 한발 한발 내딛는다.
산행은 언제나 힘들다. 매주 올 때도 힘들더니 격주로 오니까 더 힘들다. 나는 오름길이 많으면 속도도 잘 안 난다. 산을 다시 탄 지가 벌써 4년짼데 갈 때마다 힘들다.
다시 산행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만난 토산의 어떤 분은 '산행은 사는 것보다는 안 힘들다'라고 하는데, 내가 볼 때는 '산행이 사는 것보다 더 힘들다.' 산행은 힘겹게 오르다 보면 '이제 그만 내려가고 싶다', 갈 때마다 '이제 산을 그만 타야 하나?' 그런 순간이 꼭 있는데, 사는 건 숨이 턱에 닿을 만큼 노력을 한 적이 별로 없어서인 것도 같다.
그런데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그런 순간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모든 것을 자족하며 지내고 있어서 그저 감사할 뿐이지만 말이다. 내게도 삶의 고비라는 게 여러 번 있었지 싶다, 아마도.
그러면 산행도 삶도 힘든 순간은 늘 있게 마련이라고 해두자. 그래서 산행을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나도 그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산행도 인생도 최고의 정점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는 것이다. 오를 때는 힘들어도 내려오는 것은 쉽다. 그게 산행과 삶의 이치이다.
신선대 위에 오르니 숨이 탁 트인다. 백운대 정상 상봉도 멋지게 조망이 된다. 내려가고 싶지가 않다. 이런 곳에 집을 짓고 새처럼 가볍게 천년만년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산행은 언제나 힘들지만, 인내하며 내 보폭으로 한발 한발 내딛다 보면 곧 정상에 선다. 정상에서는 탁 트인 조망을 한눈에 내러다 볼 수 있다. 사방팔방 하늘과 땅이 발아래 시원스레 펼쳐진다. 그 한순간에 힘든 과정을 모두 잊는다. 산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신선대 바위 아래 나무에 발그레 봄기운이 올라오고 있다.
신선대에서 백운산 정상 상봉 가는 길은 약 500m 정도 되는데, 완만해서 걷기가 좋다. 신선대에서 상봉을 바라볼 때는 깎아지른 바위들이 쭉 이어서 솟아 있어서 저길 또 가야 하나 싶었는데, 그 바위 옆으로 길이 나 있다.
상봉 가까이 가니까 전망대가 나온다. 바다도 보이고 산봉우리와 능선과 하늘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한참을 풍경 속에 파묻힌다. 세상 욕심과 시름을 한방에 날려버리고 천진무구한 마음이 된다.
백운산 상봉 정상에서 100대 명산 44번째 인증숏을 찍는다. 날씨가 좋아 주변 조망이 탁 트였다. 파아란 하늘에 하얀 구름도 뭉클뭉클 피어있다.
하산길에 C코스 일행분들과 함께 조금씩 떨어져서 점심을 먹는다. 하산길도 가파르지만 휘리릭 내려온다. 하산은 즹말 쉽다.
제45좌 비파와 수금의 향연 참꽃 신부들의 축제 : 대구 비슬산 참꽃 산행 (2021.4.10. 토)
산행을 매주 하다가 한 달에 한두 번 하려니 아주 산행을 안 하는 것 같다. 지난 주도 지지난 주도, 토요일마다 비가 와서 신청했다 취소하고, 드디어 오늘 간다.
집 근처에서도 꽃은 실컷 볼 수 있지만 산에서 보는 꽃은 또 다르다. 드높은 하늘과 나무와 바위와 풀들, 그리고 꽃들의 어우러짐은 정말이지 환상 그 자체다.
늘 조금 쉬운 코스로, 느리게 천천히, 그러나 오늘은 조금 서둘러야 할 수도 있다. 총 11km, 6시간이 주어지니까.
나는 산행하면서 길을 찍는 게 좋다. 길을 걸으면서 나무와 길과 하늘이 좀 특이하다 싶으면, 참 예쁘다 싶으면 멈춰 선다. 바라보며 우러러보며 감탄하며 사진을 찍으며 쉬어간다.
유가사 아래 상가 주차장에서 내려 유가사 왼쪽으로 오르기 시작해서 천왕봉 인증하고 참꽃 군락지를 보고, 대견사를 바라보다 다시 유가사 쪽으로 하산할 예정이다.
