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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Apr 10. 2023

진달래꽃이 되고파 진달래빛 옷을 입고

마산 무학산

진달래를 보려고 마산 무학산으로 진출한다. 물론 얼마 전에 부천 원미산 진달래동산에서 진달래 꽃을 실컷 보았지만, 또 높은 산에서 보는 진달래는 색다른 맛이 난다. 당연히 꽃이 예쁘게 피었을 때 보러 가야 한다. 진달래 역시 봄 한철 피어나는 꽃이고, 무학산은 안 가본 산이니까.


무학산 산행은 무학산과 학봉을 찍는 A코스 약 9km, 무학산만 찍는  B코스 약 8km, 두 가지가 있다.  행시간은 5시간이라 그 어느 쪽을 타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조  쉬운 게 좋아서 마산여중~전망대~만남광장~서마지기~무학산~서마지기~전망대~무학폭포~서원곡 코스로 조금 단축해서 B코스로 다.


초반에 산행을 시작하려는데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지난번 고성 연화산에서 함산 했던 분이다. 나처럼 느리고 천천히 가시는 분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함산 하게 되었다. 사진도 찍어주시고 도란도란 함께여서 좋다.


오늘 하늘은 정말 맑다. 투명하다고나 할까? 산행 중 만난 여산우님 중에 하늘 구름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서 산에 오른다는 이가 있는데, 나도 그런 편이다. 산에 오면 자꾸만 하늘을 우러러보게 된다.


서마지기까지는 진달래 군락지가 아주 많은데 거의 꽃이 안 피었다. 드문드문 조금씩 피었다. 앞으로 한 주일 정도는 지나야 피겠다.


그런데 무학산 정상 쪽을 보니 진달래 색이 곱다. 기대를 해도 좋겠다. 진달래 터널 제대로 안 피어 아쉬워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무학산 정상 쪽 활짝 핀 진달래 군락지가 나타난다.

"와우!"

입이 딱 벌어진다.

"어쩜 어쩜!"

나는 환상의 진달래 풍경을 보며 사진 찍느라 바쁘다.


내가 진달래꽃에 취해 있는 동안 함산한 산우님은 그새 전망대를 갔다 오셨다.

"조망이 아주 깨끗해요."

그래서 나도 전망대를 가본다. 바다가 시원스레 보이고 정상 쪽 진달래 풍경도 조망이 된다.


다시 정상 진달래 풍경을 담으며 서마지기로 간다. 평지가 약 600평 정도 되는데 '서마지기'라고 부른단다. 서마지기 나무의자에 앉아 진달래 꽃산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고, 진달래를 배경으로 서서 사진을 찍는다. 참 복된 날이다.


서마지기에서 정상 올라가는 길은 365 사랑계단이다. 1년 365일이 계단에 쓰여 있다. 데크길 양 옆으로 진달래가 만발하였다.


중간쯤 오르니까 진달래 꽃길 사이로 파아란 바다도 그림같이 펼쳐진다. 넘넘 멋지다.


사람들이 나보고 "진달래네요." 그런다. 내 옷 색깔이 진달래빛이라서다.

"일부러 진달래꽃이 되고파서요."

대답을 하고 나니 옷을 차려입을 때 생각이 난다. 기왕이면 꽃무리에 섞여보고 싶었으니까. 후훗!

그런다고 꽃이 될 리는 없지만 마음만은 꽃이고 싶다.


그런데 희한하다. 나는 다른 사람 사진을 찍어줄 때 가능하면 사람이 안 나오게 찍어준다. 그런데 내 사진을 보면 중요한 배경에서 찍을 때 꼭 주변 사림이 스트라로 들어가게 찍어준다. 모자이크 처리를 해보지만 사진이 좀 별로이다.


365 사랑계단을 다 올라가니 바로 정상이다. 바다 쪽으로 탁 트여서 조망이 좋다. 창원시와 마산구와 마창 다리도 보이고 올망졸망한 가까이 보인다. 한참 서서 풍경을 즐긴다. 몸과 마음이 시원해진다.


무학산 정상에서 100+명산 제27좌를 찍는다. 진달래꽃이 만개하고 조망이 좋은 무학산에 오길 잘했다.


함산 한 산우님이 본인은 그냥 서원곡으로 내려갈 거라면서 나보고 "학봉 갈 건가요?" 물어본다. 아까 대장님이 차 안에서 산행 안내를 할 때 시간은 여유가 있어서 충분하다 했는데, 그냥 B코스로 내려가기로 한다. 실은 어제도 남산순환길 7km를 4시간 걸었고, 오늘도 연달아 걷는 거니까 체력을 좀 아끼는 것도 괜찮다.


무학산 정상에서 서마지기로 다시 내려온다. 내려올 때 조망 좋은 곳에 서보니 사람이 없어서 사진 찍기가 좋다. 아까 아쉬웠기에 다시 사진을 남긴다. 리베리 굿!


서마지기에서 서원곡 쪽으로 내려간다. 길이 굉장히 가파르다. 이쪽으로 올라왔으면 고생 깨나 했겠다. 그렇지만 하산은 비교적 쉬운 편이다.


산은 참 쉬운 코스도 있고 어려운 코스도 있다. 최단 코스는 시간이 짧은 반면에 급경사로 오르고 내려가야 한다. 서원곡~서마지기~정상 코스가 그다.


하산길에도 전망대가 있다. 바다와 섬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전망대 정자에서 많은 사람들이 쉬어가고 있다. 우리는 놀멍쉬멍이라 잠시 바다 조망을 하는 것으로 휴식을 대신한다.


서원곡으로 내려오는 하산길에도 365 사랑계단이 있다. 방향을 달리해서 오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중간쯤에 너덜지대가 있다. 탑을 쌓아놓은 곳도 있다.


계곡 물소리가 싱그럽다. 무학폭포와 약수터가 있는 곳에서 계곡에 발 담그고 쉬어간다. 발이 너무 시리다. 한 2~3초도 견디기 어렵다. 얼른 양말을 도로 신고 약수 맛을 보고 걷는다.


하산해서 데크로드로 서원곡 주차장까지 내려온다.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다. 길이 예쁘다. 오래된 나무들도 고풍스럽다.


데크로드에서 나오니 왕동백꽃이 활짝 피었다. 꽃이 얼마나 큰지 신기하다. 철쭉과 겹벚꽃도 탐스럽다. 계곡 가에 벚나무 군락지가 있는데 꽃이 다 떨어지고 없다. 꽃이 피었을 때는 참 예뻤을 것 같다.


오전 11시 30분 산행 시작해서 오후 3시 30분 하산을 마친다. 시간이 1시간 정도 남는다. 산행할 때 바람이 시원해서 땀을 안 흘렸기에 준비해온 여벌옷은 안 갈아입는다. 주차장 아래 정자에서 서원곡을 바라보며 남은 간식 찹쌀떡과 사과를 나누어 먹는다. 간단하게 세면만 한다. 사진 정리를 해서 기록을 남기며 귀경시간을 기다린다. 나는 이런 여백이 참 좋다.

연달래, 죽단화, 홀아비꽃대
무학산 진달래 꽃길
서마지기에서 바라본 무학산 정상 쪽 진달래
진달래 꽃동산 무학산 365 사랑계단에서
무학산 정상 조망터에서
무학산 정상석과 태극기
서원곡 무학폭포에서 쉬어가기
동백꽃, 겹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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