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이 가장 힘들다

70인과의 동행 : 황영조 고향 삼척여행(1)

by 서순오

1. 가는 길, 황영조 기념관, 황영조 기념공원, 황영조 선수의 강연


오전 7시 20분 양재역 탑승이라 서둘러 집을 나섰다. 새벽 5시 30분 시청역으로 갈까 하다가 아무래도 양재역이 가까울 듯해서 가이드에게 문자를 보내고, 조금은 여유 있게 버스를 기다린다. 30분의 여유가 있으니 넉넉하다.


환승해서 탑승장소에 도착하니 이쁜 휴게공간이 있다. 새벽시간이라 차도 안 막히고 술술 뚫려서 6시 40분 도착, 기다리며 있노라니 버스는 예정시간보다 10분 전 도착, 출발시간보다 10분 일찍 출발한다고 그런다.


1시간 30분을 달려 횡성휴게소, 이중섭 화장실이다. 사진 한 장 찍고 화장실 다녀와 호두과자 사서 아침 대신하고 다시 버스 출발한다.


2시간을 더 달려야 삼척 황영조 선수가 있는 곳에 도착한단다. 황선수는 먼저 고향집에 가서 우릴 기다리고 있단다.


사실 난 스포츠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걷는 것, 등산, 뭐 이런 것은 좋아하니까. 거기다가 장소가 삼척이고 날씨도 선선한 게 딱 여행하기 좋은 9월이라서, 그래서 무작정 출발한다.


그런데 좌석배치가 좀 그렇다. 한 좌석에 여자 1명, 남자 1명, 무조건 배정이다. 옆에 앉은 이가 키 큰 남자, 나보다 나이는 많아 보이고, 인사도 안 하고 앉아서는 횡성휴게소까지 눈을 감고 쉬면서 오다가 따로따로 내려서는 볼일을 다.


난 호두과자 3천 원어치 사서 집에서 내려온 커피 내놓으면서 인사하고 같이 먹자고 했더니 옆 남자 자기 커피만 뽑아 왔다.


버스만 타면 잠을 잘 자던 내가 옆에 낯선 남자 동행이 있으니 어째 좀 그렇다. 여자라면 좋았을 걸, 아쉬움이 있다. 이래서 저래서 여행은 혼자가 좋다.


대관령 지나며 파아란 하늘에 흰 뭉게구름 동동, 그 사이로 해가 숨바꼭질, 투명하다. 하늘 구름만 봐도 여행값은 톡톡히 나온다. 후훗!


옥계 지나니 드디어 동해바다!

밖으로 나오니 참 좋다.


삼척에 도착해서 황영조 기념관과 황영조 기념공원 둘러보고 황영조 선수에게 1시간 강연을 들었다. 강연을 듣고 나니 황선수가 아주 가깝게 느껴진다. 정말 너무나 오길 잘했다. 황영조 선수야말로 참다운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 젊은 나이에 최고의 정점에 오른 사람, 가장 빛날 때 최고를 내려놓은 사람, 보장된 노후에도 더 준비하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효자, 본받을 점이 많은 사람이다.


강연 중 최고의 명언은 세 구절이다.


"레이스에서는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연습이 가장 힘들다."

"마라톤은 지금 1등이 1등이 아니다. 42.195km 끝난 후에 1등이 결정 난다."


세 가지만 좌우명으로 삼아도 인생을 성공할 수 있으리라. 삼척 바다를 끼고 뛰면서 그 연습의 와중에서 몇 번이나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황영조 선수, 그 극한의 고통을 이겨낸 보상이 바로 오늘의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선수가 아니었을까? 최고는 그냥 그렇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황영조 선수의 강연을 꼭 들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이 든 우리에게도 소중하게 새겨지는 것들이 많으니 젊은 그들에게는 인생 전체를 통째로 바꿔놓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황영조 선수 강연 중 그의 삶과 명언들


마라톤은 올림픽의 꽃이다.


"레이스에 들어가면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25년 전 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마라톤은 노력을 해야만 되는 운동이다.

돈도 없고 백도 없고, 그래도 꿈과 열정만 있으면 되는 운동이 육상이다.


용하, 장호항 우리 고장이 굉장히 아름다운데 (나로 인해) 더 아름다워지고 땅값도 비싸졌다.


돈이 없으면 어렵게 살아야 한다.

가난이 싫어 성공해야겠다 생각했다.

가난이 무지하게 싫어서 나를 금메달리스트로 만들었다.

어머니는 제주도 여자로 물질하는 여자다. 어머니가 물속에 들어가면 어머니 나올 때까지 숨을 참는다.

마라톤은 유산소운동이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운동했다.

달리다 죽으면 순직이다.


족저근막염 있지만, 걸으면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 있지만, 죽을병이 아니라 그냥 운동했다


나는 고통지수가 상당히 높은 선수다.

실력은 부족했지만 열심히 노력했다.


마라톤은 운발이 없다. 넘어지지 않으면 된다.


'빨리 핀 꽃이 빨리 진다'고 하지만, 다 적절한 때가 있는 법이다.

올림픽 금메달 따고 은퇴하고 공부했다.

고려대에서 박사까지 받고 감독 18년째다.


강원도에서, 삼척시에서 76억 들여 기념관과 기념공원 조성했다.

보통 죽은 후 3년 뒤에 기념비 세우고, 기념공원 조성하지만, 스페인에서도 기념비 세워주었다.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예능 프로는 참석 안 한다

마라톤 해설만 한다

예능 프로 안 나가는 이유는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스포츠의 왕은 마라톤이다.

손기정 선수를 교과서에서 보았다.

마라톤은 원초적이고 인간적인 스포츠다.


마라톤은 두 줄 그어놓고 제일 먼저 들어가는 선수가 1등이다. 한 번도 규칙이 바뀐 적이 없다

인간은 뛰게 되어 있다. 무식한 운동이다.

심박수 200개 이상 올려가지고

홀로 가야 하는 운동이다.


마라톤은 춥고 배고픈 애들이 하는 운동이다.

운동할 때 부모님들이 한 번도 온 적 없다.


마라톤은 자기 하고 싶은 것 다 하면 못 하는 운동이다.


"연습이 가장 힘들다."


마라톤 완주 코스 42.195km를 기념해서 42살 1월 9일 오후 5시에 결혼하고 싶었다. 실제 결혼은 2월에 했다. 2017년 현재 48살이다. 5살짜리 아들이 하나 있다.


"마라톤은 지금 1등이 1등이 아니다. 42.195km 끝난 후에 1등이 결정 난다."

가는 길 내가 좋아하는 하늘 구름
황영조 기념공원에서 바라보는 삼척 바다
황영조 기념공원에서 강연하는 황영조 선수
70인과의 동행 : 황영조 고향 삼척여행 단체사진
「영웅을 키워낸 바다와 하늘... 자연 앞에선 '인생 풀코스'도 한순간」(경향신문, 2017. 9. 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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