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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Oct 08. 2023

어머니 산에서 올 들어 첫 단풍을 만난다

화순 모후산

모후산(母后山)은 전남 순천과 화순 사이 경계를 이루는 높이 943.7m의 산이다. 무등산 북쪽 지맥의 한 봉우리이나 규모가 크고 산세도 험한 편이다. 정상에 오르면 조망이 트여 동복호와 주암댐, 무등산, 백아산, 조계산 등이 보인다.


본래 '라복산(蘿蔔山)'이라고 부르다가 고려 공민왕 10년 1361년에 홍건적의 고려 침공이 있었을 때 공민왕 부부가 어머니를 모시고 태후와 함께 피난해 산 것을 계기로 모후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공민왕은 곧 경상도 안동으로 가게 되고, 어머니와 처가 쪽 사람들이 이곳 왕대마을에 머무르면서, 모후산에서 자생하는 산삼을 먹으며 기력을 회복하게 된다.


후 홍건적 난이 어느 정도 진압된 이후 어머니를 모시러 온 공민왕이 이곳에 도착하여 기이하고 우람한 산세를 보고 곁에 있던 김도에게 물었다.

"이 산이 무슨 산이냐?"  

"라복산이라 하옵니다."

그러자 왕이 말하였다.

"과연 '덕여모후'로다."

'산의 크나큰 덕이 어머니 같다' 란 뜻의 이 말은 순천 역사 중 송광면 삼청리에 전해 내려오는 오랜 전설이다.


왕이 머무른 장소라 하여 마을 이름도 '왕대'라 칭하였고, 왕족이 피신한 임시수도 라 하여 그 아랫마을 이름은 '유경'이라 부르게 되었다.


주변에 화순 적벽, 김삿갓 유적지, 남도 화단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인 오지호의 생가와 기념미술관이 있다.


나는 모후산 이야기를 찾아보고, 먼저 다녀온 이들이 올려놓은 모후산 동영상도 보고, 내가 탈 코스를 정해 본다. 모후산 A코스를 탈 예정이다. 요즘은 조금 긴 코스를 타도 시간이 모자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 아름다운 계절에 풍경도 보면서 여유 있게 걷는 건 좋은 일이다.


A코스는 유마사주차장~유마사~용문재~모후산(명산100+인증)~중봉~철철바위~계곡합수점삼거리~유마사~유마사주차장 원점회귀로 약 7.2km, 4시간 소요 예정이다.


B코스는 유마사주차장~유마사~용문재~모후산(명산100+인증)~중봉~집게봉~집게봉갈림길~유마사~유마사주차장 원점회귀로 약 8.5km, 5시간 소요 예정이다.


이번에는 A코스가 B코스보다 짧아 약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으니까 느리게 천천히 걸으면 되겠다.


모후산을 오르기 시작해서 처음에는 뒤에서 따라오시는 O 대장님과 함께 걷다가 내가 정자에서 쉬어가는 동안 앞서 가고, 올 들어 처음 만나는 상사화를 담는다.


"참 예쁘네!"

한 송이는 이 쪽에, 또 한 송이는 저 쪽에 홀로 피어있다.

"전에는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이제는 좀 그렇네요."

뒤에서 남산우 님 한 분이 거든다.

"상사화는 지금 꽃이 다 졌는데 이제야 피었네요."

"그러게요. 올해는 상사화 보러 안 가서 언제 피었다가 졌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동행이 된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특히 강아지 키우는(키우던) 얘기를 많이 나눈다.


나는 생후 20일에 우리 집에 와서 20년 키우다가 사별한 시츄 별이 얘기, 남산우 님은 사고로 키우던 강아지를 잃은 후 다시 강아지를 입양해서 키우는 이야기를 한다.

"강아지가 나만 좋아해서 내가 없으면 울고 문 앞에서 하루 종일 기다려요."

"나는 다시는 강아지 안 키워요. 마지막 한 6개월을 치매가 와서 정을 다 떼어놓고 가대요."

강아지 이야기가 끝날 줄을 모른다.


그렇지만 남산우님은 사진작가라 멋진 풍경이 나오니까 가방에서 무거운 카메라를 꺼내 든다. 사진을 찍어서 돈도 번다고 그런다. 진을 찍어서 슨 사이트에 올려놓으면 좋은 사진을 외국에 판대나 어쩐 대나 그런다.


날씨가 흐리고 미세먼지가 있어서 멋진 조망이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시원한 날씨에 바람도 솔솔 불고 산행하기는 아주 좋다.


모후산은 정상부 기상레이더가 있는 곳까지 모노레일이 놓여 있다. 꼭 느낌이 예봉산 같다. 모후산에서는 주암호수가 보이는 것과 예봉산에서는 한강이 보이는 게 조금 다를 뿐이다.


정상 가까이 가면서 남산우 님 한 분이 뒤따라 올라와서 셋이 동행이 된다.

"닉이 뭐세요?"

그래서 두 분의 닉을 안다.


