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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by 서순오

성지답사 여행으로 이스라엘 갈릴리 호숫가를 거닐 때 어떤 이는 요한복음 21장의 예수님과 베드로의 만남을 떠올리며 하염없이 울었노라고 했다.


이스라엘의 왕이 될 줄 알고 예수님을 따라다닌 제자들, 그중에서도 수제자인 베드로는 다혈질에 거침이 없는 성격의 소유자이다. 평상시에 예수님 가시는 길을 자기도 갈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쳤다. 그렇지만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하루 전에 여자 하인 앞에서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하며 저주했다. 그리고 예수님이 결국 허망하게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자 갈릴리 해변으로 다시 고기를 잡으러 갔다.


그런데 부활하신 예수님이 베드로를 찾아오신다. 베드로는 밤이 늦도록 그물질을 하지만 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 예수님은 베드로를 보고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던지라고 말씀하신다.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고기가 많이 잡힌다. 고기 마리 수를 세어 보니 153 마리이다.

예수님이 잡은 고기를 조금 가져오라 하시고 숯불에 구워 조반을 먹을 수 있도록 해주신다.

그리고는 베드로에게 묻는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똑같은 질문을 세 번이나 하신다.

베드로는 대답한다

"주님만이 아십니다."

그러자 "내 양을 치라"고 말씀하신다.

우리의 안과 밖을 훤히 아시는 주님이 질문을 하실 때는 이미 우리가 어떤 대답을 할지 어떤 행동을 할지를 다 알고 물어보시는 것이다.

예수님은 베드로가 실패의 자리에 있을 때 찾아오셔서 아침을 먹이시고 질문을 하시고 회복시키셔서 또 새로운 사명을 주신다.


우리는 성지답사를 하면서 갈릴리 호숫가 숙소에서 잠을 자고 아침을 맞았다. 새벽에 일어나서 철썩이는 갈릴리 호수를 바라보며 맨발로 모래사장을 걸었다. 그러면서 2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예수님과 베드로가 숯불을 피워놓고 앉아서 아침식사하는 장면을 바라보았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예수님이 내게도 물어오시는 듯하여 베드로의 대답을 한다.

"주님만이 아십니다."

그 후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그 장면은 잊히지 않는다. 그림으로 그려본다. 언제나 가까이에서 나의 모든 것을 다 지켜보고 계시는 주님께서 지금은 무어라고 말씀하실 런지. 아마 여전히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물어보실 것 같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서순오, 20호, 아크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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