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오늘 많이 걸어서 그냥 집에 가서 쉬어도 좋겠다 싶은데 울 딸은 심천 야경을 보러 간단다. 홍콩 야경만 보고 심천 야경은 제대로 못 보아서 높은 빌딩에 올라가야 한단다.
연화산 공원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한다. 내려서 들어가면서 보니 <심천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이다. 엘리베이터에 78층 표시가 되어 있고 계속 올라간다. 다시 환승해서 한 층을 더 올라가 79층에 내린다. <모바>로 들어가 직원에게 물어보고 창가 쪽 의자를 안내받아 앉는다. 이곳에서 보는 심천 야경이 꽤나 멋진 모양이다.
"햐! 심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네!"
알코올이 안 섞인 과일 칵테일 두 잔과 고구마칩을 주문한다. 아직 밤이 깨어나려면 1시간 정도 더 있어야 한단다.
"저녁 8시는 넘어야 야경이 예쁠 거야. 천천히 먹으면서 기다려야 돼."
주문한 음식이 온다. 칵테일과 고구마칩을 먹으며 밖을 내다보고 있노라니 여직원이 와서 인쇄기 체험을 시켜준다. 아주 오래된 인쇄기인데 역사가 있는 진짜 인쇄기는 아니고 똑같이 만든 모형 인쇄기란다. 인쇄기로 메뉴판과 인쇄기 그림을 찍어본다. 조금 꽉 눌러야 한다는데 인쇄가 조금 흐리게 나온다.
다시 창가로 와서 앉아 있노라니 7시 정도 되니까 건물에 하나 둘 빛이 들어온다. 가장 높은 뾰족한 빌딩에 불이 들어오고 실시간으로 여기저기 건물들 불빛이 달라진다. 들어올 때 밖에는 비가 살짝 내리고 있었는데, <모바>에서는 비가 안 내리는 것처럼 투명하게 보인다.
"와우! 환상이네!"
어느 순간 갑자기 하늘에 구름이 인다. 폴폴 날린다. 흰색에서 청색으로, 보라색으로, 빨강색으로 바뀌면서 구름이 우리가 앉은 쪽으로 날아온다. 건물들의 불빛을 받아서 구름색이 변하는 것이다.
"나는 비행기에서도 산행하면서도 하늘 구름 보는 걸 좋아하는데, 어찌 알고 저리 구름빛이 바뀌는 걸까?"
막 가슴이 울렁거려서 일어났다 앉았다 하면서 사진에 담느라 바쁘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풍경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기록하는 데는 언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내 표현이 그렇다. 젊어서는 그래도 '제법 글 잘 쓴다'는 소릴 들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언어감각도 줄어드는 것 같다. 간단하게 보고 들은 것만 쓰려고 하고, 생각하고 느낀 것은 적지 않는다.
"무어든 다 때가 있는 법이다!"
넋을 잃고 심천 야경을 거의 1시간 동안이나 본다. 감탄에 감탄을 한다. 아마도 엔돌핀이 팡팡 솟아 오늘도 꽤나 젊어졌겠다.
나오면서 <모바> 이름표 앞에서 울 딸과 둘이서 기념샷 찍는다. 울 사위와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해서 집 근처에서 만나기로 한다.
"얼마 냈어?"
궁금해서 물어보니 우리가 본 심천 야경 값으로 8만 원을 냈단다. 돈을 낸 울 딸에게는 고맙고 조금 미안하지만, 그래도 전혀 아깝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