유가사 쪽에서 오를 때는 한참 올랐을 때에 참꽃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해서 막 좋아하면서 사진을 찍었더니 어느 분이 뒤에서 '그건 꽃도 아니라'라고 그런다. 나는 그건 이 니지 싶어 드문드문 사진에 담으며 오른다. 무리 지어 피어있지 않아도 한 그루 두 그루 자기 자리를 지키며 피어 있는 꽃들도 충분히 예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길가에 오롯이 피어있는 꽃, 담뿍 마음을 담아 보내며 산을 오른다.
어느 정도 오르니 능선길이 이어지면서 걷기가 좋다. 능선길에도 제법 참꽃이 많이 피어있다. 길을 걸으면서 참꽃 군락지도 예쁘게 조망이 된다.
천왕봉에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정상에서 줄을 서서 인증숏 찍는 모습이 보인다. 한 20여 분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있다. 나도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주변 조망을 한다. 사방팔방이 탁 트여서 좋다. 산 정상에 오르면 이런 게 좋다.
정상부 넓은 평지에 정자가 두 개 있지만 그늘이라 들어가지 않고, 저 멀리 참꽃 군락지가 보이는 바위 위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어떤 여자분이 내게로 오면서 앉아있는 모습이 참 예쁘다며 사진을 찍어준단다. 그래서 서로 여러 포즈를 취해가며 천왕봉을 배경으로, 참꽃 군락지를 배경으로 서본다. 주로 자차로 혼자 산행하는 분이란다. 비슬산 휴양림 쪽으로 올라왔는데, 차를 거기에 두고 와서 다시 원점회귀로 내려가야 한단다. 천왕봉 올라갔다 온다 하여 인사하고 나는 참꽃 군락지를 향해 간다.
대구 비슬산에서 100대 명산 45번째 인증숏을 찍는다. 매주 가던 산행을 이제는 한 달에 한두 번만 하고 있어서 언제 100대 명산을 다 찍을지 싶지만 계속하다 보면 완주하는 날도 오긴 할 것이다. 물론 나는 '느리게 천천히 꾸준히'가 모토라서 형편 닿는 대로 하면 되리라.
참꽃 군락지가 가까워질수록 풍경이 멋지다. 아하! 와우! 오호! 감탄사 연발이다.
황매산도 덕룡산도 가보았지만 이렇게 예쁜 건 처음이다. 작년에는 봄 날씨가 안 좋아 꽃들이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봉우리째로 얼어붙거나 시든 경우가 많았다.
올해는 봄 날씨기 좋아 어디나 꽃이 예쁜 모양이다. 비슬산도 그렇다. 산행 시간이 여유가 있으면 꽃밭에서 한 시간쯤 놀다 가고 싶다.
비슬산 참꽃 군락지는 정말 예쁘다. 아마도 다음 주면 만개를 하지 않을까 싶지만, 한 주 전이라 사람이 별로 없어서 다행이다. 사람이 많으면 그 어디를 찍어도 사람 없는 풍경 잡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라서 젊은이들에게 사진 부탁을 하니 이리 서봐라 저리 서봐라 주문을 한다. 그래서 예쁜 사진이 꽤 있다. 고맙다. 산에서는 그 누구나 친구이니까.
그리고 나는 내 보폭에 맞추어 혼자 산행하는 것도 참 좋다. 덕분에 오늘도 참꽃 풍경 속에서 조용히 묻혀 사색하며 이 모양 저 모양을 담아볼 수 있었다.
참꽃 군락지 한가운데 길을 따라, 올라갔다 내려온 비슬산 정상 천왕봉을 조망하며 걷는다. 한 바퀴를 빙 둘러서 가고 있다. '저기를 다 걸어왔구나!' 싶은 게 대단하다 싶다. 사람 눈이 게으르다는 말이 있는데, 미리 알고 걸었으면 힘들었을 것 같다. 비슬산은 처음이라 길을 모르고 걸었으니 쉽게 걸은 듯하다.
무어든 그렇다. 우리의 인생도!
