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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Aug 06. 2023

종주는 아무나 하나?

한여름밤의 강남5산(광교산+백운산+바라산+우담산+청계산) 종주

광교산에서 백운산까지와 청계산은 나홀로 따로따로 타보았다. 이번에는 그 두 개를 합치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구간까지 해서 강남5산 종주를 한다. 총 23km, 9시간 소요 예정이다.


I 대장님 리딩에 모두 11명 참석이다. 역시나 일본 중앙알프스 해외원정팀 훈련 산행이다.


요즘 날이 너무 더워서 원정 산행을 못해서 근교산으로 좀 긴 코스를 걸어볼 것이다. 한여름밤의 산행으로 오늘(4일) 금요일밤 11시부터 걸을 거라서 더위는 좀 어떨지 모르겠다. 아마도 내일(5일) 토요일 오전 중에는 하산을 할 것 같다. 광교역 1번 출구에서 광교산 오르기 시작해서 형제봉, 시루봉 찍고, 백운산, 바라산, 우담산 지나, 청계산 하오고개에서 물 보충하고, 국사봉, 이수봉 오른 후, 조금 더 걷다가 청계산 매봉 안 찍고 내려올 모양이다. 도착점이 옛골이나 원터골이란다. 길은 비교적 걷기 좋아서 해볼 만하다.


암튼 나는 중앙알프스팀은 아니지만 덕분에 함께 산행하게 되어 좋은 점이 있다. 무더운 여름에도 산행을 쉬지 않고 1주1산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종주는 처음 해보는데 속도가 딸린다. 다들 앞서가고 자진해서 후미를 맡아주시는 리베로님과 같이 걷는다.


땀이 비 오듯 한다. 산행 시작하면서 여우랑님 찬조하느라 직접 들고 오신 에너지 음료 구론산과 웅기보를 2알씩 먹고, 이커 대장님 나눠주신 식염포도당도 2알씩 먹었다. 그래도 걷는 게 만만치 않다.


"종주는 아무나 하나?"

따라나서는 게 아니었다. 남산우님들과 백두대간녀들은 엄청 빠르다.


백운산부터는 나혼자 처진다. 11명 함께 왔으나 혼자 걷는다. 나름  혼산 좋아하니 매미소리, 풀벌레 소리 들으며 꽃도 담으며 유유자적 걷는다.


광교산에서도 백운산에서도 수도산님들이 기다려주어 기념샷도 남긴다.


그렇지만 빠르게 진행하라고 얘기한다.

"저는 혼자서도 잘 걸으니까요."

"무섭지 않아요?"

"하나도 안 무서워요."

정말이다. 나는 시골 출신이라 어둠도 들짐승도 공동묘지도 귀신도 안 무섭다.


바라산부터는 완전 혼자 걷는다. 나홀로 안 걸어본 산길이다. 길은 걷기가 좋다.


그런데 바라산 정상 데크에 도착하니 수도산님들이 간식을 먹으며 쉬고 있다. 아무래도 날 기다렸지 싶다. 개인사진, 단체사진 찍고 우담산(발화산)으로 간다. 하오고개에서 물 보충을 한다기에 거기로 가려는데 정말 정말 멀다.

"에효! 아무나 종주를 하나?"


하오고개 찾아 삼만리를 한다. 하오고개 이정표는 무지하게 많다. 여기인가 하면 아니고, 저기인가 해도 아니다. 하오고개는 지형 모양이 학의 형상이라서 붙은 이름이라는데 학이나 되어야 쉽게 넘을 수 있는 고개인가 싶다. 오르락내리락한다. 평지길도 한참 걷는다. 국사봉 이정표가 보이기에 또 깊게 한바탕 힘들게 내려간다.


하얀 다리가 보이고, 여명이 밝아온다. 드디어 성남누비길 5구간 태봉산길에서 다리를 건너 성남누비길 6구간 청계산길로 접어든다. 바로 다리가 있는 여기가 하오고개다. 하오고개 의자 위에 물을 한 병 두고 간댔는데, 의자도 없고  어디에도 물병은 보이지 않는다. 국사봉, 이수봉 찍고 옛골로 내려가려면 물이 더 필요한데 말이다.


