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내려왔네. 엄마, 쇼 좋아해? 이따 저녁 7시에 저 건물 뒤에서 야경 쇼를 하는데 볼 거야? 3시간 정도 기다려야 돼."
울 딸이 배 모양의 건물 《해상세계》를 가리킨다.
"쇼는 얼마 동안 하는데?"
"한 10분!"
"아니. 엄마 쇼 안 좋아해. 엄마는 음악 지능 낮아서 노래도 잘 안 듣고, TV도 안 보는데! 겨우 10분 보려고 3시간을 기다려?"
"그래? 그럼 이른 저녁 먹고 시원하게 마사지받으러 가자."
"그럼 좋지. 산 힘들게 탔으니까 그냥 저녁 먹고 집에 가서 쉬어도 좋은데... 운동을 많이 했잖아."
"마사지 샾에서 샤워도 할 수 있어. 나는 정기권 끊어서 자주 가는 곳인데 남편 회사 근처에도 체인점이 있더라. 거기 가자."
"응, 좋아."
한 가지 결정을 한다.
그리고 뭘 먹을지를 정한다.
"피자와 파스타 먹을 거야? 멕시코 음식 타코야끼 먹을 거야?"
"엄마는 파스타 좋아하지만 많이 먹어본 거니까 잘 안 먹는 타코야끼를 먹자."
"그래?"
"어디가 가까워?"
"피자집. 전망도 더 좋고."
"남산에서 좋은 풍경은 다 봤고, 멕시코 음식이 좋겠다. 식당 멀어?"
"아니, 한 10분. 여기로 가면 돼."
울 딸이 《해상세계》 건물 뱃머리 부분을 돌아간다. 예쁜 작은 연못이 나온다.
"여기서 쇼 하는 거야?"
"응."
연못과 배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한 바퀴 빙 돌아서 울 딸이 황금날개 포토존 장식이 되어있는 타코야끼 전문점 안으로 들어간다.
음식을 많이 시켜서 푸짐하다. 울 딸은 늘 그런다. 배가 고픈 모양이다. 하긴 오전 9시에 간단하게 토스트, 야채, 과일로 아침을 먹었으니까 배가 고플 만도 하다.
나는 어제 《코코넛 치킨》에서 포장해 온 누룽지밥을 데워서 먹고, 인절미에 조각 케이크, 우유에 탄 시리얼까지 먹어서 속이 든든하다. 남산을 올라갔다 내려왔는 데도 도무지 배가 안 꺼진다.
그런데 타코야끼가 또 입에 너무 잘 맞는다.
"하여간에 엄마는 여행 다니면 뭐든 음식이 다 입에 착 달라붙는다니까. 완전 여행 체질이야. 아무거나 잘 먹고 아무 데서나 잘 자고 잘 걸으니까."
배가 불러도 맛있게 먹는다. 타코야끼 속에 넣어 먹는 볶은 야채가 향도 좋고 약간 달면서 고소하다.
만들어서 나온 타코야끼 1개에다 직접 만들어먹는 타코야키 2개를 먹고, 추로스 같이 생긴 과자를 초콜릿에 찍어 먹는다. 별식이다. 역시나 남은 음식 타코야끼 2개와 볶은 야채와 소스는 포장해 온다.
카카오택시로 40여 분 이동해서 전신 마사지 샾으로 간다. 예약은 저녁 6시 30분에 했는데, 6시 정도에 도착하니까 시간을 앞당겨 마사지를 해준단다. 샤워를 하고 울 딸과 둘이 나란히 침대에 누워서 마사지를 받는다.
아프면 '통'이라고 얘기하란다. 내 목과 어깨 부위가 뭉친 데가 많단다. 세게 마사지를 해서 여러 번 '통' 소리를 낸다. 울 딸은 자주 받아서 하나도 안 아프단다.
울 딸과 마사지하는 이들 둘이서 나를 사이에 두고 어찌나 깔깔대며 솰라솰라 중국어로 얘기를 하는지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하다. 내가 물어보니 울 딸 하는 말, 필요한 것만 알려주겠단다. 이럴 때 보면 약간 쌀쌀맞다. 내가 알아듣는 건 '중거뤄, 한궈러' 정도이다. 아마도 중국 사람, 한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가 보다. 나도 중국어를 좀 배워야겠다.
1시간 마사지가 다 끝나니 과일과 차를 준다. 울 딸이 배부르다고 안 먹어서 내가 다 먹는다.
"과일과 차는 소화제니까 뭐."
울 사위가 퇴근 후 일정이 없으면 귀가할 때 함께 오려고 울 딸이 물어보니 약속이 있단다. 카카오택시가 잘 안 잡혀서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타고 울 딸 집으로 돌아온다. 40여 분 걸린다는데 퇴근 시간이라 차가 막힌다.
전신 마사지를 해서 그런지 피곤이 싹 가신다. 울 딸 덕분에 너무나 호강을 한다. 옛날 말에 '딸 가진 부모는 비행기를 탄다'는데, 딱 맞는 말이다.
집에 와서는 한국에 가져가라며 이것저것 챙겨준다. 배낭과 원피스, 생필품, 화장품 등이다. 엄마와 딸이 바뀐 것 같다. 자상한 딸 덕분에 행복한 여행이다. 그저 고맙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