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천에서 카카오택시를 40여 분 타고가서, 리무진으로 갈아타고, 큐알코드와 여권으로 중국 출국 심사를 하고, 리무진을 타고 가다가 홍콩 국경에서 입국심사를 한다. 리무진에는 운전기사 외 총 7명이 탔다. 여자 운전기사인데 안개 속 빗길 운전을 거의 한 손으로 능숙하게 한다. 가히 운전 전문가라 할 만하다.
그런데 우리와 함께 타고 온 아프리카 사람 하나가 홍콩 입국 통과를 못하고 차에서 내린다. 친구랑 둘이 함께 가는 중이었는데 따로 떨어지게 되어 차에서 계속 전화통화를 한다. 차에 탄 그 친구는 영어를 잘 못 하는지 그 옆에 앉아있는 이가 대신 폰을 받아서 영어로 통화를 하고는 운전기사에게 중국어로 통역한 후 다시 친구에게 내용을 알려준다. 나는 영어도 중국어도 능통하지 못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다. 겨우 알아듣는 건 5'어클락, 아마도 5시 비행기 티켓으로 바꿨다는 이야기 같다.
이런 걸 보면 국제화시대에 살아갈 세대는 외국어는 무조건 잘하면 편리하겠다.두세 개씩은 기본으로 하면 좋을 것이다. 나 같은 연령대는 독해 중심 외국어 교육을 받아서 책은 읽어도 말은 못 알아듣고 말하지도 못하는 희한한 세대지만 말이다.
암튼 6명은 무사통과해서 홍콩공항으로 가는데 30여 분 동안 세찬 소낙비가 내리면서 시야를 가린다. 내 옆에 앉은 이는 한국인인데 대만에서 살고 있다는데 심천에서 일 보고 가는 길이라고 한다. 기상악화로 어제도 비행기가 2시간 연착되어 기다렸다 탔다면서 오늘도 3시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걱정이란다.
아까 리무진 탈 때 울 딸한테 뭘 물어봤는데 친절하게 잘 알려주어 고맙다고 전해달란다.
"한국인인데 당연히 잘 알려 드려야지."
울 딸 하는 말이다. 외국에 나오면 다들 외국자가 되는 것 같다.
홍공공항에 다 와가니까 비가 조금씩 잦아든다. 다행이다. 나는 비행기 탑승 시간보다 2시간 정도 일찍 왔기에 더 여유 있게 발권하고 기다린다. 홍콩공항은 와이파이가 되니까 온라인상에서 이것저것 들여다본다. 탑승구 옆에 그림 전시도 하고 있어서 찬찬히 둘러본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창가 쪽에 앉았다.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다. 울 딸이 준 안대를 쓰고 잠을 청해 본다. 눈이 따뜻해지면서 스르르 잠이 든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얼굴이 좀 따갑다 싶어 안대를 벗으니 날이 개어서 창밖이 환하다. 해가 빛난다. 또 인대를 쓰고 한숨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인천 가까이 왔다. 멋진 야경이 펼쳐진다. 우리나라 야경도 그 어느 나라에 못지않다. 공항에 내리니 날이 시원하다. 습하고 더운 나라에 있다 오니 전혀 덥지가 않다. 우리나라 참 살기 좋은 나라이다! (아,그런데 하루가 지나니 기온이 급상승, 영상 35도를 찍는다. 홍콩과 중국보다 한국이 더 덥다. 기후변화 위기를 어찌할꼬!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