새로 동행이 된 남산우 님은 산을 많이 안다.

"저기가 무등산, 저기는 백아산이네요."

알려줘서 조망을 해본다.

백아산이 참 아름다운 산이란다. 아직 못 가본 산이다.

"흰 백 자에 아름다울 아자, 백아산 아닌가요? 암릉이 아주 멋져요."

단풍 고운 계절에 함 가봐야겠다.


단풍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고운 단풍을 보려면 아직도 한 달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남산우님들이 하는 말이 여름에 비가 많이 오고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 단풍이 곱지 않단다.


10월 말에 지리산 피아골 단풍산행을 할 예정인데 단풍이 예뻤으면 좋겠다.


모후산 정상에서 100+ 명산 제33좌 인증을 한다. 나는 이제 1/3 정도 오른 셈이다.


함산 한 남산우 님 한 분은 100+ 명산 완등을 오늘 모후산에서 한단다. 104개의 산을 다 오른 것이다. 참 대단하다! 100 명산에 이어서 100+ 명산도 완등을 했으니 말이다.


모후산은 주암호 조망이 멋진 산이다. 정상에 올라오니 더욱 그림같이 펼쳐진다.


화순은 '고려인삼 배지'라는 안내와 인삼 포토존이 모후산 정상에 있다. 인삼을 예술적으로 멋들어지게 잘 만들었다고 감탄을 한다. 인삼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는다.


정상부에 바람이 불어 추워서 조금 내려가서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점심을 먹는다. 나는 김밥, 계란, 귤을 싸왔고 남산우님들은 볶음밥과 빵을 싸 오셨다.


하산길 조망을 해보니 능선길이 멀다. 저 끝까지 가야 한단다. 약 2km, 2시간 정도 남았다. 나는 쉬운 A코스를 탈 거라 괜찮은데, 남산우 님 두 분은 B코스를 탈 모양이라 서두른다.


정상부터 남산우 님 두 분은 앞서가고, 나는 천천히 혼자 걷는다. 한 송이 피어난 구절초 옆에서 고운 소리로 노래하는 새도 담고, 올 들어 처음  만나는 단풍도 담는다. 혼자  걸으면 좋은 점이 있다. 말을 하지 않고 침묵 속에 고요히 사색하며 걸을 수 있다. 내가 혼산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산길이 굉장히 가파르다. 정상에서 내려올 때도 그렇고, 중봉 근처에서 철철 바위 방향으로 내려올 때도 그렇다. 로프를 잡고 내려와야 하는 구간이 꽤나 있다. 조망은 없고 숲이 우거져 계속 숲길을 걷는다.


도대체 철철바위는 어디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중봉 쪽에 이정표에만 있고 아무리 내려가봐도 철철바위 안내표시가 없다. 철철바위 비슷하게 생긴 것도 없다.


한참 내려오니 계곡 물소리가 들린다. 아까 만난 갈림길인가 했는데 아니다. 하산하는데 자꾸만 방향이 헷갈린다. 아까 오를 때 계곡이 오른쪽에 있었으니까 하산길에는 계곡이 왼쪽에 있어야 하는데 자꾸만 오른쪽에 있다.


이정표는 유마사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맞는데 이상도 하다. 철철바위는 계곡의 널찍한 바위를 말하는 건가? 여러 가지 의문 속에 하산길을 걷는다.


데크길이 세 갈래로 나눠지는 지점에 오니 그때서야 하산길이 왜 헷갈렸는지를 알겠다. 올라갈 때는 데크길 왼쪽 길로 갔는데, 내려올 때는 데크길 오른쪽 길로 내려온 것이다. 어느 쪽으로 내려오든 하산길은 한 군데로 모아진다.


고운 단풍 담고 내려오니 시간은 약 30분 정도 남는다. 차에 두고 온 김밥과 간식을 먹고 씻는다. 땀은 많이 안 흘려서 옷은 안 갈아입고, 얼굴과 발만 씻는다. 양말을 갈아 신어야 차 안에서 신발을 벗고 갈 수가 있어서다.


정상까지 함산 한 산우님이 나보고 B코스 안 타길 잘했단다. 부지런히 걸었어도 시간이 너무 빠듯했단다.

"그렇죠! 8.5km를 5시간 주는 데는 코스가 쉽지 않다는 거예요. 전 쉬운 게 좋아요."


내가 탄 A코스는 약 8km, 4시간 30분(휴식, 점심 시간 포함) 소요되었다. 버스는 오후 5시에 귀경길에 오른다. 오늘도 산행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상사화와 구절초
조릿대길
모후산 모노레일과 기상레이더를 배경으로
모후산 정상  고려인삼 시배지 화순'인삼 포토존
모후산 정상에서 주암호 조망
모후산 정상에서 100+ 명산 제 33좌
하산길 능선길 조망(※저 끝까지 가야 한단다)
한 송이 피어난 구절초 옆에서 노래하는 새
하산길 고운 단풍
여기서 데크길 왼쪽 길로 올랐다가 오른쪽 길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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