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잘못한 걸까?

제96좌~제98좌 조계산, 방장산, 천성산(양산)

by 서순오

96좌 정상 찍고 하산하는 맛 : 순천 조계산(2022.8.27. 토)


다매산에서는 올만에 산행을 한다. 100대 명산을 찍다 보니 안 가본 산을 가야 하는데 다매산에서 조계산이 있어서 신청했다. 이제 오늘 96좌 찍으면 4개가 남는다. 완등이 거의 다 왔다.


요즘 버스가 주로 28인승이라 산행비가 많이 올랐다. 사실 조금 먼 거리는 28인승 타고 가면 자리가 편안해서 좋기는 하다. 그런데 늦게 신청하다 보니 맨 뒷자리다. 약간 멀미를 하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다.


조계산 산행은 선암사~장군봉~배바위~작은굴목재~보리밥집~송광굴목재~송광사 코스이다. 총 12km, 6시간 소요 예정이다.


선암사에서 장군봉 올라가는 조계산 코스는 계속 오름길이다. 초반에는 완만한 오름길이다가 마지막 구간은 빡센 오름길이다. 헉헉 대며 오른다. 날씨는 좋은데 땀이 많이 난다.


조계산 정상 장군봉에서 100대 명산 96좌 인증을 한다. 하늘이 청명해서 예쁘다.


조계산은 오름길에서나 정상에서나 조망은 없다. 숲이 우거져 걷기는 좋다.


조계산 정상 바로 아래 나무의자 쉼터에서 점심을 먹는다. 보리밥은 안 사 먹을 예정이라 이것저것 싸가지고 왔다.


부부가 함께 오신 분이 건너편 의자에서 점심을 먹고 따끈한 차를 한잔 주신다. 나는 소시지를 드린다. 남편은 100 명산 완등을 벌써 했고 본인은 오늘이 99좌라고 한다. 산행이 좋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정상 찍고 하산하는 맛이 일품이라고. 나도 끄덕끄덕 맞장구를 친다. 주거니 받거니 재미난 시간이다.


조계산은 하산길이 길다. 장군봉에서 보리밥집까지는 걷기가 좋다. 작은 굴목재에서 보리밥집 쪽으로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시원하게 걷는다. 참 좋다.


그런데 보리밥집부터 송광사로 가는 길이 꽤나 길게 또 오름길이다. 완만한 오름길이긴 하나 힘들다. 송광굴목재까지 거의 한 1.5km 정도 올라가야 한다. 하산길 오름길은 더 힘들다.


송광굴목재에서 내려오면서 계곡이 계속 이어진다. 시원한 물소리가 경쾌하다.


함산한 여산우님들은 물속에 들어가서 물놀이를 하는데 나는 추워서 그냥 내려온다. 더운 건 그런대로 견디는데 추운 건 딱 질색이다.


빨리 내려와서 화장실에서 씻고 여벌 옷을 갈아입으니 개운하다. 오전 11시 30분에 산행 시작해서 오후 5시에 하산 완료한다. 시간이 30여 분 정도 여유가 있어서 남은 간식도 먹는다.


제97좌 친구랑 둘이서 오붓하게 : 장성 방장산(2022.9.2. 금)


오늘은 장성 방장산을 최단코스로 산행할 예정이다. 100대 명산 97좌를 찍는다. 친구랑 둘이서 오붓하게 산행하고, 하산해서는 맛난 것도 먹고, 장성 주변도 좀 돌아볼 예정이다.


원래는 좋은산에서 양산 천성산을 가려고 예약했는데 참여 인원이 적어서 취소되었다. 이번 주를 쉬나 어쩌나 하다가 다음 주도 추석 주간이라 산행을 못할 수도 있어서 일단 산행을 하기로 한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마땅한 곳이 없다. 그래서 대중교통 접근성이 안 좋아 혼산하기는 어려운 방장산 근처 사는 친구에게 급번개를 쳤다. 함산하자니까 마침 친구가 시간이 된단다. 내가 전주까지 대중교통으로 가면 친구가 픽업을 해주기로 했다. 수원에서 전주까지 버스로 2시간 30분 걸린다.


새벽부터 일어나 방장산에서 둘이서 점심으로 먹을 김밥을 싸고, 미역국 라면 소컵 2개와 자두와 뜨거운 물, 얼음을 넣은 포카리스웨트 음료를 보냉병에 준비했다. 배낭이 보통 산행할 때보다 훨씬 묵직하다.


장성 방장산은 벌써 세 번째 시도다. 한 번은 갔다가 입산금지라 산행을 못했고, 한 번은 배탈이 나서 장성 갈재에서 쓰리봉까지만 오르고 원점회귀로 내려왔다. 귀가 버스가 있는 고창 양고살재까지는 택시로 이동을 했다. 이래저래 방장산은 3번이나 가게 되어서 산행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간 산이 되었다.


방장산은 가기가 어려웠던 산인만큼 아주 쉬엄쉬엄 다녀올 예정이다. 총 5.5km, 3시간 산행 예정이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포함해서다.


