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는 나의 목자

by 서순오

성경 시편 23편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씀이다.


여중 1학년 말 엄마의 가출로 인해 1년 간 소식 두절된 엄마를 찾으면서 우리 집은 모두 서울로 이사했다. 옆집 편물가게가 하도 예뻐서 들여다보았다. 아주머니는 나를 전도했다. 이사한 이튿날 나는 아주머니를 따라 교회에 나갔다. 말씀이 살아있는 교회였다. 성도는 어린이 포함해서 200여 명이 채 안 되는 교회였는데, 나는 그곳에서 교회학교 선생님과 성가대도 하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우리 교회는 어린이부에서부터 청년부까지 통틀어서 성경암송대회 같은 걸 했는데, 나는 중학교에 다니면서도 전체 1등을 하기도 했다. 당시 돈으로 2만 원인 장학금을 주었는데, 교회라면 질색을 하던 우리 아버지가 내가 장학금 받던 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교회를 나왔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성경말씀을 꽤나 많이 암송하고 있다. 창세기 1장, 시편 1편, 시편 23편, 고린도전서 13장, 로마서 8장 같은 걸 술술 외웠다. 물론 지금은 부분적으로 까먹은 곳이 있지만 아직도 그때 외운 말씀들은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인도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성경 말씀 중 성도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시편 23편은 구절구절이 내 삶과 딱 맞아떨어졌다. 1절부터 3절까지는 나의 청소년기까지의 삶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가난한 가정환경 가운데서도 최고, 최선의 길로만 인도 해주신 주님을 찬양드린다.


그리고 청년기에 나는 한 10여 년 교회에 다니지 않았다. 청년부 수련회로 간 기도원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다. 그 길로 기도원을 내려온 나는 재수의 길로 들어섰고 어쩌다 보니 교회에 갈 수가 없게 되었다. 이때가 내가 시편 23편의 4절을 살고 있었던 때인 것 같다.


그리고 뜻밖에도 대학을 아주 포기하고 1년 동안 장에 다니면서 공부는 하나도 안 하고 단지 시험만 쳐서 합격한 대학 생활은 주님께서 내게 상을 차려주시고 기름을 부어주신 듯했다. 좋은 친구들과 남편감도 만났다. 대학은 기독교학교여서 매주 월요일마다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결혼 후 내가 영어사업을 시작했을 때 바로 앞에 보이는 교회 모자이크 벽화에 잃어버린 어린양을 찾아 품에 안고 계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내가 사무실 지사장실 책상에 앉으면 주님 품에 안긴 어린양의 모습이 내 눈과 딱 마주쳤다. 그 어린양은 잃어버린 어린양 바로 나였다.


'내가 지금 교회 가도 주님이 날 저렇게 안아 주실까?'

나는 아직 어린 두 아이의 손을 잡고 그 교회에 등록하고 열심히 봉사하며 생활하였다. 교회에서 봉사할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신학을 했고 뜻깊은 사역을 했다.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나도 최고의 섬기는 사역을 했다. 그리고 지금 역시 소명을 찾아 여유로운 시간과 하고 싶은 일들로 하루하루가 제법 바쁘게 지나간다.


이제 마지막 6절이 남아 있다. 언제나 주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함께 하시길, 끝까지 믿음을 잘 지켜 주님 집에서 영원히 살아가게 되기를 기도드린다.


내 일평생의 말씀이 이렇게 늘 나를 인도한다는 것은 참으로 복된 일이 아닐 수 없다. 글을 쓰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감사찬양이 저절로 나온다. 꼭 유명해지지 않더라도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니 꾸준히 계속하면서 살아가면 참 행복하겠다.


(성경 시편 23:1-6)

1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2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3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4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5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6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서순오, 20호, 아크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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