미리 다 안다면 그리 노력하지도 않을지 모른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장래의 일을 미리 알지 못하도록 하신 것이리라. 그저 오늘을 잘 즐기며 가파른 길도 기쁘게 인내하며 걸어가면, 어느새 정상에 오르고, 참꽃 군락지 같이 멋진 풍경도 만나고, 그리고 편안한 길로 하산하게 되리라.
참꽃 군락지에 전망대가 여러 곳 있다. 제2전망대에 서니 참꽃 군락지 위쪽으로 우람한 바위에 천왕봉 모습이 그윽하게 보인다.
햇빛을 듬뿍 받고 있는 참꽃들은 바람에 꽃잎을 흔들며 한껏 미소 지으며 잔치를 벌이고 있다. 꽃 보러 온 손님들을 환영이라도 하듯이.
하산길은 편안하다. 유가사 쪽으로 내려온다. 가파른 곳도 있지만 걷기는 좋다. 군데군데 전망 대가 있다. <전망 좋은 곳>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곳에서는 낙동강까지 훤히 내려다보인다.
계곡길 쪽에는 아직 벚꽃이 활짝 피어 반긴다. 졸졸 흐르는 계곡 물소리 싱그럽다. 하산하니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시비와 벚꽃이 어우러진 정원이 나온다. 오늘 총 11km, 5시간 34분 걸렸다. 트랭글을 조금 늦게 켜서 내 기록에는 9.66km로 나오지만 말이다.
4월에는 2번 산행을 한다. 2주 전에 대구 비슬산+참꽃 산행을 했고, 오늘은 고창 선운산+청보리밭 산행이다. 한 달에 1번 산행은 좀 부족하다 싶고, 2번 정도가 딱 적당한 것 같다.
도시락은 싸지 않고 소시지, 삶은 계란, 오렌지, 홍삼음료, 게토레이, 쑥 젤리를 간식으로 챙겼다. 다매산은 김밥과 물을 주기에 9시쯤 휴게소에서 먹으면, 점심은 간단히 해도 괜찮기 때문이다. 그동안 도시락 싸가면 안 먹고 그냥 가져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선운산 산행 후 가는 청보리밭과 유채밭이 기대된다. 널따란 초록, 노랑, 연두의 물결 속에 나를 맘껏 풀어놓고 싶다.
선운산은 육산이라 숲길이 참 걷기가 좋다. 어느새 숲 가득 초록이다. 산을 오르며 꽃들을 만난다. 보라꽃, 눈송이 같은 하얀 꽃, 이름이 뭘까?
늘 꽃 이름 공부를 하면서도 산에서 보면 아는 척을 못하겠다. 일단 사진에 담고 집에 가서 찾아봐야겠다.
선운산 수리봉에서 100대 명산 46번째 인증숏을 찍는다. 전망이 참 좋다. 수리봉 정상석 바로 옆 바위에서 서해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여러 컷을 찍고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간식을 먹는다. 하늘과 바다의 청빛이 시원하다. 온도는 제법 높지만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 걷기가 좋다.
하산길에 물푸레나무가 참 많다. 하얀 꽃이 꼭 눈송이 같다. 너무 예뻐서 담고 또 담는다. 보라색 붓꽃도 눈 맞춘다.
내려오는 내내 전망 바위가 여러 곳 있다. 풍경이 그때그때 달라진다. 하늘에 두 줄 하얀 줄이 그어져 있다. 무슨 줄일까 어디로 가는 길일까?
창담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가 선운사 주차장으로 가는 보행통로로 들어선다. 계곡 물소리가 맑다. 멍석이 깔린 길도 걷기가 좋다. 군데군데 돌탑이 참 많다. 사람들이 소원을 담아 탑을 쌓은 모양이다.
계곡 물가에 정자가 하나 멋스럽게 산꾼들을 기다린다. 거기서 잠시 쉬어간다. 쉬운 코스를 선택해서 시간은 여유가 있어서다. 계곡 가의 나무의자도 멋스럽다. 좋은 사람과 거기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
선운산 도립 생태공원을 천천히 둘러보며 간다. 호수 가운데로 난 나무데크길이 운치 있다. 지나가는 이에게 사진 부탁을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기쁘게 여러 장 찍어준다. 선운사 주차장~수리봉~창담암 ~창담 계곡~ 선운사 주차장 코스로 총 8km, 3시간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