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심천 남산 산행

울 딸과 둘이서 홍콩 &심천 여행(4)

by 서순오

울 딸이 엄마는 산 좋아하니까 산행을 해야 한다고 일정을 잡는다. 그런데 아침 먹고 쉬고 있는데, 오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울 사위는 오전 11시쯤 출근해서 오후 8시에 퇴근을 한단다. 출근할 때 우릴 회사 근처까지 데려다준단다. 거기서는 남산까지 택시로 10여 분 걸리니까 커피 마시고 과일 좀 사고 남산에 가기로 한다.


남산은 총 2~3시간이면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단다. 그런데 비도 오고 바람도 불어 영 기분이 그렇다. 한국에서 산행할 때는 날씨에 상관없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는데 판초도 스패츠도 안 가져왔고 등산화도 샌들 등산화라 다 젖을 것 같다. 울 딸 역시 등산화는 신었지만 산행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 우비도 스패츠도 없단다.


"내가 움직일 때는 항상 날씨가 좋았는데..."

"그러게."


일단 <OUR>라는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해서 마시고, 과일 가게에 들러 귤을 한 팩 사고, 우비를 살까 말까 망설인다.


"우양산 가져왔으니까 그냥 가서 보고 비 많이 오면 조그만 올라갔다 내려오자."


우리는 카카오택시를 불러 타고 남산공원 지구로 간다.

그런데 택시에서 내려보니 날씨가 갠다. 비가 한 방울도 안 내린다.


"비 온 뒤에 바람도 불어서 아주 시원하네. 산행하기 아주 좋은 날이야!"

그러고는 기분 좋게 산을 오른다.


초입에 나무에 붉은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길래 물어보니 '리치'라는 열매란다. 맛보고 싶었지만 이미 과일은 샀고 배낭이 무거울까 봐 그냥 오른다.

"딱 1개만 맛보면 좋겠구만!"

울 딸이 과일장수에게 무어라 무어라 물어보는 모양인데 아쉽게도 맛은 못 본다.


남산은 정상까지 도로길로 오를 수가 있다. 완만한 경사도가 있다. 습도가 있어서 땀이 제법 난다. 내 바지가 얇아서 무릎 위까지 땀으로 범벅이 된다. 집에서 올 때는 등산용 바지를 분명 챙긴 것 같은데, 심천에 와서 보니 안 보인다. 등산용이 아닌 일반 바지라 땀 흡수를 못한다.


중간에 산길로 들어서는 곳이 몇 군데 있던데, 울 딸은 '안전이 우선'이라며 도로길로 안내를 한다. 내가 혼자 왔다면 과감하게 흙길로 들어섰을 텐데 말이다. 울 딸은 스틱 한 짝을 짚고 나는 그냥 오른다.


남산은 꽃들의 천국이다. 오를 때도 내릴 때도 꽃 보느라 자꾸만 발걸음을 멈춘다. 이름도 모르는 처음 보는 꽃들이다.


정상부에는 정자 전망대가 많다. 자마다 관리하는 아저씨가 있고 군데군데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있다. 이래서 혼자 올라도 안전하단다.


제일 높은 정자에서 귤을 까서 먹고 쉬어간다. 전망대에서 전해만과천에서 가장 크다는 셔코항이 보인다. 날이 좋으면 바다 건너 홍콩도 보인다는데 오늘은 뿌연 안개 때문에 보일 듯 말 듯하면서 안 보인다.


하산길에는 우거진 숲길에 청사초롱 가로등이 군데군데 서 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다. 계단길 아래로 급스런 예쁜 집들이 보여서 물어보니 별장이란다. 누가 사는 곳일까? 아마도 부자들이 휴가 때마다 와서 쉬었다 가는 곳이리라. 저런 걸 보면 나도 부자가 되어 별장이란 걸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곳에서 여유 있게 묵으면서 책도 보고 그림도 그리면 잼나겠다.


별장이 있는 쪽으로 하산한다. 돌계단이 많은데 급경사다. 이쪽으로 올랐으면 좀 힘들었겠다. 숲이 우거져 길은 참 예쁘다. 하산하니 비에 '수비남산'이라고 쓰여 있다. '남산에 오면 장수한다'는 뜻의 사자성어란다. 휴식 시간 포함해서 총 3시간 소요되었다. 아마 7km 정도는 걷지 않았을까 싶다. 해외 데이터를 차단해서 트랭글을 못 쓰니 산행 기록을 남길 수 없어 조금 불편하다.

리치 나무와 과일 열매
남산 관리소 출발
좌 : 전해만 조망 / 우 : 남산 돌비에서
정자에서
좌 : 청사초롱 가로등 / 우 : 전망대 정자 가파르게 올라간다.
전망대 정자에서
전망대에서 심천에서 가장 큰 셔코항 조망(저 뒤쪽으로 홍콩이 보인다는데 안개 때문에 안 보인다.)
아파트와 별장들
하산길
사자성어 '수비남산'('남산에 오면 장수한다'는 뜻이란다.)
남산에서 눈 맞춘 예쁜 꽃과 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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