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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Apr 29. 2023

위험하지만 쓰릴 있는 암릉 산행

양주 불곡산

중교통으로 양주 불곡산 산행을 간다. 집에서 양주까지 가는데 약 3시간을 잡고 출발한다. 버스 1번 환승, 지하철 2번 환승이다.


불곡산 산행은 총 8km, 4시간 30분 소요 예정이다. 암릉이 많고 오르내림이 적당히 있는 멋진 산이라고 한다. 날씨는 영상 7도에서 21도 내외로 바람이 조금 분다고 하니 시원한 산행이 되겠다.


수도산 인테리어 대장님 리딩에 산우님 3명(백설야 님, 운무 님, 나), 그래서 모두 4명이 함께 한다.


양주역에 내리니 백설야 님이 내 배낭에 달린 명찰을 보고 금방 알아보신다. 방가방가! 집이 죽전이시라는데 7시 20분에 출발하셨단다. 수원에 사는 나는 7시 30분에 출발했다.


곧 인테리어 대장님  오시고, 운무 님이 마지막으로 오신다. 집이 망월사역이라는데, '가까운 사람이 제일 늦는 법'이라고, 그러고 있는 사이에 시간에 딱 알맞게 오셨다.


오전 10시 30분 양주역 1번 출구에서 모두 만나서 양주시청까지 걸어가서 불곡산을 오르기로 한다.


그런데 양주시청 바로 옆 불곡산 들머리 계단 공사를 하고 있어서 우회를 한다. 초반에 조금 헤매다가 곧 길을 찾아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불곡산 정상 상봉은 금방 모습이 보이는데 가까이 갈수록 암릉구간이 나타난다.


날씨는 바람이 불어 아주 시원하다. 땀도 별로 안 나고 초록 숲도 우거져 살방살방 걷는데 기분이 아주 좋다.


오늘은 남산우 님 세 분에 나는 홍일점이다. 덕분에 세 분의 호위(?)를 받으며 행복한 산행을 한다.


인테리어 대장님과 백설야 님은 오래전 웬만한 종주는 함께 거의 다 해본 산친구라 하시고 운무 님도 대장님과 자주 함산하는 분이시라 화기애애하다.


무엇보다 인테리어 대장님 리딩 산행은 '느림의 미학 힐링산행'이니만큼 자주 쉬어간다. 사진도 꽤나 많이 찍는다.


조금 오르다가 점심을 먹는다. 운무 님 싸 오신 오징어 숙회와 백설야 님 직접 만들어오신 또띠야가 별미이다. 방울토마토는 또 어찌나 단지 깜놀이다. 점심시간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불곡산 산행이 아기자기 참 재미나다. 주변 풍경과 기암괴석들 보는 맛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불곡산 정상 상봉에서 100+명산 제29좌 인증을 한다. 내가 이런 거 한다고 하면 산행 고수님들은 '뭐 그런 걸?'  하지만 그래야 또 매주 산행을 할 수 있으니까 목표를 갖는 건 좋은 것 같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 좋아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본다.


임꺽정봉 가는 데크길 조금 가파르지만 내리막길이라 쉽다. 암릉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길이 초록숲으로 덮인 곳이 많아 아주 걷기가 좋다.


암릉을 탈 때는 스틱이 영 불편해 접으면 좋은데, 백설야 님이 들어주셔서 두 손으로 로프를 잡고 가뿐하게 오른다.


그런데 임꺽정봉 쪽으로 가는 암릉을 타고 오르고 있는데 상봉 쪽에서 헬기 소리가 난다. 아무래도 사고가 난 모양이다. 암릉이 많은 산은 늘 그런다. 항상 조심해야 한다.


