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과 교회는 이 땅에서 천국의 모형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이다. 가정은 사랑과 공감과 수용에 대한 모형이고, 교회는 섬김과 봉사에 대한 모형이다.
나의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관계, 그것이 바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가족이다. 가장 위에 있는 자가 가장 낮은 자리에서 섬기고 봉사하는 곳이 교회이다. 자신의 몸을 바쳐 이웃을 섬기는 예수님의 역삼각형 리더십이 있는 곳이 교회이다. 그래서 세상과는 전혀 다른 사랑과 섬김이 있는 곳이 가정이고 교회이다.
나는 가정과 교회가 잘되면 사회도 나라도 세계도 다 잘된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가정과 교회를 그림으로도 그려보고 싶었다.
나는 지금까지 잠시 전원교회라는 곳을 다녀본 적이 있다. 2016년에 3개월 간, 그리고 2022년에 1개월 간, 그곳 여성센터에 일자리를 얻으면서 일도 하고 교회도 다녔다.
처음에는 이력서를 넣어서 갔고, 두 번째는 연락이 와서 갔다. 전원교회는 한옥으로 아름답게 지어졌다. 내가 갔을 때는 두 번 다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시점이어서 교회와 여성센터 마당에 하얗게 눈이 쌓인 설경과 예쁘게 피어난 꽃들을 볼 수 있었다. 교회 앞으로는 강이 흐르고, 여성센터에서는 빨갛게 물드는 석양을 날마다 볼 수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나는 내가 교회를 한다면 예쁜 전원교회를 짓고, 그곳에서 예배도 드리고, 작은 도서관도 운영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성경과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싶었다. 그러나 그 꿈은 뜻밖의 복병을 만나 이루지 못했다. 집안 식구들이 그 누구도 시골생활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림으로나마 내가 살면서 예배하고 싶은 전원교회를 그려보았다. 그러고 보니까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본 장미정원이 떠오른다. 장미꽃이 만발한 교회의 정원 아치문을 나가면 강으로 갈 수가 있다. 강가에는 수선화나 코스모스를 심어도 좋으리라. 물론 그냥 초록풀이 무성해도 좋고 갈대가 나부껴도 좋으리라. 계절마다 다르게 가장 예쁜 꽃들이 피어나리라. 눈이 부시게 파란 하늘에는 흰구름이 뭉클뭉클 피어나서 온 하늘을 덮어도 좋으리라. 구름빵, 구름기차, 구름비행기도 만들면서 맘껏 떠다니리라.
나는 풀밭에 앉아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써도 좋고 책을 읽어도 좋으리라. 아니다. 그냥 멍하니 앉아서 하염없이 하늘과 구름과 꽃과 강물을 바라보아도 좋고, 소리 없는 말로 물고기와 나비와 잠자리와 개미와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으리라.
상상 속에서이긴 하지만 나는 형형색색의 장미꽃이 활짝 핀 전원교회를 그리면서 하늘나라의 모습을 엿본다. 아마 그곳은 더욱 아름다우리라. 금으로 반짝이는 길과 진주문, 수정같이 맑은 강이 흐르고, 강가에는 양쪽으로 생명나무가 늘어서 있고, 영생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으리라. 어디선가 빛이 환하게 비춰오고, 그곳에서는 보고 싶은 이들이 일어서서 우리를 반겨주리라.
우리의 가정과 교회가 하늘나라의 모형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세상은 보다 살기 좋은 곳이 되리라. 땅의 가치관에 앞서서 하늘의 가치관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디 그런 세상이 오기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