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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May 26. 2023

지금, 여기까지, 참 잘했다!

수원 광교산+백운산 1일2산

6월에는 해외여행 예정이라 산행하기가 어렵다. 담주에도 이화 동창회 개교기념행사에 바자회라 또 산행이 어렵다. 시간을 내어서 평일에 혼산을 해야겠다. 는 1주1산을 하려고 마음속으로 정했기 때문에 바쁘더라도 리듬을 깨지 않기 위해서 가능하면 지키려고 한다.


광교산은 4번째 산행이다. 광교산 형제봉, 시루봉까지는 올라보았고 백운산 쪽은 안 가보았다. 정상 시루봉은 100+명산, 형제봉은  한남정맥 인증장소이다.


오늘은 광교산+백운산 1일2산 연계산행이다. 백운산 쪽에 있는 광교헬기장도 한남정맥 인증 장소라서 기왕이면 거길 지나갈  생각이다.  혼산이니만큼 쉬엄쉬엄 좀 길게 타보려고 한다. 총 12km, 5시간 소요 예정이다.


맨 처음에 광교산을 오를 때는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아주 수월하다.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길도 잘 다져져 있어서 아주 걷기가 좋다. 오르막길도 내리막길도 적당하다. 혼자라서 더 여유가 있다.


광교산은 계단마다 계단 수가 기재되어 있다. 267개, 198개, 174개, 재미있게 세어보면서 걷는다.


점심은 형제봉 지난 후 전망대에서 먹는다. 볶음밥과 카스텔라를 싸갔는데 다 못 먹었다. 혼자 먹으니까 금방이다. 부지런히 또 걷기 시작한다.


비로봉에는 망해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신라 대 학자 최치원이 당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왔는데 정해진 6두품 밖에 할 수가 없어 벼슬을 버리고 전국을 떠돌았단다. 그러던 중 이곳 문암골에서 머물다가 비로봉 종루에 올라 종은 있는데 울릴 사람이 없다며 자신을 종에 비유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저술과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고 한다.


비로봉에는 <광교라 부른다>(※1)라는 시비가 있다. 형제봉 오르기 전에도 <산에서>(※2)가 있고, 루봉 아래 쪽에도 <광교산>(※3)이라는 시비가 있다. <산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박재삼 시인의 시이고, 나머지는 '광교산에 어울리는 시' 공모전에서 상을 탄 중학생들의 시이다. 록산과 시가 잘 어우러진다. 지친 나를 일으켜 주고, 사랑도 이별도, 아픔도 기쁨도 담고 있다. 어머니 품처럼 늘 나를 감싸준다.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스스로 나를 다독이며 걷는다.지금, 여기까지, 참 잘했다고, 사랑도 이별도 선택도 옳지 않은 게 없었다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잘 말하며 살아왔다고, 나를 한껏 칭찬해준다.  


산우님들 몇이 전망대 정자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정자 아래에도 젊은이가 간식을 먹으며 쉬어간다. 사진 부탁을 하니 예쁘게 찍어주어 고맙다.


비로봉에서 시루봉까지는 조금 내리막길이다가 거의 평탄한 길이다. 여러 번 오니 길이 익숙해서 발걸음도 가볍게 산행을 한다.


곧 시루봉 정상으로 오르는 데크길이 보인다. 시루봉에 오르니 아기 용 포토존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기 용 색깔이 내 팔토시와 양말 색이랑 똑같다. 일부러 맞춰  입은 것 같다.

"지금, 여기, 광교산에 오길 참 잘했다."

미세먼지 없이 맑은 날이라 주변 조망이 좋다.


광교산 정상 시루봉에서 100+명산 어게인 인증을 하고 아기 용 포토존에서도 예쁜 사진을 남긴다. 여기서도 대여섯 분의 산우님들이 점심을 먹으며 쉬어간다. 나는 이미 전망대에서 먹었기에 사진만 찍고 바로 백운산을 향해 간다.


광교산 시루봉에서 백운산 가는 길은 아주 좋다. 숲이 우거져 햇빛은 거의 안 들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준다. 길도 거의 평지 수준느리게 천천히 걷는 데도 제법 속도가 나온다.  


백운산 정상에 오르니 남산우 님 한 분이 정상석 옆에서 쉬고 몇 분의 산우님들은 정자에서 쉬고 있다. 정자에서 정상석까지는 살짝 거리가 있다. 가까운 곳에 있는 산우님에게 사진 부탁을 하고 나도 산우님 사진을 찍어 드린다.