청계산길 조금 오른 후 아침식사를 하고 가기로 한다. 아침 6시다. 초록숲이 짙은 통나무에 앉아 매미소리 들으며 싸 간 김밥과 바나나, 계란을 먹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켠다.

"국사봉이든 이수봉이든 어디에선가 물을 팔면 한 병 사야겠다."

아침 먹고는 더 갈증이 나지만 물을 아껴 먹으면서 국사봉을 향해 간다.


하오고개를 찾아 걸을 때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더니 국사봉 정상 가까이 가니까 오르는 길에 사람이 한두 명씩 보인다.


힘들지만 하오고개에서 1.5km 국사봉 무사히 도착한다. 날이 밝아서 헤드랜턴도 벗고 모자와 선글을 쓰고 걸으니 한결 수월하다. 아침을 먹었기에 기운도 조금 난다.


국사봉에서 이수봉까지 또 1.5km다. 나는 거의 힘이 소진되어서 자주 쉬어간다. 나무의자 쉼터에서 10여 분 누워서 쉬기도 한다. 바위에 배낭을 내려놓고 앉아서도 자주 쉰다.


이수봉 오르는 길에는 사람이 제법 있다. 커플 한 쌍이 지나가기에 물어보니 저기 보이는 곳이 이수봉이란다.

"얼마나 걸리죠?"

"한 10여 분 가면 됩니다."

빨리 걸어도 30여 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이다.


그런데 나는 엄청 느리게 천천히 걷는다. 하긴 어떻게 걸어도 이수봉에는 오르고, 오전 중에는 옛골로 하산을 하게 되어 있다. 시간은 널럴하다.


이수봉에 도착하니 사람이 무지 많다. 물 파는 이도 있어서 한 병에 2,000원을 주고 사서 보냉병에 붓는다. 물을 마시니 살 것 같다.


갑자기 많이 걸으니 허리가 살짝 아프고 무릎  위 근육이 땅긴다. 양쪽 발가락 사이에 물집이 생겨서 터졌다. 양말은 두 켤레나 신었기에 살짝 쓰라리지만 걷는 데는 괜찮다.


옛골로 하산하면서 계곡을 찾아보는데 없다. 그 누구에게 물어봐도 이 길에는 계곡이 없단다. 그런데 카페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수도산님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알탕을 한 것일까?


옛골에서 직접 만들고 길렀다는 도토리묵과 아삭이 고추를 사가지고 온다. 집에 오니 오전 11시다. 서둘러 찬물에 샤워를 하고, 점심으로는 두부 반 모를 김치에 싸서 먹고, 지난번에 담가놓은 오징어 젓갈과 아삭이고추를 된장에 찍어 밥 한 공기를 다 먹는다. 싸간 김밥과 삶은 계란을 남겨왔고, 어제 만들어놓은 반찬도 있지만, 어째 입맛이 그렇게 당긴다. 어찌나 맛이 있는지 정신없이 먹는다.


산행한 옷 벗어서 빨래를 해서 널고, 아픈 부위에 맨소래담을 바르고, 에어컨을 켜놓고 낮부터 깊은 잠에 빠져들어간다.


자고 일어나니 발가락 물집도 꼬들꼬들 마르고, 몸은 아주 개운하다.


총 21.8km, 10시간 34분, 나의 광청종주 산행기록이다. 힘은 들었지만 무사히 한여름밤의 광청종주를 잘 마쳤으니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것이다. 혼자서도 끝까지 해낸 내가 대단하다. 후훗!

광교역 1번 출구에서 만나 서로 인사
광교산 형제봉 삼거리 시비(산에서/박재삼)에서
형제봉 오르는 데크길에서 본 야경
형제봉에서
나홀로 걷는 야간 산행 신비롭다!
바라산 정상에서
바라산의 달과 야경
성남누비길 하오고개 이정표
하오고개 가는 길 일출과 하오고개  다리
성남누비길 5구간 태봉산길, 6구간 청계산길 안내
여기 아래 통나무에 앉아 아침을 먹는다.
청계산 국사봉 표지석
국사봉에서의 조망
저 뒤에 보이는 봉우리가 이수봉이란다.
청계산 이수봉에서
나의 한여름밤의 강남5산(광교산+백운산+바라산+우담산+청계산) 종주 산행 기록과 획득한 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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