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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May 13. 2023

보드라운 아기 살결 같은 연달래 꽃길

남양주 축령산+서리산+철쭉 산행

하루 전에 수도산(※1) 인테리어 지기대장님이 축령산+서리산 다녀오신 걸 보니 철쭉이 완전 만개를 했다. 미리 알았으면 함산했을 건데 조금 아쉽다. 수도산에서 가면 완전 시간 여유가 있는데 말이다. 이번 주는 바빠서 수도산 카페엘 안 들어갔더니 그새 삼각산 산행지를 변경해서 축령산+서리산을 다녀오신 것이다.


좋은산(※2)에서는 올만에 산행을 한다. 주로 28인승이라 산행비가 조금 부담이 되어서 40인승이지만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은 신산(※3)을 이용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요즘 나와는 산행 인연이 깊은 희망봉 대장님이 좋은산에서 새롭게 리딩을 하고 있어서 가끔은 이용하게 될 것 같다. 산행지와 일정이 맞으면 함산하면 재미있다.


암튼 오늘은 다른 대장님이지만, 축령산+서리산 철쭉이 곱다 하니 간만에 제대로된 철쭉산행을 할 수 있겠다. 총 10km, 6시간 소요 예정다.


남양주 축령산은 수리바위, 남이바위 등 멋진 바위들이 많다. 우회구간이 있지만 암릉을 타고 걷는다.


수리바위에서부터 나보다 젊은 여산우님 한 분과 동행한다. 이제 막 산행을 시작했다는데 얘길 들어보니 초보는 아닌 것 같다. 도란도란 잼나게 산행한다.


전에 함한 적이 있는 만사 대장님이 오늘 리딩은 아닌데 오셔서 인사한다. 산을 오르다 가끔 만나면 주변산 설명을 해주셔서 듣는데 곧 또 잊어버린다. 산은 직접 걸어보고 눈에 담아야 기억할 수가 있다.


남이바위는 남이 장군이 앉아서 수련했다는 바위인데 딱 엉덩이 자리가 있다. 거기 앉아서 저 멀리 천마산, 주금산 등과 마을을 조망해다. 경치가 좋아서 저절로 마음 수양이 되었을 것 같다.


축령산에 연달래가 아주 곱게 피었다. 꽃길을 걷노라면 참 기분이 좋다. "예뻐예뻐!" 감탄을 하면서 걷는다. 아마도 몇 년은 더 젊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축령산보다 서리산 철쭉동산에 가야 꽃이 더 이쁠 거라 하는데 우리는 벌써 축령산에서 연달래에 흠뻑 빠져든다. 연한 분홍 꽃잎에서 보드라운 아기의 살결을 느낀다. 코를 살짝 갖다대면 아기 살내음이 날 것만 같다. 속눈썹은 또 얼마나 긴지 쌍꺼풀진 왕방울 눈이다. 살짝 윙크를 해주고 사진에 담는다. 연달래 꽃길 산행 행복하다.


축령산 정상에서 100+명산 인증을 한다. 하나하나 찍다보니 어느새 30좌이다. 잘하면 2년 내로 완등할 수도 있겠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진달래 꽃길에 꽃보자기를 펴고 앉아 점심을 먹는다. 둘이서 여유있게 식사하며 이야기 나눈다. 여산우님 싸오신 사과와 오렌지도 상큼하니 맛있고 내가 싸간 바나나도 달콤하다. 여산우님은 햄버거, 나는 김밥을 주식으로 먹는다. 오늘은 혼자보다 둘이라서 더 좋다.


축령산에서 서리산으로 가는 도중에 남산우 님 한 분을 만난다. 어젯밤에 내려와 축령산 자연휴양림에서 묵고 낮 12시에 체크아웃하고 축령산에 오르셨단다. 산 베테랑이시다.


나보고 공룡능선을 타보았냐고, 그래서 벌써 3번은 탔다고 그러니까 '산행 상급'은 된다고 그러신다. 화대종주를 해보았냐고, 안 해보았다고, 종주는 거의 해본 게 없다고 그러니까 아무 말도 안 하신다.


서리산 삼거리에서 헤어진다. 바로 내려가신단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고 앞서고 뒤서서 걸으면서 이야기만 나눈 산우님이다. 여산우 님은 내 뒤에서 걸으며 말없이 듣기만 한다. 아직 산행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되니까, 산을 잘 모른단다.


축령산 쪽에서 서리산 오르는 길은 거의 임도 수준의 길이다. 밋밋하고 볼거리도 없고 뙤약볕이고 재미가 없다.


정상이 가까워지니까 나무데크길이 나오면서 경사도가 높아진다. 한참 고 오른다.


드디어 서리산 정상 기념샷 찍고 철쭉동산으로 들어선다. 만개한 철쭉이 우릴 맞는다. 철쭉 터널이다. 한 10여 분 걸으니까 수종이 오래된 멋스러운 철쭉이 나타난다.

"여기선 꼭 인생샷 찍어야 된다."

올 들어 이렇게 많은 철쭉꽃은 처음 만나본다. 철쭉꽃색이 연분홍인 연달래라 하늘하늘 더욱 이쁘다.

"어떻게 철쭉 시즌에 딱 맞춰서 왔을까?"

나는 이런 걸 보면 산행할 때는 계절과 날씨가 항상 내편이라는 걸 느낀다.


철쭉동산 돌비가 정상석보다 더 멋지게 서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서리산 하산을 하면서 보니까 이쪽으로 올라왔더라도 좀 힘들었겠다 싶다. 길이 가파르다. 내려갈 때는 좋은데 오를 때는 이런 경사도도 쉽지는 않다.


산해서 계곡에서 얼굴과 발을 씻고 한참 쉬어간다. 금방 발이 시리다. 시간은 40여 분 정도 남는다. 남은 간식을 먹고도 여유가 있어서 참 좋다.


※1. 수도산  : 다음수도권산악회

※2. 좋은산 : 좋은사람들산악회

※3. 신산 : 신사산악회

수리바위, 남이바위
축령산 철쭉꽃길
축령산 정상에서 100+명산 제30좌
서리산 철쭉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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