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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Aug 22. 2023

정상에서 먹는 아이스크림과 물놀이

과천 청계산+선녀폭포

혼산으로 과천 청계산을 가려는데 이전에 토산에서 북설악+외옹치 바다향기로 산행 때 함산했던 분이 전화가 와서 같이 가기로 한다. 요즘처럼 더운 때는 혼자보다는 둘이 나을 수도 있어서이다.


수도산 소개를 했더니 카페에 가입했단다. 시간이 맞으면 자주 함산하면 좋겠다.


의정부에 살아서 자차로 오신단다. 옛골 근처 어디에 주차가 가능한지 알아보시라고 한다.


수도산님들은 관악산 파이프 능선을 탄다는데 더운 날 암릉산행은 피하고 싶다. 폭염에 나무 한 그루 없는 암릉 바위를 짚고 오르는 일은 그냥 생각만 해도 싫다. 암릉산행은 시원한 계절에 하는 게 좋다.


옛골에서 청계산 매봉 찍고 혈읍재로 해서 선녀폭포에서 알탕 하고 옛골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탈 예정이다. 선녀폭포까지는 두세 번 가보았지만, 옛골에서 매봉 오르는 코스와 혈읍재에서 옛골로 내려오는 코스는 처음이다. 산은 어디로든 정상으로 가게 되어 있으니 오르면 매봉에 닿을 것이다.


옛골에서 산행 시작해서 매바위 먼저 오른다. 숲길이라 시원한 데도 기온이 높아 땀이 줄줄 흐른다. 길은 육산이라 걷기가 좋다. 폭신폭신 흙길이 대부분이고 매바위가 가까워지면서는 조금 가파르게 이어진다. 로프구간, 데크길, 암릉길, 재미나다.


돌문바위가 있는데 함산 한 산우님이 거길 3번 통과해서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단다. 그렇게 해서 이루어질 소원이라면 안 이루어질 소원이 없겠다. 돌문바위 3번 도는 건 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ㅎㅎ.


돌문바위에서 기념샷 찍고 매바위를 향해 가려는데, 아이스크림과 물을 매봉까지 나르는 짐꾼이 돌문바위에서 쉬어간다. 짐이 꽤나 무거워 보인다.


충혼탑 지나 매바위에 서니 조망이 시원하다. 날씨가 참 좋다.


매바위와 매봉에서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매봉 정상부 암릉 위에서 점심을 먹는다. 내가 싸간 김밥과 삶은 계란, 오이, 산우님이 사 오신 단팥빵을 맛있게 먹고 후식으로는 폴라포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함산 한 산우님이 쏘셨는데, 아주 시원하다. 내 바로 뒤에 짐꾼 아저씨가 있어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청계골에서 올라오는데 바람 한 점 없네요."

"저희는 옛골에서 올라왔는데 길도 좋고 시원했어요."


누군가 짐꾼 아저씨를 보고 관악산에서 본 분이란다.

"제가 여기 청계산만 오르는 게 아니고 관악산, 광교산 등도 오르거든요."


"짐 무게가 얼마나 되죠?"

"한 80~90kg은 됩니다."

"하루 얼마나 벌죠?"

그건 비밀이란다.


그런데 매봉에서 폴라포 값이 개당 3천 원이고, 편의점에서는 5개 이상 구매 시 개당 600원이니 얼추 계산이 나온다.


산우님 하시는 말씀이 아마도 짐꾼이랑 매봉에서 아이스크림 파는 이랑 반반씩 나누지 않을까 싶단다. 짐을 메고 매봉에 오르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암튼 우리는 시원해서 좋고, 짐꾼 아저씨는 돈을 벌어 좋고 일거양득이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 나무 저 나무에서 기념삿을 남겨 본다. 둘이 함께 하니까 사진 찍기가 참 편리하다. 덕분에 사진을 아주 많이 남긴다.


매봉 정상부 오래된 나무들이 참 멋스럽다. 하나하나 담아본다. 암릉과 나무를 배경으로 서보니 여기가 진짜 정상 같다. 하긴 이곳도 정상부니까 이정표와 돌비를 세우면 충분히 더 멋진 정상이 될 수도 있다.


혈읍재까지는 능선길, 바람도 솔솔 불고 참 좋다. 도란도란 이야기꽃도 핀다.


혈읍재에서 옛골 가는 이정표를 따라 데크길 내려간다. 곧 편안한 길이다. 청계산 길 중에 이곳만큼 걷기 좋은 길도 없을 것이다. 군데군데 쉼터도 있고 산림욕장도 있다. 저곳에 누워 한숨 자고 나면 휴가가 따로 필요하지 않겠다.

 

하산하면서 보니까 계곡 상류에 물이 조금씩 고여있는 데서 사람들이 쉬고 있다. 더 내려가면 수량이 많아질 텐데 더워서 그러는 것이다.


우리도 선녀폭포를 찾아가다가 정자 옆에 맑은 계곡물이 제법 깊어 거기서 알탕을 하고 가기로 한다. 수온도 적당하고 발밑에서 일어나는 먼지도 없이 아주 깨끗한 계곡물이다.


풍덩 물속으로 들어가 몸을 적신다. 오이를 물 위에 동동 띄워놓고 고로케랑 삶은 계란 남은 것을 먹는다.


더운 여름 땀을 쭉쭉 빼고 하산길에 시원한 계곡에서 알탕을 하는 일만큼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


청계산 계곡에서 알탕을 하며 30여 분 시간을 보낸다. 동동 물속에 몸을 띄워도 본다. 쏟아지는 물을 맞아도 본다.


비누가 있어서 얼굴도 씻고 머리도 감고, 칫솔을 꺼내 치약을 짜서 이도 닦고, 개운하게 물놀이를 한다.


알탕을 하고 내려오면서 선녀폭포에 들른다. 선녀폭포 물줄기가 시원스럽다.

"여기서 물놀이를 했으면 더 좋았을 걸 그랬어요."

그렇지만 먼저 물놀이를 해서 더 시원했기에 만족을 한다. 선녀폭포에서 기념샷만 찍고 내려온다.


청계산 새로운 길 몟골~헬기장~매바위~매봉~혈읍재~선녀폭포~옛골 코스로 8km, 5시간(휴식, 점심, 물놀이 시간 포함)소요되었다. 혼자보다 둘이 함께해서 더 즐거운 산행이다.

돌문바위와 아이스크림과 물 메고 오르는 짐꾼 아저씨
매바위에서
매바위에서의 조망
매봉 정상에서 먹는 아이스크림
매봉 정상부 멋진 나무들
정자 옆 계곡에서 물놀이
선녀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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