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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Mar 30. 2023

분홍분홍 진달래 꽃길, 구불구불 벚꽃길, 장복산 능선길

진해 장복산+진달래+벚꽃 산행

해 벚꽃은 오늘부터 축제 기간이라고 한다. 어제 전야제를 시작으로 사람이 무지 많단다. 나는 사람 많은 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어쩌다 축제를 가게 되었다.


지난주에는 광양 매화 축제를 갔고 오늘은 진해 벚꽃 축제를 간다. 아직 한 번도 못 가본 곳이라 많은 인파를 헤치고 가보는 것이다.


광양 매화축제를 가보니 쫓비산 산행 후에 매화 마을을 둘러보는 건 괜찮았다. 꽃구경 온 사람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한 후였다.


오늘은 어쩌려나 모르겠다. 장복산과 경화역만 갈 거고 여좌천은 안 갈 거라서 인파를 조금은 피해서 구경을 했으면 싶다.


산행 짝꿍 달리아님과 함께 가니 즐거운 산행이 되겠다. 안전하고 멋진 산행이 되길 기도드린다.


장복산 산행은 총 12km, 6시간 소요 예정이다 장복산조각공원~삼밀사~장복산~덕주봉~안민고개~진해교회~문수사~경화역 코스이다. 낮 12시 산행 시작해서 오후 6시 하산하면 된다. 시간은 넉넉할 듯하다.


초반에 장복산 편백치유의 숲을 지나 장복산 정상까지 500m는 가파른 오르막길이고, 그 이후부터는 편안한 능선길이다. 편백숲 나무들이 너무 멋지고 진달래가 만개해서 힘든 줄 모르고 오른다.


올 들어 만개한 진달래를 원 없이 본다. 숲길이 완전 분홍 꽃들의 잔치이다. 가다가 멈추고 또 가다가 멈춘다. 달리아님이랑 함께 와서 사진도 많이 찍으면서 긴다. 즐거운 산행이다.


장복산 정상 조망이 너무 좋다. 날씨가 살짝 흐리고 미세먼지가 있어서 바다풍경이 시원스럽지는 않은데, 또 그런 모습이 신비스럽기도 하다. 달리아님은 꽃 보는 것 보다도 바다풍경 보는 게 더 멋지다고 연신 감탄을 한다. 복 받은 날이라나! 암튼 그림 그리는 화가는 또 보는 눈이 다른 것 같다.


장복산 정상에서 100+명산 제26좌를 찍는다. 하나하나 찍다 보니 어느새 1/4을 넘어섰다. 시작이 반이다!  


장복산 정상에서부터는 계속 오른쪽으로는 진해바다를 보면서 왼쪽으로는 창원 시내를 보면서 걷는다. 능선길이 너무나 편안한 길인데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다. 곳곳에 핀 진달래 적당한 암릉, 군데군데 쉬어가는 정자, 정말 정말 멋지다.


주작, 덕룡산처럼 힘들지도 않고 조망은 두 배로 좋다. 봄이면 한 번씩 꼭 오고 싶은 산이다.


점심은 오후 2시에 먹는다. 장복산 정상 조금 지나서 따뜻하고 바람이 안 불면서 진달래꽃도 예쁘고 바다 조망도 좋은 곳이다.


우리들의 점심식사는 김밥, 팥죽, 삶은 계란, 한라봉, 포카리스웨트 음료, 커피 등이다. 달리아님도 나도 가볍게 먹기 좋은 것들로 싸왔다.


나는 오전 10시에 휴게소에서 20분 간 쉴 때 김밥 한 줄과 커피를 먹어서 배가 안 고팠지만 달리아님이 아무것도 안 먹어서 더 늦게 점심을 먹을 수가 없었다.


삶은 계란과 김밥은 남기고 맛있게 먹는다. 차 안에 두고 온 통밀빵도 있어서 이따 하산해서 저녁 대용으로 먹으면 되겠다.

