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의 산책

by 서순오

2월 입춘 지나고도

아직 손끝 발끝 코끝이 시린

아침 산책길


알싸한 공기를 가르며

금빛 햇살에 그림자 날개를 펴고

개울과 나무와 길의 속삭임

뽀얀 침묵으로 피어나는 하얀 입김


사락사락 언 서리 내린 진흙길

바스락바스락 갈대숲 장단에

머리 위로 내려앉은 찬 이슬 털며


저 푸른 하늘 높은 빈 가지에

포로롱 쪼로롱 까치집 한 가족

하늘과 숲을 넘나들며

성큼 첫 발을 내딛는 봄의 날갯짓


하루 해가 쓰다듬고 간

말랑말랑한 진흙길 밟으며

저녁 산책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징검다리 얼음짱 휘돌며

돌돌돌 봄이 오는 소리


황순원 [소나기] 백우암 [청별]

대 소녀로 건너는 징검다리


황톳길 눈이 녹은 자리에

물그림자로 사는 겨울나무

황혼 햇살옷 입고 황금나무

바짝 두 발을 내딛는 봄의 산책


출발! 신호에 눈 맞추고 꿈틀꿈틀

잠자던 싹과 꽃이 일제히 일어나

대지의 가슴을 후비며

온 우주의 신경을 일깨우며

불끈불끈 일어서는 첫사랑

끙끙대며 아프게 피어나는

이른 봄의 얼굴

공주 공산성과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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