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일까?

<미지의 세계를 좋아합니다>(이은지, 자음과모음)

by 서순오

나는 가끔 깊은 시골에서 문명의 혜택을 별로 받지 못한 채 자연과 더불어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는 노부부를 볼 때 감동을 느끼곤 한다. 가지고 있는 논밭에서 수확한 것으로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 먹으며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살아간다. 글은 겨우 깨우치거나 깨치지 못해도 상관이 없다. 그러나 혼자가 아니고 남녀가 함께 부부의 연을 맺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눈물 나게 행복해 보인다.


한 10여 년 되었을까? 중국을 여행할 기회가 있어서 태항산과 천계산 풍경구 등을 아본 적이 있다. 어느 마을인가에 가니까 그곳에 소수민족들이 우리나라 옛날 초가집 같은 허름한 오두막에서 살고 있다. 가이드의 말을 들으니 그 사람들은 일평생 다른 지역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채 살다가 일생을 마친다고 한다. 들은 행복이나 불행의 개념을 알까? 그저 사는 대로 사는 것에 만족하며 살지 않을까 싶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바야흐로 글로벌시대이다. 사람들은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를 동경하곤 한다. 그래서 거금을 들여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나 역시 살아생전에 가능하다면 많은 나라를 가보고 싶은 것이 꿈이기도 하다.


그러나, 많은 곳을 가보고 누렸다고 해서 더 잘 살았을, 더 행복했을까? 또 성공했다고 해서, 더 많이 가졌다고 해서, 더 행복할까? 행복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미지의 세계를 좋아합니다>라는 책에서 미지의 여행가(※1)는 26살 여자 청년의 몸으로 몽골 들판에서 야영을 하고, 히말라야를 등반하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드넓은 미국 대륙을 자전거로 횡단한다.


자연이 빚어낸 풍경을 바라보며 넋을 잃고 행복감에 젖는다. 하늘에 박혀있는 무수한 별, 구름 위에 떠있는 순백의 설산, 그리고 웜샤워(※2)에서 숙소와 식사를 제공해 주는 따뜻한 사람들과의 만남, 주르륵 눈물이 쏟아지는 감동, 아마도 일평생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행은 시작부터 만만치 않다. 텐트를 가지고 짐을 꾸려야 해서 짐무게만도 대단하겠다 싶다. 거기에다가 여행 도중 몸도 말썽이다. 무릎관절이 닳아 연골주사를 맞아야 하고, 고산병에 걸려 음식을 못 먹고 토하기도 하고, 생판 모르는 미국 대륙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낯선 미지의 세계를 좋아합니다. 고생을 해도 행복합니다."

미지의 행가는 말한다.


이 책에는 '행복'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을 때 눈물이 난다고, 그래서 행복하다고런다.


서두에 내가 왜 여행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시골 촌부의 이야기를 했을까? 그들도 아침에 동이 틀 때, 저녁에 서산으로 해가 질 때, 사계절! 초록이 움트고 꽃이 피고, 녹음이 우거지고, 단풍이 들 때, 비가 오고 눈이 내릴 때, 폭풍우가 칠 때, 화창하게 날이 갤 때,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두둥실 떠갈 때, 순간순간 자연을 바라보며 행복을 느낄 것이다. 사람의 묵묵한 사랑에 눈물을 글썽일 것이다.


행복은 마음먹기 나름이니까. 무엇을 했느냐 안 했느냐, 어디를 가보았느냐 안 가보았느냐, 얼마만큼 이루었느냐 안 이루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여행기를 읽을 때마다 거기는 꼭 가보고 싶다, 그런 나라는 아직 없다. 어디든 그저 기회가 되면 가보는 것이다. 기회가 안 오면 가보지 못해도 괜찮다. 어차피 모든 나라를 다 가볼 수는 없는 것이고, 갈 수 있는 선에서 크게 부담이 안 된다면 가보는 것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20여 개 나라는 가보았다.


미지의 여행가는 산행도 좋아한다. 나도 산행을 좋아해서 눈여겨 본다. 나는 산 역시 갈 수 있으면 가는 것이지 이 산이 아니면 안 된다, 저 산은 꼭 가봐야 한다, 그런 것은 없다. 갈 수 있는 한 어느 산이든 가보는 것이다.


책을 읽고 다만 한 가지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다. 사람의 몸은 너무 무리를 하면 나중에 나이 들면 후유증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산행을 하는 사람 중에도 질주본능이 있어서 하루에 2-3개 산을 타거나 종주를 하면서 시속 3~4km 이상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무릎이 아프다며 연골약을 복용하고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는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한 번 망가진 무릎은 다시 원래의 건강한 상태로 회복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면 최대한 조심조심 아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젊어도 몸을 무리해서는 오래 못 간다. 여행도 산행도 모두 다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몸이 아프면 그 순간부터는 행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느리게 천천히 꾸준히'라는 나의 산행 모토가 더욱 소중해지는 시간이다. "잘하고 있다." 스스로 칭찬해 본다. 아직까지 후유증은 없는 편이니까. 나는 산행이나 여행을 하고 나면 에너지가 한 가득 충전되어서 일상생활에 더욱 활기가 넘친다.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일까? 범한 일상을 살며 직장에도 다니면서 가끔 여행을 하는 것이 행복이라 여긴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도 하고 자녀를 낳아 키우고 가족여행도 하면서 소박하지만 다채롭게 사는 것이 행복이다. 무 자르듯이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퇴직금을 가지고 여행을 가는 것, 나는 그것이 부럽지 않다. 모은 것을 다 써버리면 여행 후에 또 새로 시작해야 한다.


하긴 미지의 여행가는 아직 젊으니까 무어든 해봐도 좋을 것이다. 여행으로 가진 돈을 다 쓰고 빈털터리가 되어도 또 거기에서부터 새로 시작해도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 미지의 여행가에게는 고생도 행복이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 또한 자산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여행이라면 말이다. 여행을 잘할 수 있다면 그것을 직업으로 가지면 금상첨화일 수도 있겠다.


※1. 편의상 이 책의 저자를 '미지의 여행가'로 부르기로 한다.

※2. 웜샤워(Warm Showers) : 전거 커뮤니티, 지도 검색, 여행자 연결, 소 공유 제공 사이트

<미지의 세계를 좋아합니다>(이은지,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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