장복산 편백 치유의 숲
장복산 진달래와 정상에서 진해바다를 배경으로


장복산은 신기한 점이 많다. 산길 양옆으로 벚꽃을 많이 심어 놓았다. 진달래는 자연발생적으로 피어난 것 같고, 벚꽃은 일부러 심지 않았을까 싶다. 진해 전체가 벚꽃으로 가득한 도시라고나 할까? 그것도 산길에서 만나는 벚꽃은 만개하면 정말이지 환상 그 자체일 것 같다.


장복산은 지금으로부터 한 10여 일 정도 지난 후에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이다. 그날은 날씨가 쾌청하게 맑아 바다와 창원 시내, 그리고 산속 구불구불한 꽃길 조망이 시원스레 제 색감을 발휘하면 얼마나 좋을까 기대를 해본다.


장복산 덕주봉은 올라가기가 좀 어렵게 되어 있다. 안내판에도 지이 약해 올라가면 위험하다고 되어 있고, 또 데크길 올라가는 데를 막아놓았다.


그런데 먼저 올라갔다 내려오는 커플 한 쌍이 조망이 좋다고 올라가 보란다. 실제로는 그리 위험한 곳은 아닌데 그랬다 싶다.


덕주봉 조망이 장복산 전체 조망 중 가장 으뜸인데 말이다. 거길 안 올라봤으면 어쨌을까? 장복산 최고의 조망을 놓치고 말았을 것이다.


덕주봉 올라가는 길을 막아놓을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철 난간 같은 걸 만들어 놓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가능하면 더 멋진 풍경을 보려고 애를 쓰기 때문이다. 산사람들은 그만큼 호기심이 강하다.


그 어느 유명한 화가가 이렇게 예쁜 그림을 그려본 적이 있을까? 자연이 창작해 내는 예술작품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가 없다. 우리가 자주 산행을 하고 여행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나 할까? 책이나 영화, 음악, 그림 등 사람이 만들어낸 그 어떤 아름다움보다도 자연이 만들어내는 작품은 최고의 미를 자랑한다. 감동감동! 가슴이 자꾸만 벅차오른다. 오늘도 엔도르핀이 팡팡 솟아 몇 년은 더 젊어졌지 싶다.


암릉 사이로 난 능선길에 분홍분홍 진달래와 벚꽃, 아직 초록이 올라오지 않은 겨울나무들, 조금씩 초록물이 올라오는 풀과 나무와 꽃들 그리고 데크길, 흙길, 구불구불 능선길, 새 두 마리가 하늘을 나는 모습이 바다와 도시와 어우러져 진풍경을 자아낸다. 한눈에 들어오는 장복산 풍경은  자연이 만들어낸 최고의 작품이다. 조각이라고 해도 될까, 그림이라고 해도 될까, 음악이라고 해도 될까, 영화라고 해도 될까, 그 무엇이라고 불러도 어울릴만한 그런 작품이다.


달리아님이 여기다 집 짓고 살면 좋겠다고 그런다. 아니 정자 하나를 집으로 만들어 살면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써도 좋겠다. 나도 그러고 싶다.


활짝 핀 진분홍 진달래 꽃길에 딱 한 그루 하얀 목련이 서 있다. 벌써 피었다가 지고 꽃잎 몇 장만 남아 있다. 조금 외롭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 생각은 부질없는 것이다. 자연은 많이 모여 있건 혼자 서 있건 다 하나인 것이다. 자기가 가진 모습 그대로 한껏 어우러진다.


덕주봉을 지나 안민고개 쪽으로 가니 드디어 벚꽃길이 나타난다. 이제 막 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활짝 핀 벚꽃도 꽤 있다. 구불구불 벚꽃길이 너무나 예쁘다. 어떻게 산속에 이런 꽃길이 다 있을까? 완전 동화 속을 걷고 있다.


알록제비꽃과 노랑제비꽃도 지천에 피어 있어서 담는다. 정말 복된 날이다.


안민고개가 다 와가니 벚꽃이 만개한 곳이 많다. 달리아님 살색 벚꽃이 활짝 핀 모습이 내 티셔츠 색이랑 닮았다고 그런다. 그러고 보니까 그렇다. 나는 분홍색도 살색도 참 좋아하는데 말이다.


