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여행을 하고 여행기를 기록하는 것은 참 재미있겠다. 물론 '여행은 어떠한 구속도 없이 그저 발길 닿는 대로 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한 가지 분야로 일관되게 여행을 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어 보인다.
《세계 명작 동화를 둘러싼 40년의 여행》은 유명한 명작을 남긴 동화작가들의 고향과 작품의 배경지를 찾아다니며 여행한 이케다 마사요시의 작품이다. 이 책을 출간할 당시 그의 나이는 88세였다고 한다.
그는 한 가지 분야에서 꾸준히 여행을 하다 보니 그 방면의 전문가가 되었다. 그가 찍은 사진들을 가지고 도서관에서 여러 번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그가 다닌 동화의 배경 여행지를 가보고 싶은 것보다도 언급된 동화들을 다시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차례를 사진 찍어 보관한다.
감동적인 부분은 안데르센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림 없는 그림책>이라는 제목 하에 안데르센의 동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안데르센은 너무나 가난해서 집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어머니도 남의 집 빨래나 해주면서 살아가야 했다. 그러나 안데르센의 문학적 재능을 알아본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문학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더니 다 살아가게 되어 있다.
또 그 가난의 한계가 아름다운 동화를 만들어낸 원동력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성냥팔이 소녀>는 슬프면서도 기막히게 아름다운 동화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부잣집 창문을 바라보면서 마지막 성냥불에 불을 밝히고 하늘나라로 간 맨발의 소녀 이야기 말이다. 소녀는 그 환한 웃음으로 하늘나라에서 지금도 잘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안데르센은 가난했지만 동화를 쓰면서 세계여행을 29번이나 했다고 한다.
그는 말한다 .
"내게 여행은 인생의 학교다. 여행을 통해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어쩌면 여행은 돈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말이다.
또 하나 <곰돌이 푸>를 쓴 동화작가 A.A.밀른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곰돌이 푸>를 쓴 후 그 동화가 인기를 얻자 아들 크리스토퍼가 동화 속 주인공과 동일시되어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오늘 날로 치면 왕따 또는 괴롭힘의 대상, 학폭 피해자인 셈이다. 그 일로 인해 가족 간의 사이가 벌어지고 연락두절 상태로 살아간다. 작가 밀른의 명성이 가족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것이다. 좋은 일이 꼭 좋은 결과를 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참으로 삶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로즈마리 서트클리프에 대해서 아주 길게 언급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가장 중간 부분 노른자위에 무려 6장이나 세세히 기록하고 있다. 아마도 일본 특유의 전쟁문화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제국주의, 침략주의, 영토 확장, 싸움에서의 승리 같은 내용의 동화이기 때문이다.(※참고로 나는 로즈마리 서트클리프의 작품을 단 한권도 읽어보지 못했고 이름도 알고 있지 못했다.)
동화와 동화의 배경지를 함께 읽다 보니 동화가 더욱 생생해지는 면이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상상의 세계를 제한하는 면도 있다고 본다. 책은 발간되는 순간 작가를 떠나 이미 독자의 것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잼난 테마 여행을 나도 살아생전에 한 번쯤은 계획해서 해보고 싶다. 산과 그림책과 관련된 지역이면 더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