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순오 Jun 09. 2023

푸른 계곡, 좌청룡, 청계산 새로운 길

과천 청계산


오늘 과천 청계산 산행은 지금까지 안 가본 새로운 코스로 과감하게 가보려고 한다. 청계산입구역~윈터골~옥녀봉~매봉~석기봉~이수봉~옛골 코스로 좀 길게 타는 것이다. 총 12km, 6시간 소요 예정이다. 물론 점심과 휴식 시간 포함 해서다.


과천 청계산은 총 5번 정도 오른 산이다. 길은 웬만큼 알고 있고 이정표도 잘 되어 있으니 예정대로 잘 탈 수 있을 것 같다.


산행은 여러 사람이 함께 오면 좋은 점도 있지만 또 나만의 보폭으로 걸으면서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은 놓칠 수가 있다. 혼산을 해보니 내게는 더 잘 맞는 것 같다.


윈터골 쉼터까지는 수도산님들과 함께 걸은 곳이다. 잠시 숨을 돌리고 물을 마시고 옥녀봉을 향해 오른다. 청계산은 이정표를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조금 오름길 나무데크길을 몇 개 지나니 삼거리가 나온다. 매봉, 옥녀봉, 윈터골로 갈라지는 지점이다. 나는 옥녀봉 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와서 매봉으로 가야 한다.


옥녀봉에서 기념샷을 찍고, 간단하게 싸 온 점심을 먹는다. 소시지 1개와 삶은 계란 2개를 더 가져오려고 했는데 깜빡하고 그냥 나왔다. 소시지는 전자레인지에, 계란은 싱크대 위에 놓아두었다. 그렇지만 볶음밥과 사과 1개, 포카리스웨트 음료를 싸 온 게 적당하다.


옥녀봉은 처음 올라보는데 관악산과 과천 정부청사와 과천 경마장이 아주 지척으로 보인다. 관악산 연주대와 KBS 중계소도 보여서 신기하다.


옥녀봉에서 매봉으로 가는 길은 능선길이다가 가파른 나무데크길이 몇 번 나타난다. 그런데 데크길 양쪽으로 철쭉이 아주 군락을 이루었다. 봄에 꽃 필 때 오면 참 예쁠 것 같다.


청계산 이야기가 군데군데 쓰여있는데 계곡이 맑아서 청계산이란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처음 청계산 이름이 나온다고 한다. 관악산을 과천의 진산으로 보고 청계산이 좌청룡, 수리산이 우백호라 하여 청룡산, 백호산이라 부르기도 했단다.


한참 오르니 돌문바위가 나타난다. 기념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서 돌문바위만 찍고 그냥 지나간다.


돌길 너덜지대 잠시 나오고 매바위봉이다. 매봉을 먼저 오르면 매바위봉은 생략해도 좋겠다 싶었는데 말이다.


매바위봉에서의 조망이 시원스럽다. 날씨가 약간 흐려서 뿌옇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풍경이다.


매봉에서 100대 명산 어게인 인증을 하고 혈읍재 쪽으로 가려고 내려가니 길이 아주 험하다. 한참 헤매다가 돌아서 나무계단 쪽으로 가니 성남누비길 이정표가 있다. 그제야 제대로 된 길로 들어서서 길이 아주 좋다. 날아가듯이 발걸음도 가볍게 산행을 한다. 이 구간도 수도산님들과 함께 걸었던 길이다. 낯이 익어 반갑게 정겹게 속삭이며 걷는다.


"3개월 만이네. 3월 초에는 새싹을 찾으면서 산행했는데 그새 초록이 무성해졌어. 엄청 시원해서 좋아."


가끔 뒤돌아보며 지나온 매봉과 매바위봉 쪽도 조망해 본다. 청미래덩굴 사이로 보이는 봉우리들이 아담하다. 그만큼 자꾸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성남누비길 전망대까지 오니까 비가 한 방울씩  내린다. 우산은 들고 왔지만 우비와 스패츠를 안 가지고 와서  비가 더 많이 오면 산행하기가 어렵다. 이수봉까지는 약 2km가 남아 있는데, 그냥 생략하고 옛골 쪽으로 내려가야 하나 싶다.