장성 방장산 산행은 방장산 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하여 방장산 정상 찍고 원점회귀로 내려오는 코스이다.


임돗길 나오자 나무의자 쉼터에서 점심을 먹는다. 평일이라 그런지 산에는 거의 사람이 없다. 남자분 한분이 올라오다가 도로 내려간다.


점심을 먹고 하늘을 덮은 초록숲길을 걸어 유유자적 편안하게 산행을 한다. 올라갈 때는 스틱도 안 하고 천천히 느리게 걷는다. 초록숲길에 여러 꽃들이 피어 있는데 칡꽃이 참 예쁘다.


방장상 정상 바로 아래 전망대에 오르니 주변 조망이 좋다. 저 멀리 선운산도 보이고 방장산 활공장과 장성 쪽도 보인다. 날씨가 조금 흐리긴 한데 조망은 트여서 시원스럽다.


벌써 조금씩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하기사 아침저녁으로는 바람이 선선하니까 나무들이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하는 것이리라. 이제 곧 알록달록 온 산이 물든 가슴 벅찬 가을 단풍산행을 할 수 있겠다.


방장산 정상에서 100대 명산 97좌 인증을 한다. 정상 조망이 엄청 좋다. 지난번에 올랐던 쓰리봉쪽도 조망이 된다. 저 멀리 내변산도 보인다.


하산은 전망대에서 다시 풍경 조망하고, 아까 점심 먹은 장소에서 물 마시고, 그리고는 거의 단숨에 내려온다. 약 1시간이 채 안 걸렸다.


올라갈 때는 그리 가파르지 않던 길도 내려갈 때 보니까 꽤나 가파르다. 스틱을 펴서 짚고 조심조심 내려온다. 초록 숲길이 더 예쁘다.


하산해서 장성역으로 이동한다. 기차를 타고 귀가하기 위해서다. 생선백반집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주변을 조금 돌아본 후 새마을호에 탑승한다. 수원까지는 3시간 10분이 걸린다. 기차 타고 오면서 한껏 여행 기분에 젖는다. 여고시절부터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했던 나는 기차만 타면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아득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설레는 낯선 여행길의 묘미가 가슴속에 잔잔하게 파문을 일으킨다. 알람을 맞춰놓고 잠시 눈을 붙이니 어느새 수원역이다.


제98좌 누가 잘못한 걸까? : 양산 천성산(2022.10.3. 월)


양산 천성산은 그야말로 사연이 있는 산이 되었다. 지난 5월에 100대 명산을 찍는다고 갔는데 글쎄 리딩 대장님을 따라가다가 길을 잃어서 그만 정상을 못 찍고 내려왔다. 리딩 대장님이 버스 안에서 설명하기를 후미와 함께 하겠다면서 무슨 일 있으면 전화를 하라고 했다. 그런데 여산우님 한분과 대장님과 나와 셋이서 함께 올라가다가 방금 전까지 간식도 먹고 함께 쉬었는데 금세 보니 앞서가고 없다. 더군다나 대장님은 길도 잘 몰라 핸드폰으로 길을 찾아보면서 가고 있다.


그런데 보현사 쪽에서 오르는 천성산은 이정표가 엉망이다. 있어도 엄청 헷갈리게 되어 있다. 우리는 산악회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인, 보현사에서 천성2봉 오르고 원점 회귀해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했는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천성2봉 가는 길을 모르겠다. 조금 가니까 계곡이 나오는데, 거기서부터는 도무지 어디로 가야할지 난감하다. 길을 알아야 갈 것이 아닌가 말이다. 나중에 산우님들한테 들어보니, 그 계곡 한가운데로 들어가서 돌길을 따라 한참 걸어가야 천성2봉 가는 길이 나온단다. 천성2봉으로 올라가야 하는 거기도 전혀 엉뚱한 이정표가 붙어있단다.


리딩 대장님은 전화를 몇 번이나 해도 받지도 않는다. 글쎄, 천성산이 핸드폰이 잘 안 터지는 지역이란다. 계곡에서 다시 되돌아서 산길로 왔다 갔다 전혀 다른 길로도 올라가 봤다가 또 계곡으로 내려왔다. 내가 길을 헤매고 있는 동안 벌써 천성2봉 찍고 계곡 한가운데 길로 내려오는 이들이 있다. 혼자 올라가려니까 길 찾기가 쉽지 않고 잘못하면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단다. 나는 길을 모르니 그냥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넉넉했지만 혹여라도 늦으면 혼자서 양산에서 수원 집으로 돌아오는 게 쉽지 않아서이다.


그런데 또 하나, 낭패가 있다. 내가 리딩 대장님이 길도 모르고 산행 안내를 해도 되는지, 불만사항을 산악회 홈페이지에 올린다고 했더니, 대장님 하는 말이 '명예훼손죄'로 고발을 할 거란다. 요즘 '사이버 명예훼손죄'라는 게, 어떤 사람이 잘못한 일이 있어도 그 사람을 많은 사람이 있는 인터넷 공간에서 사실을 알리면 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법이다.


