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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Apr 23. 2023

산을 독차지하고 걷는다

해남 흑석산

멀리 땅끝마을까지 진출한다. 신산 해남 별뫼산(별매산)+가학산+흑석산 1일3산 산행이다.


침 오늘 흑석산 철쭉제도 한다는데 볼거리가 좀 있을지 모르겠다. 요즘 여기저기 철쭉이 만발해서 근교에서도 철쭉 보는 건 쉽지만 또 해남 흑석산에서 보는 철쭉은 색다른 맛일 듯하다.


흑석산은 비가 내리면 물을 머금은 바위가 검은색을 띠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가장 화려한 색은 검은색과 흰색이라고 했던가! 무채색이지만 그 자체로 빛나는 색이기 때문이다. 연필화, 펜화, 수묵화를 보아도 그렇다. 나도 멋진 검은 바위와 고운 진분홍 철쭉과 함께 수묵화 한 장쯤은 그려보고 싶다.


낮 12시 제전마을에서 산행 시작한다. 산행은 별산부터 찍고 가학산을 거쳐 흑석산 100+명산 인증하고 흑석산자연휴양림으로 내려올 거다. 총 10km, 5시간 30분 소요 예정이다.


그런데 해남 산들은 거의 암릉 구간이 많다. 이곳 별뫼산+가학산+흑석산도 만만치 않다. 초반부터 철판 밟고 로프 잡고 오르는 경사 암릉구간이 있다.


산행 시작할 때만 대숲길이 나타나길래 좋아했더니 그게 아니다. 날도 덥고 힘을 쭉쭉 빼면서 오른다. 다행히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고 주변 풍경이 좋다. 힘은 들어도 이런 맛에 산을 오르는 것이다.


가파른 암릉 위에 남산우 님 모습이 보인다. 햐! 무섭지도 않나 보다. 나는 우회구간이 있을 때는 돌아서 오르고 그렇지 않을 때는 암릉을 탄다. 그래도 아찔하다.


암릉구간 지나면 철쭉꽃길에 대숲길이 예쁘다. 주변 조망도 좋다. 약간의 미세먼지가 있지만 이 정도면 풍경이 좋은 편이다. 산마루금과 저수지와 암릉들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기기묘묘 기암괴석들과 씨름하며 혼자 걷는다. 그래도 담을 건 다 담는다. 산에 오면 다들 어찌나 걸음이 빠른지 느린 나는 도무지 보조를 맞출 수가 없다. 초반에 사진 찍어주던 이들도 모두 앞서가고 없다. 오늘도 후미다.


그래도 나는 혼자 걷는 게 나름 좋은 사람이다. 가학산 정상도 풍경사진만 찍고 그냥 지나친다. 셀카는 영 내 취향이 아니라서 인물사진은 안 찍어도 괜찮다 생각한다. 딱 우리 산악회에서만 왔는지 지나가는 사람도 마주치는 사람도 없다. 산을 온통 혼자 차지하고 걷는다. 참 좋다.


흑석산을 바로 앞두고 있는데 조각인가 싶게 앉아있는 사람 모습이 길 한가운데서 역광으로 큼지막하게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니 쉬면서 사과를 먹고 있는 남산우 님이다. 물어보니 우리 산악회에서 오신 분이다.


"오랜만에 산에 왔더니 힘드네요."

"저는 매주 다녀도 힘드네요. 여기 1일3산인 데다 암릉이 많아 쉬운 산 아닌 데요."


그러고는 함산을 한다. 서로 사진도 찍어주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걷는다. 다행이다. 나처럼 느린 사람이 있어서.


덕분에 흑석산 정상 100+명산 28번째 인증을 셀카로 찍지 않아도 된다. 여러 장 남겨본다.


흑석산에서부터 함산 한 산우님이 바람재에서 커피 한잔하고 가신다기에 나는 아주 조금만 먹는다. 지금 시간에 커피 마시면 밤에 잠이 안 온다.


조금 내려오니 은굴약수터가 있다. 앞서가던 산우님 커플 한쌍이 거기서 물을 먹고 있다.

"물맛이 정말 좋아요. 눈이 번쩍 뜨여요."


그래서 우리도 물을 받아 마신다. 약수가 워낙 쫄쫄거리며 가늘게 나오고 있어서 물 받기가 쉽지 않다. 앉아서 물통 뚜껑으로 받아서 남산우 님한테 주니 연거푸 4번을 마신다. 나도 2번 마시고 조금 받아서 물통에 넣는다.


곧 은굴이 나온다. 은굴 안내판이 있는데 읽어보지도 못하고 사진만 담는다. 버스 탑승시간에 대어가기가 조금 촉박할 듯하여 서두른다.

  

흑석산 자연휴양림으로 하산하니 오후 5시 10분이다. 흑석산 철쭉제는 사람도 없고 한산하다. 축제를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해서 다 간 것인지 아예 사람이 없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산악회 버스는 오후 5시 20분 흑석산 자연휴양림에서 귀경길에 오른다.

멋진 암릉
암릉을 배경으로
지나온 길, 주변 조망
철쭉꽃길, 대숲길
저 바위 위가 흑석산 정상이다.
흑석산 정상에서
은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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