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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Aug 15. 2023

짜릿한 아침가리골 물길 산행

방태산 아침가리골

오늘은 쉴까 말까 몇 번을 망설이다가 계곡이 아름다운 아침가리골 물놀이 산행을 가기로 한다. 옷을 입은 채로 강물 속을 걷기도 하는 산행이란다. 약 13km이고 6시간 30분 산행인데 물놀이를 하면 그리 많이 여유가 있을 것 같진 않다.


지난 번 지리산 반야봉 산행에서 뱀사골 계곡 내려올 때 만났던 분도 신청했기에 옆자리를 예약했다. 잼나게 부지런히 여름 물놀이 산행을 할 예정이다.


방동약수마을에서부터 산불감시초소까지는 계속 도로길인데 오름길이다. 약 4km를 걷는데 힘들다.


초반에 잠시 방동약수 들러 약수 한 모금씩 마시고 나랑 보폭이 맞는 여산우님과 동행한다. 둘이서 도란도란 잼나다.


내 옆자리에 앉은 짝꿍은 어느새 가고 없다. 물길을 헤치고 막 걸을 거라더니 나랑은 보폭이 안 맞을까 싶었나 보다.


조경동계곡 입구에서 계곡을 바라보며 함산한 여산우님과 점심을 먹는다. 비가 조금씩 내려서 판초를 다시 꺼내 입고 우산도 펼쳐서 쓰고 바위 위에 앉아서 싸온 도시락과 과일을 먹는다.


방태산 아침가리골 계곡은 여러 번 물속을 건너는 산행이다. 거의 허리춤까지 물이 찬다. 한 10여 번 정도 등산화를 신고 옷을 입은 채 스틱을 짚으면서 강을 건넌다. 너무나 시원한 여름 물놀이 산행이다.


아침가리골 계곡을 건널 때 처음에는 무릎까지만 물이 차다가 점차 물 깊이가 깊어진다. 허벅지까지 차는 것은 보통이고 허리까지 물이 차기도 한다.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너무나 맑은 물에 몸을 담그는 산행이라니 왜 이런 걸 몰랐는지 싶다. 매년 여름마다 꼭 한 번씩 와보고 싶은 곳이다.


아침가리골 계곡 트래킹 넘나 시원하다. 콸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물 속으로 들어가 걷는 산행이라 몸도 마음도 시원하다. 함산한 여산우님은 이곳이 두 번째라는데, 길을 잘 알아서 참 좋다.


"왜 이렇게 계곡물을 건너가며 트래킹을 하는 건가요?"

내가 물으니까 여산우님이 그런다.

"저 쪽은 길이 없어요."

"아, 그렇군요!"

강을 건너야 길이 있다니 그렇다면 안 건널 수가 없는 것이다. 강도 하나의 길인 거다.


나는 사진 찍는 거 좋아해서 계곡을 열심히 담는데, 여산우님은 거의 사진을 안 찍는다. 지난 번 왔을 때 예쁜 사진 많이 찍어서란다. 내 사진만 이모저모로 찍어준다.


가다 보니 옆자리 짝꿍도 만난다. 물길을 건널 때 어디가 안전한 길인지 안내를 잘 해준다. 여기가 벌써 3번째라니까 길을 아주 잘 안다. 고맙다.


아침가리골 계곡에서 가장 멋진 곳은 작은 목포란다. 이곳에서 사진 찍으며 놀다 간다. "수영 금지" 표시가 있다. 폭포처럼 계곡물이 하얗게 포말지며 쏟아지는데 시원하기 그지 없다.


아침가리골 작은 폭포는 순백이다! 나는 요즘 흰색이 참 좋은데 하얀 폭포를 보고 있노라니 눈이 부시다.  가만히 있으면 녹색이거나 청빛인데, 함께 있다가 흐르면서 부서지면 흰색이다. 어쩌면 흰색은 가장 화려한  색인지도 모른다.


계곡물 건너는 산행은 엄청 잼나다. 10여 번 이상 물을 가로 질러 건너간다. 제일 난 코스는 허리 위까지 차는 물을 건너는 것이다. 한 번은 산우님들이 쳐놓은 빨간 줄을 잡고 허리 위까지 차는 계곡물 속을 아슬아슬하게 걸어가기도 한다. 한 산우님은 스틱 한 짝이 물에 떠내려갔고, 한 산우님은 물길에 쓸려 내갔는데 간신히 옆 바위를 잡고 빠져나왔다. 위험하지만 쓰릴 넘치는 계곡 물속 산행이다.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다들 잘 건너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빨간 줄을 잡고 도와준 산우님들께 감사하다.


천천히 느리게 걸었는 데도 시간은 약 1시간 정도 남는다. 오전 11시에 방동약수마을에서 트래킹 시작해서 오후 4시 30분에 진동2교에 도착했다. 총 13km, 5시간 30분 트래킹이다. 초반에  좀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제법 편안하고 시원한 산행이었다.

아침가리골 물봉선
초록숲길
아침가리골 물길 산행
아침가리골 조경동 계곡 작은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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