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등대

by 서순오

그림을 그리면서 야외 스케치를 나가는 때가 종종 있다. 혼자서는 쉽지 않지만 함께 그림 그리는 이들과는 몇 번 다녀왔다. 강원도 경포대와 하슬러 아트 피노키오 미술관과 솔향기수목원으로, 경기도 광주 화담숲과 호암 미술관으로, 양평 C 아트 뮤지엄으, 서울 동숭동 쇳대 미술관으로, 자연도 보고 미술관도 관람하고 그림도 그렸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곳은 역시나 바다가 있는 강릉이다. 가면서부터 문막휴게소에서 쉬어가는데, 와우! 어린 왕자와 바오밥나무 장식이 동화 속으로 우릴 초대한다.

"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마음이 설렐 거야."

<슬러 아트 피노키오미술관> 들러 거짓말하면 코가 자라는 피노키오 같은 사람들 작품을 본다. 거짓말은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현대에 와서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김지은 동화평론가는 <거짓말하는 어른>이란 책을 쓰기도 했다. 이 책은 '동화 쓰는 어른'을 '거짓말하는 어른'으로 표현했다. 동화는 꾸며서 쓰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야외스케치 둘째 날, 아침 식사 후 <카페 테라로사>에서 과테말라 드립 란제리 커피를 마시고, 드디어 경포대로 가서 푸른 바다를 보며 구도를 잡아 사진을 찍는다. 바닷가에 온 만큼 모둠회로 맛난 점심식사를 하고 솔향수목원에서 바다 그림을 그린다. 솔향 그윽한 자연 속에 안겨서 3시간 동안 그림에 열중한다.


바다와 등대를 그리고 철썩이는 파도와 해수욕하는 사람들을 그린다. 실제로 등대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내가 그려 넣은 것이다. 등대는 18~19세기에 처음 세워졌다고 한다. 바다에서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등대이다. 불을 피워서 빛을 내기도 하다가 전기로 불빛을 내다가 지금은 LED 등 같은 자동센서로 빛을 내기도 한단다.


실제로 바다에 등대가 있든 없든 내가 바다를 그릴 때는 꼭 등대를 그려 넣는다. 산을 그릴 때는 하늘에 떠 있는 해나 달, 별을 그리고, 기차를 그려 넣듯이 말이다. 등대가 길을 안내해 준다는 것과 해, 달, 별이 길을 밝혀 준다는 것, 기차가 길을 간다는 것, 그러고 보니까 내 그림에는 길이 담겨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을 인도하고 밝혀주고 가는 것이 은연 중 나도 모르게 그림 속에 들어간다.


드디어 바다 그림 완성이다. 그림 그리는 시간은 완전한 힐링의 순간이다. 1박 2일이지만 4박 5일 같은 알차고 귀한 몰입의 야외 스케치 시간이다. 내가 그린 <바다와 등대> 그림을 보니 마음이 뿌듯하다.


<바다와 등대>(서순오, 20호, 아크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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