내가 글을 쓰고 나니 바로 홈페이지 관리자에게 연락이 와서 글을 내리겠단다. 그래서 어차피 내릴 거면 내가 직접 내리는 게 좋겠다 싶어서 바로 내렸다. 밤늦은 시간이라 한 10여 명쯤 보았을까? 나로서는 산악회 관리자가 사실 내용을 보았으면 된 것이다.


그런데 그 리딩 대장님은 나를 경찰서에 고발하겠다면서 난리도 아니다. 글을 바로 내렸는 데도, 이튿날은 경찰서에 고발을 했다면서 한번 당해 보라는 식으로 나한테 전화를 하고 또 문자를 보내왔다. 나보고 정중하게 사과문을 써서 산악회 홈페이지에 공식적으로 올리라는 것이다.


나는 복잡한 것은 싫어서 무조건 잘못했다고 구구절절 문자를 보냈다. 카페에 사과문을 올리는 것은 사실을 더 자세히 알리는 격이니 서로에게 안 좋다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천성산 일은 버스로 왕복 10시간이 걸리는, 그 멀리까지 가서 인증도 못하고, 소송건에 휘말려 씁쓸하게 끝이 났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다. 누가 잘못을 한 것일까? 누가 했으면 어떠하랴! 100대 명산을 찍으면서 이런 경험도 해보는 것이다. 지난 추억이 되고 보니 쓸 거리가 있어서 좋기도 하다.


이런저런 사연이 있는 양산 천성산을 오늘 다시 가서 100대 명산 제98좌를 찍게 되겠다. 내원사주차장~ 중앙능선~천성2봉~내원사계곡은 산악회에서 주로 가는 코스이니 이번에는 길을 헤매지 않고 천성2봉에 잘 오를 수 있으면 좋겠다.


천성산은 다들 험하다고 해서 단단히 각오를 하고 왔는데 생각보다는 그리 심하지는 않다. 특히나 중앙능선길은 오르락내리락하는 길이다. 바람도 불어 시원하다. 하긴 공룡능선을 안 탔으니까 천성산을 제대로 올랐다고는 말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한참 오르니 운무가 폴폴 날리며 산을 휘감는다. 나무도 풀도 꽃도 낙엽도 운무에 젖는다. 비는 안 오는데 운무에서 이슬방울 같은 게 떨어져서 얼굴에 부딪힌다. 신선의 나라로 들어서는 듯 신비로운 풍경이다.


천성2봉 도착하기 전에 점심을 먹고 부지런히 걸으니 어느새 천성2봉이다. 천성산은 결코 쉬운 산은 아니다. 다들 힘들어한다. 올라가면 또 내려가고, 또 올라가면 내려가기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오름길이 힘든 나도 역시나 어렵다.


그렇지만 짙은 운무 속에서 유유자적 걷는 맛이 환상이다. 운무 속 산에서 만나는 하얀 구절초도 청초하기만 하다.

양산 천성산 천성2봉에서 100대 명산 98좌 인증을 한다. 천성2봉은 낙동정맥이기도 해서 발도장도 찍어둔다. 운무가 많이 끼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서 인증숏 찍는데 날아갈 뻔했다. 모자도 어찌나 바람에 요동을 치는지 제 모습이 안 나온다. 운무 때문에 주변 조망도 하나도 못한다.


천성1봉은 지뢰 제거 작업 중이라서 오르지 못한다고 한다. 천성1봉이 인증 장소이면 조금 더 오르기가 쉬웠을 거란다. 언제나 그런 날이 오려는지 모르겠다.


하산길에 단풍 든 나무를 담고, 가파른 로프 구간 길게 내려온다. 로프를 잡고 한발 한발 조심조심, 가파른 데다 너덜길이라 걷기 힘들다. 이래서 천성산인가 보다 했다.


로프 구간 끝나니 시원한 물소리가 들리는 계곡이다. 앞에 가시는 두 분과 함께 계곡에서 발 담그고 씻고 쉬어가기로 한다. 두 분은 조금 일찍 내려가 저녁을 사 드신다 하기에 먼저 내려가라고 하고 나는 조금 더 있다 온다. 점심을 넉넉하게 싸왔기에 그거 먹어도 될 듯해서다. 삶은 고구마와 계란도 있고 사과즙과 포카리스웨트에 단감도 남았다.


그런데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 먼저 가시는 분들이 아까 산에서 내려올 때 준 옥수수 반 개를 꺼내 먹는다.


내원사 계곡을 따라 주차장까지 걷는 도로 길이 꽤나 길다. 거의 3km 정도는 걸어야 된다. 중간중간에 화장실은 무지 많다. 화장실에 들러 아예 옷도 갈아입고 여유 있게 간다. 시간은 조금 남는다. 오후 5시 10분 버스는 귀갓길에 오른다.

좌 : 순천 조계산 / 우 : 장성 방장산
양산 천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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