그래도 일단 우산을 배낭에서 꺼내서 쓰고 이수봉 방향으로 간다. 가다가 어디로든 내려가도 좋을 것이다. 인덕원 쪽으로 가는 길이 빠른데, 그쪽 길은 완전 급경사 바위구간이라 망설여진다. 비가 오면 미끄러울 수도 있어서다. 산행에서는 안전이 최우선이다.


청계산길에는 쉼터가 많다. 모양도 가지가지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곳이 대부분이고 의자만 놓여있는 곳, 넓은 정자가 있는 곳도 있다. 사람들이 그곳에서 쉬어 갈 수 있도록 배려를 많이 한 것이다.


성남누비길 전망대에서 망경대 지나 이수봉 쪽으로 가다가 임도가 보이길레 옛골로 내려가기로 한다. 가다가 보니까 신선대, 거북바위, 선녀폭포 이정표가 있다. 계곡에서 씻으려고 내려가보니까 그곳이 신선대다.


물속에 물고기들이 정말 많다. 얼굴도 씻고 손발을 닦고 물고기들과 한참 놀다간다.


다시 도로길, 바위 위에 곱게 핀 나리꽃을 올 들어 처음 만난다.


선녀폭포 가는 길 이정표가 나타난다.

"500m 거리네. 그럼 선녀폭포를 찾아봐야지."

과감하게 다시 산길로 들어선다.


신선대에서 벌써 모자도 스틱도 장갑도 벗어서 배낭에 넣었기에 그냥 걸어간다. 길은 평탄하고 숲이 우거져 시원하다.


거북바위 지나 계곡물이 흐르는데 선녀폭포까지 거의 다온 듯한데 길이 너덜길 바위라 안 오르고 그냥 내려온다. 비가 살짝 내렸지만 미끄러울 수도 있어서다. 장소를 알았으니 다음 기회로 남겨둔다.


아까 혈읍재에서 옛골로 내려가는 급경사 데크길로 왔으면 여기겠구나 싶은 이정표와 만난다. 숲길로 부지런히 내려가면 옛골이 나오겠다.


참, 분홍꽃이 예쁘다. 꼭 아카시아꽃을 닮았는데 색이 분홍이라 검색을 해보니 땅비싸리 꽃이다. 하얀 개망초꽃, 노란 금계국 담고, 너무나 예쁜 아치형 초록 숲길을 걷는다. 행복한 시간이다.


하산하면서 꽃들과 하얀 나비와 만난다. 흐드러지게 핀 향기가 진한 밤꽃, 노오란 금계국 꽃밭, 보랏빛 수레국화, 진분홍 끈끈이대나물, 줄무늬 프렌치메리골드, 조팝나무꽃, 노란 달맞이꽃, 마삭줄, 이름을 불러주지만 아직 이름 모르는 꽃들이 제법 있다.


옛골 다리 아래 있는 옛골 버스 정류장까지는 한참이다.


청계산 입구역~윈터골~옥녀봉~매바위봉~매봉~혈읍재 ~석기봉~망경대~신선대~마당바위~선녀폭포~ 옛골 코스로 총 12km, 5시간 30분 소요되었다.


오늘 비는 그저 한두 방울 내리고 그쳤는데, 원래대로 이수봉을 찍었어도 괜찮았겠다 싶다.


그렇지만 또 새로운 길을 걸었고 신선대, 마당바위, 선녀폭포도 눈도장 찍었으니 된 것이다. 거기다가 많은 어여쁜 꽃들과의 만남이 있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그저 감사할 뿐이다.

좌 : 청계산 윈터골 계곡 /  우 : 청계산 걷기 좋은 흙길
옥녀봉 조망
좌 : 철쭉 군락지 / 우 : 돌문 바위(소원바위)
좌 : 매바위에서 / 우 : 매봉 전망대
석기봉 쪽에서 올라갔다 내려온 매봉과 매바위봉 조망
신선대
좌 : 땅나리 / 우 : 땅비싸리
좌 : 초록 숲길 / 우 : 금계국 꽃길
좌 : 백합 / 우 : 끈끈이대나물과 수레국화
매거진의 이전글 칠보산 잃어버린 보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