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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an 18. 2024

8. 순진 엄마의 쌍꺼풀 수술

순진 엄마는 피부가 하얗고 볼이 약간 상기된 곱상한 얼굴을 가졌다. 누가 보아도 선한 인상이었다. 거기다가 눈꼬리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눈웃음까지 치면 약간의 백치미까지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40대의 순진 엄마는 다 늦게 쌍꺼풀 수술을 했다.
“내가 늘 눈에 쌍꺼풀이 없는 게 콤플렉스였다 아니니?”
엄마는 소금빛교회 여전도회 회원들에게 전화를 해서 신 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순진이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것도 몰랐다.
“엄마, 나 왔어요.”
순진은 일부러 핸드폰을 들고 있는 엄마 앞으로 가서 큰 소리로 말했다. 엄마는 분명 소금빛교회 목사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수술을 한 것이다.


“정말 예뻐졌어, 세상에 눈 하나가 사람을 완전 달라 보이게 하네!”
사람들은 감탄에 감탄을 했다. 순진 엄마 가까이 가서 코가 닿을 정도로 눈을 빤히 들여다보기도 하고, 옆에서 비스듬히 자세를 낮추고 속눈썹이 깜빡거리는 모습을 살펴 보기도 하고, 살짝 떨어져서 전체적인 얼굴 윤곽을 살피기도 했다.
“진작 할 걸 그랬네.”
그러나 순진은 갸름한 얼굴형에 눈만 왕방울만 해진 엄마가 영 낯설었다.


순진 엄마는 꽃무늬가 화려한 분홍 원피스를 입고 화장을 진하게 하고 교회에 갔다. 여전도회 모임이 있는 날이라고 했다.
“오늘은 제가 기분이 너무 좋아서 밥을 살게요.”
순진 엄마는 20여 명이나 되는 여전도회 회원들을 데리고 샤부샤부 집으로 향했다. 12시에서 2시 사이에는 값을 저렴하게 해주는 점심 특선으로 먹는다고 해도 밥값이 몇십만 원은 족히 나올 듯했다.


“이거, 번번이 고마워서 어쩌지요?”
여전도회 회장 예영은 회비로 먹어도 괜찮다고 하면서도 연신 싱글벙글하였다.
회비를 비축하다 보면 연말에 불우한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여전도회 회비가 많이 남기 때문에 좋은 일이었다.


그런데 순진 엄마는 여차하면 입에서 금방이라도 비밀을 털어놓을 태세였다.

"아, 글쎄. 목사님이 나 들으라고 나만 쳐다보면서 이번 주일 설교를 하시더라니까요."

팔팔 끓고 있는 샤부샤부 육수에 배추와 버섯을 젓가락으로 집어넣으면서 순진엄마는 여전도회 회장 예영을 빤히 쳐다보았다.

"요즘 은혜를 혼자서 통째로 다 받나 봐요. 설교에 집중하다 보면 그렇게 느낀대요. 참 좋겠어요."

여전도회 회장 예영은 순진 엄마 앞접시에 끓는 국물에 넣었다가 건져낸 소고기를 놓아주었다.

"그게 아니고요. 진짜라니까요. 예배를 드릴 때 제가 늘 맨 앞자리에 앉는 이유라고나 할까요? 목사님이 저만 보고 얘기를 한다니까요."


그러다가 이야기는 누구네 남편이 승진을 했고, 누구네 딸이 외국 유학 준비를 한다는 것으로 가다가 이번에 전교 1등을 한 누구네 아들이 무슨 학원에 다니는지 어느 학교 출신 선생님에게 과외를 받는지로 넘어갔다.


순진 엄마는 정면에 앉은 여전도회 회장 예영을 내버려 두고 왼쪽에 앉은 배려 엄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배려는 순진의 단짝이라서 집에도 자주 놀러 오기에 거의 가족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가까웠다.

"제가 우리 아버지가 물려주고 가신 땅이 조금 있잖아요.  장호원에 펜션이 딸린 거요. 한 3천 평 되는데, 바로 옆에 계곡도 있고 경치가 그만이에요. 그거 우리 목사님 은퇴하면 가서 사시면 좋을 것 같아요. 왜 지난여름방학에 제가 순진이랑 배려 데리고 가서 거기서 하루 자고 왔는데, 얘기 안 하던 가요? 목사님께 개인적으로 기증할까 싶어요."

배려 엄마는 순진 엄마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렇게만 되면 참 좋겠네요. 어느 목사님이나 교회에서 목회를 할 때는 괜찮은데, 은퇴 후가 문제니 까요."

"그렇죠."

순진 엄마는 배려 엄마에게 눈을 찡긋한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는 사람 같다.


"배려 엄마는 강민이가 다부지고 똑똑해서 좋겠어요."

순진 엄마는 배가 어느 정도 부른 지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고 반색을 하며 배려 엄마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손을 번쩍 들어 아주머니를 불렀다.

"여기요. 우리 테이블에 밥 2개 볶아주세요."

아주머니가 와서 밥을 볶는 동안 배려 엄마는 순진 엄마의 쌍꺼풀 한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아직 쌍꺼풀 자리가 조금 어색해 보이긴 했지만, 눈이 커지니까 사람이 영 달라 보였다. 볼수록 제법 미인이구나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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