가파르게 암릉 철난간 구간 오른 후 임꺽정봉 가기 전에 먼저 악어바위 쪽으로 간다. 악어바위 보고는 다시 올라와서 임꺽정봉에 오르려는 것이다. 가는 길에 바위 만물상이 펼쳐진다. 물개바위, 거북바위, 공깃돌바위, 아기물개바위, 코끼리바위, 공룡바위 등등 기암괴석들이 조각품처럼 우뚝 서 있다. 일부러 만든다 해도 저리 만들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자연의 작품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불곡산 멋진 바위들, 그중에서도 악어바위가 단연 으뜸이다. 어쩌면 바위가 딱 악어 모습을 닮았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비스듬히 달라붙은 악어 등에 악어무늬를 한번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함산 한 산우님들은 악어바위 가까이 올라가서 암릉 위에서 사진을 찍는데 나는 무서워서 조금 아래쪽까지만 올라가서 찍는다.

"나에게 과욕은 금물이다."

산우님들 사진 찍는 모습만 봐도 오금이 저려 차마 쳐다보지도 못하겠다.


인테리어 대장님은

"거기 홈 있잖아. 그리로 올라가. 조금 더 내려와."

사진을 찍으시면서 요청이 많다.

하긴 그래서 더 멋진 사진을 남긴다.


가파른 암릉을 타고 내려온 악어바위에서 다시 올라가 임꺽정봉 오르는 것은 생략 하기로 한다. 악어바위 위 쪽에서 공룡바위를 바라보며 간식을 먹으며 쉬어간다.


대교아파트 쪽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복주머니바위, 삼단바위, 남근바위, 갓바위 등이 있다. 예쁜 미나리아재비, 수국을 담는다. 총 6.5km, 5시간(휴식, 점심시간 포함) 산행이다.


뒤풀이는 <실내포장마차>에서 목삼겹살과 김치찌개로 한다. 고기도 반찬도, 직접 길렀다는 쌈채소도 어찌나 맛이 있는지 정신없이 먹는다. 해남 아주머니 음식 솜씨가 보통이 아니시다. 그런데 이제 곧 해남집으로 내려가신단다. 아주머니 음식솜씨를 보려면 해남까지 찾아가야만 한다.


그런데 이 해남 아주머니가 우리가 계산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남은 반김치와 쌈장을 싸주시면서 집안 오빠 얘기를 풀어놓는다. 오빠가 산악회 대장님이었다고, 아주 건강하게 산을 잘 타고 인기도 많았는데, 얼마 전에 심장마비로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단다.


이분은 위험한 암릉을 타다가 사고가 난 것도 아니다. 집에서 잠을 잤더라도 심장마비는 아주 갑작스럽게 올 수 있다.


"그러면 산을 안 가야겠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다. 우리는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지인 중에 요 몇 년 사이에 교통사고로, 질병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이 있다. 그중에는 운전을 하던 이도, 그냥 걷던 이도, 열심히 여행하고 산행하던 이도 있다. 그러면 위험하니까 운전을 안 해야 하고, 걷지도 말아야 하고, 여행도 산행도 그만두어하겠는가? 그건 아니다. 우리는 그저 하던 일을 즐겁게 하다가 손님처럼 죽음이 찾아오면 반갑게 맞이하며 손잡고 일어설 준비를 하고 살아가야 한다. 그게 현명한 방법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한 번은 오는 것이고 순서가 없기 때문이다.


불곡산 괴석 조각품들을 보며 위험하지만 쓰릴 있는 암릉을 탈 수 있음을 감사드린다. 지금 여기에 건강하게 살아있기에 이런 감동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성품 좋고 웃음 많은 인테리어 지기 대장님, 권투, 복싱 등 운동으로 몸이 단련되신 백설야 님, 쉬는 날에는 산행을 하신다는 운무님, 그리고 매주 한 번은 산행하는 나, 모두 함께 해서 더 즐거운 산행 감사하다.

불곡산의 기암괴석
불암산 정상 상봉에서
불곡산 전망대에서의 조망
쓰릴 있는 암릉 타기
공깃돌바위에서
악어바위에서
복주머니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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