백운산 전망대 난간에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는다. 푸드덕 여기서 저기로 날아다닌다. 산에서 새를 보면 새가 어찌나 빠르게 날아가 버리는지 사진에 담기가 어러웠는데 이 새는 내 가시거리 안에서 난간으로만 왔다 갔다 한다.


이제 광교헬기장 찾아 내려간다. 그런데 통신대헬기장이 나오고 한참을 가도 광교헬기장은 안내 표시도 없다. 이곳이 한남정맥 인증 장소인데 말이다. 암튼 부지런히 내려가본다.


광교헬기장 찾아 삼만리다. 군데군데 전망대도 있고 길 안내 표시는 수원둘레길 팔색길 이정표만 자주 있고 광교헬기장은 딱 두세 번 나온다. 거리(km) 표시도 안 되어 있다.

"도대체 어디야?"

가파른 데크길을 한참 올라가도 광교헬기장은 나타지 않는다. GPS 인증을 눌러보니 발도장이 찍힌다.

"그렇다면 근처라는 얘긴데!"

길을 따라 걸어간다.


드디어 광교헬기장에 도착한다. 하산지점까지 2km 남겨두고 모습을 드러낸 조그만 헬기장이다. 커플 한 쌍이 차를 마시고 있다. 길을 물어보니 잘 모른다. 나는 상왕교 종점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하나 싶다.


다행히 여산우 님 두 분이 광교산 둘레길을 걸었다면서 올라오고 있다. 한일타운 쪽으로 내려가려면  약 1시간 정도  걸린다니 좀 멀다. 벌써 10km를 넘게 걸었으니 말이다. 여산우님들이 나와 함께 내려오면서 길을 알려준다. 중간에 헤어진다. 금방 상왕교 종점이다.


근데 내려오다가 모자 위에 걸쳐둔 선글라스를 잃어버린 걸 알아차린다. 중간에 물 마시면서 나무의자에 벗어두고는 그냥 내려온 듯하다. 즐겨 쓰는 선글라스인데 조금 아깝다. 여고 동창 바자회에서 산 건데 끼고 걸어도 너무 어둡지 않아 좋았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이참에 또 선글라스 하나 새로 장만하는 거지 뭐, 좋게 생각을 한다. 가지고 있는 게 여러 개니까 그거 사용해도 된다.


광교산+백운산 1일2산 산행은 문암골~형제봉~비로봉~시루봉~토끼재~노루목~억새밭~백운산~통신대헬기장~광교헬기장~ 상왕교 종점 코스로 총 12km, 5시간 소요(휴식, 점심시간 포함)되었다. 혼자 산행을 하니까 서두르지 않아서 그런지 정말 힘이 하나도 안 들고 몸이 가뿐하다. 자주 혼산을 해야겠다.


※1.

눈을 감아도 푸르름이 보이는 듯한

어디선가 맑은 음이 들리는 듯한

세상에 낙오되어 지쳐있던 내가

어느덧 새처럼 나는 듯한 산

사람들은 이곳을 광교라 부른다.

(수일중3, 김정희, 1999년 교산에 어울리는 시, <광교라 부른다> 중에서)


​※2.

에서 / 박재삼


그 곡절 많은 사

기쁘던가 아프던가.

젊어 한창 때

그냥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던 기쁨이거든

여름날 헐떡이는 녹음에 묻혀 들고

연중 들어 간장이 저려오는 아픔이거든

가을날 울음빛 단풍에 젖어들거라.

진실로 산이 겪는 사철 속에

아른히 어린 한평생

그가 다스리는 시냇물도 여름엔 시원하고

가을엔 시려오느니

사랑을 기쁘다고만 할 것이냐,

아니면 아프다고만 할 것이냐,

(박재삼, <산에서> 전문)


※3.

맑고 푸른 하늘을 가슴에 품은 광교산

고향 어머니를 닮았다

힘들다 먹구름 낀 아버지 마음도

공부하기 싫다 투정하는 내 마음도

참아라 참아라 감싸주시는 어머니

 맑고 푸른 광교산은

선잠 깬 수원시민을 가슴에 안고

지혜롭고 당당한 삶을 가르치고 있다.

(수원북중3, 장세영, 1999년, 광교산에 어울리는 시, <광교산> 중에서)

형제봉 표저석과 조망
광교산 정상 시루봉 표지석과 아기 용 포토존
백운산 정상과 전망대
광교헬기장 표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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