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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Sep 03. 2023

위험구간은 생략하고

함양 월봉산

월요일쯤 보니까 토요일에는 비 소식이 없었는데, 어제 보니까 오후 1시~2시 사이에 한 차례 비가 오는 걸로 예보가 되어 있다. 월봉산은 암릉구간이 꽤 있는 산이라 비가 오면 산행하기가 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암릉 구간인 칼봉 쪽은 초반에 있어서 오전에 벌써 지나갈 수도 있겠다. 날씨가 좋으면 조망도 굿굿인 산이라는데, '흐림'이라 어떨지 모르겠다.


암튼 한 주 쉬고 산행을 하려니까 은근 가 난다. 근교산 같이 뻔히 아는 쉬운 데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원정산행을 떠나 본다. 이렇게 또 100+ 명산 산행이 불이 붙을 수도 있겠다. 오늘이 31번째니까 거의 1/3 지점에 와 있기 때문이다.


월봉산 초반에 칼봉은 위험해서 안 오르고 우회로로 간다. 그런데도 암릉 구간이 만만찮게 있다. 난코스가 좀 있는 산이다. 헉헉대며 오른다. 내 뒤에서 오프로 대장님이 따라오면서 토끼 몰듯이 우리를 몰아댄다. 낼모레면 칠순이라는 여산우님이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며 느리게 걷기에 나도 느리다며 함께 하고 있는데 말이다. 덕분에 속도를 내본다.


월봉산은 조망이 좋다. 사방팔방이 시원시원하다. 하늘은 높고 푸르다. 가을 느낌이 완연하다. 바람도 시원해서 산행을 제대로 누린다. 월봉산은 암릉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월봉산 정상에서 100+ 명산 31좌 인증을 한다. 여산우님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는다. 날씨가 맑아 참 다행이다.


월봉산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는다. 오프로 대장님 곧 따라오셔서  셋이서 함께 식사를 한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내려가야 대로마을로 간다. 자칫 잘못하면 직진하기 쉬운 곳이다. 그 코스는 지금은 많이 이용하지 않는 곳이라 거칠단다.


점심 먹고 막 일어서려는데 비가 온다. 우비를 꺼내 입고 내려온다. 조릿대가 어찌나 많이 우거져 길을 가리고 있는지 스틱으로 그걸 헤치면서 털면서 내려오다 보니까 바지도 신발도 다 젖는다.


비는 금방 그쳐서 다시 우비를 벗어 배낭에 넣는다. 계곡이 나타나면서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걷는다. 상쾌하다.


함산한 산우님이 다박골 폭포를 안 보고 내려온다기에 나도 따라서 그냥 내려온다. 여산우님과 얘기하다 별명이 특이해서 물어보니 예전에는 글을 좀 썼단다. 글쎄, 수묵화의 대가이신 심향 선생님의 손녀란다. 취미가 나랑 비슷하다. 나도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 비록 아마추어이긴 하지만 말이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우리 집도 할이버지가 예에 능하셨고, 삼촌 중에는 화가도 있다.


하산해보니 대로마을 계곡이 엄청나다. 수량이 풍부하고 발도 안 시리고 시원하다. 씻고 물놀이를 한다.


봉도 다박골 폭포도 다 안 보고 내려왔더니 시간이 거의 1시간이나 남는다. 식당은 2km를 걸어 가야 한대서 그냥 물놀이를 하며 쉬기로 한다.


오후 4시 30분 쯤  되니까 하늘에 먹구름이 끼면서 또 비가 올 분위기라 일어선다. 대로마을 꽃밭을 둘러본다. 온갖 꽃들이 만발하였다. 검은 나비 한쌍이 짝짓기를 하려는지 난리도 아니다. 능소화 꽃에 앉았다가 길가 풀 위로 날았다가 나풀나풀 같은 몸짓으로 춤을 춘다. 정겨운 꽃과 나비를 보며 한가로운 시간이다.


경버스는 5시에 출발하기로 한다. 식당에서 저녁 먹으며 약주를 하는 산우님들이 있어서 당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월봉산 산행 기록은 남령재~칼봉~월봉산 정상~헬기장~대로마을 코스로  총 9km, 5시간 30분 소요(휴식, 점심시간 포함) 되었다.


실은 오늘 아침에 산행 오기가 싫었는데, 예약해 놓은 회비가 아까워서 몸을 일으켰던 것이다. 위험구간 생략하고 산행했지만 암릉 능선길 타면서 좋은 조망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 여긴다. 나의 선택은 언제나 옳다. 셋이서 함산 감사하다.

월봉산에서 남덕유산 쪽 조망
월봉산 암릉 능선길에서 칼봉을 배경으로
조릿대길에서 내 모습과 함산한 여산우님
월봉산 정상에서 100+ 명산 제31좌
월봉산 계곡과 대로마을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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