활짝 미소 짓는 벚꽃 속에서 우리 입도 자꾸만 벙싯거린다. 저저로 웃음이 터진다. 꽃 속에 서면 덩달아 우리도 꽃이 되는 것 같다.

덕주봉에서 바라본 장복산 정상과 진달래 꽃길
장복산 능선길 걸으며 진해 바다 조망
분홍분홍 장복산 진달래 꽃길
구불구불 장복산 벚꽃길


안민고개에서 오른쪽 데크길로 내려오니 도로길이 나온다. 도로길 따라 쭈욱 오래된 벚나무들이 심겨 있다. 수령이 얼마나 되었을까 궁금하다. 어떤 벚나무들은 몸통에 홈이 파여 시멘트로 채워놓은 것도 있다. 오래 살면 그 무엇이나 아프고 치료가 필요한가 보다.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었다. 포장도로가 아니고 흙길이면 더 이뻤겠다 싶지만, 그러면 또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질척거리고 관리가 쉽지 않을 것 같긴 하다.


오늘 내 트랭글은 두 번이나 꺼져서는 도무지 산행 기록을 안 해준다. 따라가기를 두 개나 받아서 켜고 가는데 무엇이 문제인지를 모르겠다.


리딩 대장님이 차 안에서 알려주시기로는 안민고개에서 오른쪽 데크길로 내려와서 도로길 걷다가 풍경카페 지나서 왼쪽 데크길로 내려오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사람한테 길을 물어봤더니 '따라오라'라고 해서 한참 길을 돌아서 갔다. 대신 좀 편안한 길로 갔다. 그 동네 사는 사람이라는데, 우리가 등산 초보인 줄 알았는지 데크길 내려가 가파른 산길로 질러서 경화역 가는 걸 염려한 것 같다.


암튼 트랭글이 기록을 안 해주니 어느 길로 내려왔는지를 모르겠다.


<덕주동산>이 보이니 바로 아래쪽에 경화역이 있다. '경화동의 보물 덕주'라는 기이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바위를 붙여서 집을 짓고 살고 예언도 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서 겨우 경화역을 찾았다. 경화역 벚꽃길 능수벚꽃에서 사진을 찍는다.


경화역 벚꽃길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사람 안 들어간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다. 얼굴이 정면으로 들어간 것은 모자이크 처리를 해본다.


벚꽃이 아직 한 40% 정도 피었다. 다음 주쯤에는 만개를 하겠다. 그래도 이 정도가 어디냐? 산행도 하고 진달래와 벚꽃도 보고 행복한 산행이다.


벚꽃 축제를 하는 장소인 여좌천이나 군항제를 하는 해군사령부 쪽은 안 가도 전혀 후회가 없다. 다만 장복산 벚꽃길에 꽃이 만개하면 그 길을 다시 걸어보고 싶다.


그런데 다음 주에는 여고 친구들과 여행이 잡혀서 다시 가보기가 어렵다. 아쉽지만 장복산 벚꽃길은 내년으로 미뤄야겠다.


경화역 벚꽃길에는 사람이 많아 벚꽃 담기가 어렵다. 그런데 의외로 우리가 타고 갈 탑승 버스 찾아가는 길, 경화역 건너편 길, 실은 길을 잘못 들어섰다, 그 길에 아주아주 오래된 벚나무에 벚꽃이 완전 작품이다. 어찌 저리 예쁠꼬! 길을 헤매길 참 잘했다! 유명한 곳이 아니니 사람도 거의 없다. 이래서 여기저기 한적한 길을 걸어봐야 한다. 이곳에서 만난 벚꽃이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진짜 벚꽃 보석을 만난 것이다. 벚꽃에서 아주 빛이 난다.


버스는 오후 6시에 탑승해서 귀갓길에 오른다. 눈과 마음이 호강한 날이다. 이 예쁜 자연을 선물로 주신 분께 감사를 드린다.

안민고개에서 내려와서 경화역 가는 데크길 벚꽃
능수벚꽃에서
경화역 철길 벚꽃
경화역 건너편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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