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 습관은 한 사람의 책을 거의 모두 다 또는 최소 5권 정도는 읽어보는 것이다. 딱 한 권만 읽어보고는 그 사람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나는 한 권의 책을 읽어보고 좋으면, 내가 관심 있는 무슨 상을 받았으면, 또는 누가 추천을 하면, 근처 도서관에 가서 거의 모두 다 빌려서 읽는다. 읽어보고 좋으면 다시 읽으려고, 두고두고 읽으려고, 읽은 책 중에 몇 권을 인터넷으로 주문한다. 중고책이 나와 있는 경우는 여러 권 주문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 책들을 여러 번 읽는다.
요즘 산을 타는 맛도 있지만 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는 그림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만 음악이나 음식에 대해서는 별 흥미가 없는 편이다. 하루 종일 음악 한 곡을 안 듣고도 잘 살아간다. TV도 안 보기에 아무 소리도 안 듣고 하루를 지나갈 때도 많다. 음식은 무엇이나 못 먹는 것 없이 잘 먹는다. 그래서 따로 음식 연구도 만들기도 잘 안 한다. 집에 있는 대로 먹고, 가끔 재래시장에 가서 사 오고, 대체로는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는다. 기호식품 중에 술과 담배는 안 하기에 하루 세 끼는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울 친정 엄마도 여동생들도 음식을 엄청 잘 만든다. 거의 전문식당가 음식 솜씨 이상이다. 친정 엄마는 온갖 김치류와 젓갈과 게장 종류, 전골류를 잘 만드신다. 내 바로 아래 여동생은 불고기와 갈비와 찜 종류와 온갖 밑반찬을 잘 만든다. 친정 엄마는 평생 식당을 했고, 울 여동생은 반찬가게로 돈을 제법 벌어서 우리 친정식구 중 가장 잘 산다.
울 시누들도 음식 잘하기로는 소문이 나 있다. 울 시누들이 울 시어머니에게 해다 주는 음식을 옆에 사는 우리가 거의 다 가져다 먹고 있는 중이다. 도보 5분 이내 살고 계시는 울 시어머니가 자꾸만 음식을 가져가라고 울 남편한테 전화를 해서다. 그래서 나는 요리를 잘 못 하지만 좋은 음식은 거의 매일 먹고 산다고 할 수 있겠다. 이것도 복이라면 복이다.
<최초의 한입>이라는 책 소개를 블로그에서 읽고, 음식 이야기를 일상의 글쓰기인 수필로 썼다는데 관심이 갔다. 이전에 맛집 이야기를 쓴 유명한 사람의 책을 여러 권 찾아서 읽어본 적이 있는데 정말로 별 게 없었다. 마스다 미리의 책은 어떨지 모르겠다. 오늘 책을 받았고 읽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산행이나 그림, 책에 관한 기록을 일상의 글쓰기로 써서 다듬어서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어려운 소설이나 동화 같은 것 말고 내게 쉬운 것으로 말이다. 현대시는 대학원에서 전공을 했고 늘 써왔기에 계속 써도 될 것 같고, 수필은 등단을 했으니까 열심히 쓰면 되겠다. 기록은 거의 습관화되어서 자료는 엄청나게 많이 있다. 마스다 미리에게서 일상의 글쓰기의 진솔함과 진정성에 대한 팁을 배워보고 싶다.
아, 그런데 <최초의 한입> 책을 읽어보니 내용이 너무 가볍다. 마스다 미리의 책을 여러 권 살 필요는 없었는데 그랬다. 내 원래 독서습관대로 도서관에 가서 탐색을 먼저 해보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게 실수다. 특히나 먹으면 안 되는 인스턴트식품들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나는 과자와 사탕, 콜라와 사이다, 초콜릿과 아이스크림, 이런 것들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안 먹는다. 시골 출신이라 그냥 소금, 간장, 마늘, 파 등 기본양념으로 버무린 나물무침, 이런 거 좋아하고, 된장이나 고추장에 고추, 오이, 당근 찍어먹는 거, 고기 없이 쌈 해 먹는 걸 좋아한다. 국은 콩나물북엇국, 뭇국. 미역국, 된장국, 김치찌개 이런 거 해 먹는다. 고구마, 감자, 옥수수는 있는 그대로 삶아서 먹고, 보리밥이나 잡곡밥을 주로 해 먹는다. 과일은 거의 떨어지지 않는 편인데 잘 씻어서 껍질째 먹는다.
그러니 아무리 <최초의 한입>이라도 별로 공감이 안 간다. 프리마를 숟가락으로 퍼먹고 달디단 초콜릿, 과자 등을 먹으며 혀끝 감각에만 의존한다. 나는 방부제나 식품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과자나 초콜릿, 음료 등을 먹으면 몸이 간지럽고 두드러기가 나고 입맛도 없고 난리가 난다. 그래서 산행 등 고된 운동을 할 때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안 먹는다. 콜라나 사이다는 피자나 치킨 먹을 때 딱 한잔 정도, 그렇지만 피자나 치킨 먹는 경우는 거의 몇 달에 한 번 정도니까 거의 안 먹는다고 봐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이런 책을 읽고 인스턴트식품을 맛있다고 늘 먹고, 결혼해서는 자녀들에게 먹이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앞으로 음식은 건강에 좋은지 나쁜지 잘 가려서 먹어야 한다. 가뜩이나 환경오염에 기후재앙에 감염병에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사는 세상에 맛있다고 아무거나 먹으면 곧 아프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