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기존에 알고 있던 것에 대해서 아니라고 말하라'는 뜻의 '세이노(say no)'의 가르침을 '세이노'라는 필명을 가진 사람이 쓴 책이다. 익명의 책인 셈이다. 이런 사람이 실제로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익명의 시대'라 그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올 6월에 중국에 사는 울 딸이 읽고 싶어 해서 책을 구입했는데, 너무 두꺼워서 가져가지 못하고, 내가 읽다 말다 하다가 이제 겨우 다 읽었다.
나는 베스트셀러나 큰 상을 받은 책들은 대체로 몇 권쯤은 사거나 대출해서 읽어보는 편인데, 그때마다 만족감보다는 실망감이 컸다. 그 시대의 풍조를 알아야 해서 읽어보는 것이지 무엇을 얻으려고 읽는 것은 아니다.
<세이노의 가르침>도 역시나 그랬다. 무엇을 가르치겠다는 것일까?기존에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뒤흔들라고 한다. 시작부터 삶이 그대를 속이면 분노하라고 말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 사랑도 결혼도 뒤로 미루라고 한다. 망했으면 허드렛일을 해서 악착같이 돈을 모으라고 한다.주식 투자와 부동산 투자를 해서 돈을 불리라고 한다. 바쁘게 살면서 외로움을 이겨내라고 한다. 돈이 많은데 외롭다는 얘기다.
나는 무슨 일을 하든지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면서 행복하게 살면 된다고 생각한다. 사랑과 결혼, 신앙이 돈보다 중요하다. 사랑이 있고, 결혼과 아이가 있고, 신앙이 있는데, 외로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돈이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 수천 억 원을 벌어서 어디에 쓴다는 말인가? 자식에게 물려준다고? 내가 죽으면 다 소용없는 것이다. 죽은 후에는 부부 관계, 부모 자식 관계 등 가족 관계 자체가 없다. 천국에서는 누구나 다 동등하다.
최근 2~3년간노벨문학상 수상작들도 몆 권 구입해서 읽었는데 돈이 아까웠다.중고로 되팔까 하다가 말았다. 작년에 읽은 아니 에르노의 포르노 작품들이 그랬고, 올해 읽은 욘 포세의 속도위반과 불륜의 작품들도 그랬다.미성년 남녀가 아이를 낳아 안고 추위에 떨면서 방을 구하는 이야기를 성경의 요셉과 마리아가 방을 구하는 이야기처럼 겹쳐 보이도록 써 나갔다. 교묘한 발상이다. 나는 도대체 왜 그런 작품들에 상을 주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나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세이노의 가르침'을 비교해 본다.
우선 하나님과 재물은 같이 섬길 수 없다. 그래서 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가 낙타가 바늘 귀로 들어가는 것처럼 어렵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자꾸만 성공해서 지나치게 큰 부자가 되려고 한다. 세이노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가르친다. 천국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얘기나 다름이 없다.
둘째는 성공과 섬김에 대한 것이다. 성공하면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예수님은 섬기라고 말씀하신다. 섬기려면 낮은 데로 내려가야 한다. 지나친 성공은 다른 사람을 발아래 두고 군림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것이 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셋째로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다. 하나님을 사랑하듯이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 주변에 가난한 사람이 수도 없이 많은데 자기 혼자서 잘 먹고 잘 산다는 말인가?
어쩌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자기 계발서라는 것들이 죄다 돈 버는 이야기이다. 성공과 부자가 되는 이야기이다. 도대체 돈을 얼마큼 벌어야 성에 찬다는 것인가?
물론 우리가 이 세상만 산다면 문제는 다르다. 그러나 누구나 죽음 이후에 영생을 살아가게 되어 있다. 믿거나 말거나 천국과 지옥이 있다. 악하게 성공하고 부자가 되어 지옥에 떨어질 것인가? 착하게 살다가 실패하고 가난해서 천국에 갈 것인가?
너무 이분법적이라고 비판해도 상관없다. 우리가 가진 가치관은 변해서는 안 되는 희생과 섬김이다. 예수님이 죄 많은 인류를 대속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십자가에 대신 내준 것처럼 말이다. 많은 돈을 벌어서 이웃을 위해 모두 다 쓴다면 부자가 되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곁에 가난한 사람이 있는데 어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눈 딱 감고 안 보기에 혼자만 부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부자들이 별로다. 돈은 나 쓸 만큼만 있으면 된다. 의식주를 해결하고 취미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면 족하다. 그 이상은 욕심이고 죄악이다.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고 '예수님의 가르침'과 비교해 보니 딱 정반대라는 생각이다. 참진리는 역사와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영원토록 변치 않는 것이다. 성공과 부자보다 더욱 값진 가치관은 섬김과 이웃사랑이다. 이것은 그 누가 뭐라 해도 뒤흔들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