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여행

by 서순오

잊혀진 나라 잊혀진 역사

잊혀진 시절 잊혀진 꿈

잊혀진 사랑 잊혀진 사람


나홀로 불현듯 오늘

너의 정원으로 걸어 들어간다

너의 찰랑거리는 호수에 몸을 담근다


세찬 장맛비 속으로

붉은 장미 가슴에 꽂고

너에게로 달려간다

너는 거기 길가 풀섶에

촌스러운 소년으로 서 있다


비가 그치고 뿌연 안갯속

발자욱이 닿으면 안개가 물러가고

나무와 돌과 풀이 얼굴을 내민다

나를 훑고 지나간 시간들이 고개를 든다


슬픔이었을까?

소녀시절 나의 좌절은?

사랑이었을까?

소년시절 너의 눈 맞춤은?


부소산성 낙화암 백마강

이름 속에 선연히 백제가 숨 쉬고

꽃잎처럼 떨어진 여인들의

지조와 절개를 싣고

고란사선착장에 배가 뜬다


단잠을 자는 듯 꿈을 꾸는 듯

백마강 초록 물줄기에서

아득하게 열리는 역사의 페이지

명대사 한 줄은 읽고 쓰고 외워둔다


"지나간 것은 아름답다"

"다가올 것은 더 아름답다"


구드래나루터 내려

구드래조각공원 지나

일상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선화공주와 서동의 사랑은

비밀정원에 심고

신동엽문학관 시비는

습작노트에 적고

부여박물관 유물들은

내일에 새


1박2일 나홀로 부여 여행

너는 늘 내 곁에 속삭임이다

귀를 가까이 대고 들으려므나

역사가 세월이 첫사랑이

못다 한 고백이 들리려는 지...

부여 낙화암과 백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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