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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Mar 15. 2023

봉황마당, 봉황정, 상서로운 새 봉황과의 만남

대전 계족산

친구하고 대전 계족산 산행을 한다. 대전복합터미널에서 만나 산중골 주차장으로 가서 주차한 후 계족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초입에 계단이 있는데 그 위로 올라가니 조그만 연못에 데크길이 예쁘게 조성되어 있다. 연못을 가로질러 가지 않고, 연못을 끼고 오른쪽으로 간다. 처음에는 길이 조금 좁지만 곧 넓은 길이 나오면서 편안하게 걷기가 좋다.


하늘이 참 맑다. 날씨도 따뜻하다. 계족산 정상인 듯한 봉우리가 아주 지척으로 보인다.


온라인에서 계족산 산행기록을 찾아보니 최단코스는 약 2km 정도로 1시간이면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단다. 그렇지만 우리는 조금 더 긴 코스를 탈 생각이다. 갔던 길 그대로  원점회귀하지 않고 빙 돌아서 내려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다.


봉황마당에서 왼쪽길로 들어서니 계족산 정상까지 계속 오름길이지만 금방이다. 나는 배낭을 차에 두고, 보조 가방만 메고 스틱을 짚으면서 오르니까 더 쉽다.


계족산은 상서롭고 고귀한 상상의 새 봉황과 관계가 깊은 모양이다. 테마를 봉황으로 해놓았다. 봉황마당, 봉황정 등이다. 계족산 정상을 '봉황봉'이라 부르면 금상첨화겠다. 나 혼자서 그렇게 생각하며 오른다.


황은 수컷이 봉, 암컷이 황으로 암수를 의미하며 성군의 덕치를 상징한다. 임금이 나라를 잘 다스릴 때, 나라가 태평할 때, 봉황이 나타난다. 봉황은 대나무 열매를 먹고 오동나무에 깃들이고 산다. 봉황은 암수가 금슬이 좋아 남녀 간의 사랑을 의미하기도 한다.


봉황에 대해서 찾아보니 왜 계족산에 봉황을 상징으로 삼았을지 궁금하다. 아마도 이런 모든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을까 싶다.


계족산 정상에 서니까 하늘이 파란 게 넘 이쁘다. 계족산성과 대전 시내도 깨끗하게 바라다 보인다.


계족산 정상에서 100+명산 25좌 인증을 한다. 가지고 올라온 포카리스웨트 이온음료를 한 모금씩 마시고 잠시 쉬어간다.


계족산성과 봉황정에 대한 안내판이 있어서 어본다. 계족산성은 삼국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역사가 정말 오래되었다. 봉정에서 보는 일몰풍경이 장관이라고 한다. 언젠가 계족산에 올라 일몰도 한번 볼 수 있기를 본다.


처음에는 올라갔던 길로 다시 내려와 원점회귀하려고 했는데, 산행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는 코스가 아니 다른 쪽으로 둥글게 돌아서 내려가보기로 한다. 봉정 쪽으로 내려간다.


계족산 정상에서 봉황정은 200m 거리금방이다. 나무에 조금 가리기는 하지만 대전시내가 조망이 된다. 도시락을 싸왔으면 봉황정에 앉아 먹으면 딱 좋겠다.


봉황정 앞에서 계족산 명품 숲길 조성 안내도를 보니까 계족산성을 따라서 쭈욱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숲길이 조성되어 있는 것 같다.

'맨발로 산을 걷는다.'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


봉황정부터는 약간의 능선길이 이어진다. 아마도 그 능선길을 따라가면 무림정사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우리는 왼쪽길을 찾는다. 용화사와 산중골 주차장 방향으로 가야 해서다. 이럴 때 보면 차를 가지고 오지 않으면 아무 방향으로나 내려갈 수 있는데, 차를 가져오면 차 세워둔 지점으로 가야 하는 게 문제이다.


어쨌든 가다 보니 왼쪽 방향 길이 나오는데, 그 길로 들어선다. 엄청 가파르고, 낙엽도 많이 쌓여 있고, 그리 잘 닦여진 길이 아니다. 애를 좀  먹는다.


그런데 나는 공간지능이 높아 육감을 따라 몸을 움직이면 거의 원하는 하산지점으로 내려가게 되는데, 이번에도 딱 그랬다. 임도길 나오길래 가로질러 또 산길로 접어들어 내려간다. 산중골 주차장 찾아가는 길에 볕이 잘 드는 지점에서는 샛노란 생강꽃이 막 피어나고 있다.


하산해 보니 데크길이 조성된 작은 연못이다.

'어찌 그리 딱 맞을까? 발길 닿는 대로 걸었는 데도!'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연못 옆 도로변에는 산불방지 깃발이 나부낀다. 산불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방심하다가는 순식간에 숲을 폐허로 만든다.


작은 연못 데크길에서 노인들 몇 분이 저 산을 올라갈 수 있느니 어쩌니, 나이가 들어 못 올라가니 어쩌니,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우리도 조금 더 나이가 들면 그런 이야기를 할런지도 모른다.


친구가 그런다, 나이 들면 모든 게 다 평준화되는 거라고. 학벌도 미모도 권력도 부도 명예도 건강도 다 쓸데없는 때가 온다. 너나 나나 우리 모두 다. 그때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일 것이다. 나는 기독교신앙이 있어서 죽음 이후에는 이 땅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영원한 세계로 입성하는 것이니까 감사하다.


데크길을 통과해서 하산 완료한다. 연못 거울에 비친 풍경이 맑다. 오리  한 쌍이 푸드덕거리며 연못에서 놀고 있다.


대전 맛집 <매봉식당>에 들러 '고기품은 두부전골'로 조금  늦은 점심식사를 한다. 한 가지 메뉴로 대전 맛집을 평정한 식당이라고나 할까? 두부 사이에 고기가 들어가 있는데, 전골을 팔팔 끓인 후, 와사비 장에 찍어 먹으니 담백하면서도 고소하다. 국물맛도 일품이고, 듬뿍 넣어준 야채도, 마지막으로 끓여 먹칼국수도 맛나다. 얼마나 깔끔하게 먹었는지 배가 너무 부르다. '고기품은 두부전골(소)' 27,000원이니 가성비도 최고다.


이제 친구와 놀다가 집으로 간다. 전복합터미널에서 수원버스터미널까지는 1시간 40여 분 걸린다. 평일이라 현장발권을 해도 좌석이 이 남아 있다.


친구랑 오붓하게 지방 산행을 자주 하자고 했다. 안내 산악회를 이용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산행을 하면 시간제약이 없어 더 여유가 있다.

봉황마을 정자와 황금봉황과 황금손 조형물
계족산 정상
계족산성 조망
봉황정
생강꽃
작은 연못 데크와 연못 거울
<매봉식당>에서 고기품은 두부전골(소)로 조금 늦은 점심식사
계족산 산행기록 :  총 2.8km, 2시간 소요(휴식시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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