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순오 Dec 21. 2023

7. 마형의의 독수리 눈

1교시가 끝나고 순진이 복도로 나오자 옆반인 마형의가 순진의 옆에 와서 섰다.
“야, 너 뭐야? 너, 아침에 왜 교장실엔 들어갔다 나온 거야?”
형의는 다짜고짜 순진을 채근하기 시작했다.
“니가 알아서 뭐 하게? 다 볼 일이 있어서 갔다 온 거야.”
순진은 알 바 아니라는 듯 말했다.


“내가 엄마 심부름이 있어서 아침에 교장실에 가보니까 이상한 게 책상 위에 놓여 있던데! 그거 니가 갖다 놓은 거 맞지? 요즘 선생님들 꽃 한 송이도 선물 못 받게 되어 있는 거 알아? 몰라?”
형의는 계속 순진을 취조라도 하듯이 꼬치꼬치 캐물었다.


‘어, 강민 오빠 외에는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것 같았는데, 마형의가 봤단 말이지? 이를 어쩌지?‘
순진은 순간 당황했지만 고개를 가로저었다.
“별거 아니야. 교장선생님이 우리 엄마한테 주문하신 거 내가 대신 배달한 거야. 요즘 우리 엄마 사업 시작한 거 너도 알잖아! 엄마가 오늘 일정이 바쁘다고 해서 말이야.”
순진은 거짓말이 술술 나왔다.


“어, 그러셔! 너네 엄마 그거 한다며? 다단계 방문판매? 그것도 사업인가? 교장선생님 사모님이 하시기엔 좀 그런 거 아닌가? 아무리 돌아가셨다고는 해도 말이야. 한번 교장선생님 사모님은 영원한 사모님 아닌가? 품격을 지켜야지, 품격!”
형의는 다짜고짜 직격탄을 날렸다.


“글쎄 니가 알 바 아니라니까! 왜 니가 상관인데. 엉? 감 나와라 배 나와라 니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구! 저리 비켜!”
순진은 형의를 밀어버리고 교실로 들어가려다 도리어 우악스러운 형의 팔뚝에 손목이 잡혀서 한번 꺾이고 말았다.
“이게 어디서 까불어? 나, 검도 유단자야! 함부로 굴면 안 된다는 거 몰라?”
형의는 순진의 손목을 한 번 더 비튼 다음 뒤로 밀쳐 버렸다.
순진은 뒤로 풀썩 나자빠지면서 소리쳤다.
“야! 너 정말 이러기야!”


그때 2교시 수업을 알리는 벨이 울렸다.
순진은 특별히 다친 데는 없어도 욱신거리는 오른쪽 손목을 왼손으로 감싸 안으며 책상에 가서 앉았다. 생각할수록 기가 막히고 분했다.
'마형의  지가 뭔데 난리야? 우리 집 근처에 살면 살지, 왜 사사건건 독수리 눈을 하고 나를 감시하는 건데!‘
순진은 수업 시간 내내 마형의에게 어떻게 되갚아줘야 할지 그 궁리만 하다가 어느새 수업이 끝나는지도 몰랐다.


마형의 집은 대대로 경찰가족이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어쩌다 경찰이  되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아버지는 공부가 하기 싫어 대학에 가지 않았다. 그 대신 경찰시험을 쳐서 여러 번 만에 합격했다. 하는 일이야 뭐 하루는 야근, 하루는 주근, 이런 식으로 일을 했지만, 경찰차를 타고 순찰을 돌던가 자주 현장 복무 같은 걸 했다. 경찰서 인근에서 살인 사건 같은 게 일어나는 날이면 해자의 손톱이며 머리카락 같은 걸 찾아야 하기도 했고 사건현장을 밤새도록 지켜야 했다.


마형의 아버지는 야근을 하고 아침에 퇴근하는 날이면 화장실에서 씻고 면도를 하면서  핼쑥해진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았다. 퀭한 두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혼잣말로 푸념을 하곤 했다.

"니가 어쩌다 이런 직업을 갖게 되었냐? 아무래도 전생에 죄를 많이 지은 거지."

마형의는 학교 갈 준비를 하려고 나오다가 화장실 앞에서 아버지가 하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그렇지만 대내외적으로 경찰복을 입은 아버지는 제법 폼이 났다. 고등학교 학력으로 준공무원에 해당하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어서 자부심도 대단했다. 동네 사람들이 교통사고 같은 일이 생기면 마형의 아버지부터 찾았다.


마형의는 자신도 이다음에 경찰이 될 생각이었다. 경찰대학에 들어가 아버지보다 더 높은 직급의 경찰이 되어 형사과 같은 데서 일해보고 싶었다.


그만큼 마형의의 눈은 날카로웠다.

'이순진, 아무래도 수상하단 말이야. 뭔가 냄새가 난다니까. 내가 반드시 밝혀내고 말 거니까 두고 보라구!'

마형의는 한 손으로는 귀를 만지작거리며 창밖을 내다보면서 묘한 미소를 지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6. 은은 향수와 금가루 화장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