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백덕산 산행을 간다. 내일 신산에서 백덕산 산행 예약을 했는데 신청 인원이 적어 취소되었다. 백덕산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아 나홀로 산행을 시도해볼 만하다. 백덕산에서 100대 명산 99좌를 찍을 예정이다.
요즘 단풍철이라 강원도 쪽은 차가 많이 막힌다. 그래서 주말을 피하고 하루 앞당겨 온라인으로 버스표를 예매했기에 아침 5시 10분 집을 출발한다. 동서울터미널까지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되지만 조금 서둘러 나온다. 오전 7시 첫 차로 동서울터미널에서 정선 가는 버스에서 운교까지만 끊었다. 버스비가 15,400원, 1시간 35분 소요 예정이다. 올만에 약간 낯설면서도 새로운 기분, 여행 가는 기분이 들어 참 좋다.
운교리에 내려서 백덕산 초입을 찾는데 아무래도 지나친 것 같다. 비탐 구간이다. 위험하다는데 계곡을 따라 쭉 걷는 길이다. 비 내린 후라 수량도 풍부하고 길도 걷기가 좋다. 백덕산을 혼자 차지하고 여유 있게 걷는다. 혼자 오면 이런 점이 좋다.
그런데 짐승이 후다닥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이 뜸한 곳이라 아무래도 큰 짐승이 살지 않나 싶다. 약간 겁이 나서 가만히 서 있다가 잠잠해지자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어쩌다 비탐 구간을 재미나게 오르고 임도길이 나왔는데, 백덕산 정상 가는 이정표 바로 뒤에 그 길이 위험구간이라고 문재 쪽으로 오르란다.
이슬비도 살짝 오고 급경사에 정비가 안된 길에 암릉구간이면 진짜 위험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임도길 따라 문재 쪽으로 가기로 한다 곧이려니 했는데 글쎄 엄청 길다. 약 8km 정도를 2시간 정도 걷는다. 드디어 백덕산 오르는 길이 나온다. 오름길 계단이 나오더니 조금 오르니 완전 능선길이라 걷기 좋다.
올 가을에 처음으로 백덕산에서 고운 단풍을 만난다. 능선길 걸으며 단풍 사진을 찍느라고 발걸음을 자주 멈춘다.
날씨는 이슬비가 오다가 개었다가 운무가 끼였다가 또 개었다가 비가 오다가 또 갠다. 하루에 날씨가 몇 번이나 변한다.
운교리에서 비탐 구간 들어서서 임돗길까지 오르고, 쭈욱 임도길 따라 문재터널 근처까지 갔다가, 사자산, 백덕산 오르고, 운교리로 하산하는 코스가 길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3~4시간 만에 오르고 내려왔으면 하나의 날씨만 만났을 텐데 말이다. 변화무쌍한 날씨와 함께 백덕산을 샅샅이 제대로 누린 날이 되었다.
백덕산 가는 길에 사자산 근처 단풍이 제일 곱다. 아마도 햇볕이 잘 드는 곳이라 그런 것 같다. 트랭글이 사자산 올랐다고 메시지를 보낸다. 사자산은 아무 표시도 없는데 말이다.
백덕산은 오르는 동안 조망이 거의 없는데, 조망터가 몇 군데 있긴 하다. 조망터에 가서 보니 마을이 보이고 산세가 또렷하게 펼쳐진다. 저것이 어느 산인지 알면 재미날 텐데, 모르니까 그냥 바라만 본다.
비탐구간 오를 때는 비가 안 왔고, 임돗길 걸을 때는 비가 왔는데, 문재 터널 쪽에서 백덕산 오르니까 또 비가 개다가, 백덕산이 가까워질수록 한 순간에 하늘이 파랗게 열린다. 노란 판초를 입었다 벗었다 하면서 산행을 한다. 가을 옷을 입은 고운 단풍길, 낙엽길을 혼자서 걷노라니 더 호젓해서 좋다.
백덕산에서 100대 명산 99좌 인증을 한다. 오늘은 산에서 아무도 보질 못해서 셀카로 찍는다.
아, 그런데 배터리가 아웃되려고 삐삐 소리가 난다. 얼른 충전지를 꺼내서 충전을 시킨다. 핸드폰이 충전되는 동안 사방팔방이 시원스레 뚫린 풍경 조망을 한다.
참, 정상에서 조금 내려오다 보니 젊은 남산우님 한 분이 올라오고 있다. 백덕산에서 만난 유일한 산우님이다. 다시 올라가서 인증숏을 제대로 찍나 어쩌나 잠시 생각했지만, 배터리도 아슬아슬하고 시간도 아슬아슬해서 그냥 내려온다. 오후 5시 25분 버스를 타려면 서둘러야 한다. 운교리로 내려가는 길을 물으니 서울대나무 지나서 삼거리 이정표 나오면 땅바닥에 있는 먹골 이정표 보고 그쪽으로 내려가란다. 먹골 이정표는 제 자리에서 떨어져 나와 낙엽 위에 누워 있다. 그래도 방향을 제대로 가리키고 있으니 이정표 역할은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하산해서 보니 다리 근처에 조그만 기둥이 있고 거기에 '등산로'라고 조그맣게 쓰여 있다. 다리 건너 바로 오른쪽에 코스모스가 핀 그 길이 운교리에서 백덕산 올라가는 길이다. 그런데 나는 그 조그만 표시를 못 보고 도로길 따라서 끝까지 가서는 비탐 구간으로 과감하게 들어선 것이다.
이럴 때 나는 꽤나 모험심이 있구나 생각을 한다. 흐리고 이슬비가 조금씩 뿌리는 날에 나홀로 산행을 하면서 비탐 구간으로 들어서는 용기가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나는 오래된 것보다는 새로운 것이 좋고, 잘 알고 있는 것보다는 잘 모르는 것에 흥미가 간다.
집을 나설 때는 조금 두려움이 있었지만, 정작 운교리에 내리니 말끔히 가시고 담대함이 생긴다. 오늘은 혼산이니 맘껏 산을 누리리라. 버스는 빨리 내려오면 오후 1시 18분 거를 탈 수 있고, 천천히 내려오면 5시 25분 거, 더 늦으면 7시 것을 타도 된다. 전에는 백운 상회에서 표를 팔았다는데 지금은 버스에서 직접 받는다. 교통카드나 신용카드로 결제가 된다.
나는 동서울에서 오전 7시 버스를 타고 운교리에 8시 50분에 내렸다. 백덕산을 마음 가는 대로 실컷 산행하고 하산해서 운교리 백운 상회 앞에서 5시 25분 버스 딱 맞춰서 버스에 올랐다. 차도 그다지 막히지 않아 7시 정도에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도 우등이 아닌 일반버스인지 12,900원을 냈다. 이래 저래 흡족한 나홀로 백덕산 산행을 했다.
나홀로 평창 백덕산 산행
원래는 왼쪽 코스를 탈 예정이었지만 비탐구간 들어서면서 길을 잃어 오른쪽 코스로 총 22km, 9시간 산행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