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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an 07. 2024

청계산의 숨은 명소를 찾아서

과천 청계산

천 청계산 중 안 가본 코스 산행이다. 오늘 산행에서 옥녀봉까지는 혼자서 가보았는데 그 이후가 안 가본 곳이다.


청계산입구역~옥녀봉~청호봉~갱매폭포~대공원역 코스로 총 8.5km, 4.5시간 소요 예정이다. 모두 8명 참석이다. 여자 4명(세브란스님, 서우님, 나타리님, 나 눈꽃열차), 남자 4명(인테리어 대장님, 말뫼님, 올라님, 도우 사진작가님)이다.


아, 그런데 윈터골 입구에서 청계산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전혀 새로운 길로 들어선다. 처음 가보는 길이다. 초반에 무덤들이 쭉 늘어서 있다. 햇빛이 잘 드는 곳이다. 어느 가문의 선산인 듯하다. 죽어서라도 양지바른 곳에 묻히고 싶을까? 나는 죽어서는 그저 한 줌 흙이 되고 싶은 사람 중 하나인데 말이다.


곧 진달래능선이다. 말만 들었지 한 번도 못 가본 곳이다. 말뫼님과 서우님이 꽃 피었나 잘 살펴보란다. 아직이다. 길 양쪽으로 진달래나무가 많이 있는 걸 보니 봄이 되어 꽃이 피면 꽤나 이쁘겠다. 꼭 다시 와야겠다.


진달래능선 중간쯤 낙엽 쌓인 곳으로 내려가 밥터를 찾아 쉘터를 친다. 서우표 어묵떡국, 인테리어표 라면, 호박죽, 누룽지, 돼지김치볶음, 갓김치, 사과, 생고구마 등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는다. 후식으로는 세브란스표 쌍화차 다방에서 배달을 왔다. 따끈한 차를 마시며 화기애애하다.


역시나 사람은 함께 밥 먹는 데서 친해진다. 식구가 다른 그 누구보다도 친한 이유는 밥을 같이 많이 먹어서 일는 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올라오니 이정표가 옥녀봉 가는 길과 매봉 가는 길을 알려준다. 갈림길이다. 전에는 혼자서 옛골에서 여기로 올라와서 옥녀봉 찍고 돌아와서, 매바위와 매봉 오르고, 이수봉 쪽으로 가다가 옛골로 내려간 적이 있다.


옥녀봉 쪽으로 가니 멋진 나무가 반긴다. 전에도 이곳에 눈 맞추고 사진에 담았던 기억이 있다. 세프란스님 예쁘게 담아드리고 나도 한 장 남긴다.


곧 옥녀봉이다. 오늘은 사진작가 도우님이 커다란 카메라를 메고 오셨다. 우리들 사진을 한 장 한 장 정성 들여 찍어주신다.


날씨가 좋아 과천 쪽 조망도 시원하다. 하산은 대공원 쪽이라 옥녀봉 안내가 되어 있는 곳 왼쪽길로 간다. 옥녀봉은 봉우리가 이쁜 여자를 닮아서 생긴 이름이란다. 청계산의 옥녀는 고상한 의미를 지녔다.


데크길 내려가니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다. 바스락바스락 기분 좋은 발걸음이다. 눈을 밟을 때처럼 낙엽을 밟을 때도 낭만이 있다. 산우님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도란도란 산행을 한다.


날이 포근해 겉옷을 입었다 벗었다 한다. 나는 조끼를 입었다가 그것마저 벗고 걷는다. 살짝 땀이 나서다. 바람이 불어 아주 청량한 느낌이다.


인테리어 대장님이 또 다른 옥녀봉이 있다고 안내를 해서 따라가 보니 청호봉이다. 세브란스님은 대장님 뒤를 바짝 잘도 따라간다. 두 분 다 몸이 가벼운 까닭이리라.


청호봉은 안내판에는 '옥녀봉'이라 되어 있고, 돌비에는 '청호봉'이라 쓰여 있다. 왜 이름이 두 개일까 궁금하다. 여기도 새로운 봉우리니 도우님 카메라로 기념샷을 남긴다.


가파르게 내려갔던 길 다시 되돌아서 가파르게 올랐다가 서울대공원을 향해 내려간다.


곧 갱매폭포가 보인다. 내려가는 길이 가파르고 험하다. 전에는 이곳이 금지구역이었단다. 이 폭포도 이름이 두 개다. 안내판에는 수종폭포라 되어 있다.


사람들은 왜 이름을 여러 개씩 지을까? 아마도 보는 눈이 달라서이거나 저마다 담아두는 의미가 있어서일 것이다. 아기를 낳으면 뱃속에 있을 때부터 태명을 짓고, 태어나면 정식으로 이름을 짓는 것과 비슷하다 할 수 있을까? 아님 우리가 주로 별명을 지어 블로그나 카페 활동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할 수 있을까?


갱매폭포가 얼어 빙벽을 이룬 가운데 녹아서 흐르는 폭포가 시원스럽다. 한참 사진 찍기 놀이를 한다. 사진작가 도우님, 인테리어 대장님, 나, 이렇게 3명이 주로 사진을 찍는 이들이다.


다시 능선으로 올라가 계곡으로 내려와서 대공원이 보이기에 이제 하산 끝이나 보다 했다.


그런데 또 한바탕 길이 아닌 길로 올라간다. 가파른 오름길인데 낙엽이 수북이 쌓여서 발이 푹푹 빠진다. 나뭇가지들도 가시를 달고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미끄러지기 쉽고 몸에 상처가 날 수도 있겠다. 조심조심 한 발 한 발 올라간다.


한 15분 정도 오르니 능선길이 나오면서 편안한 좋은 길이다. 안심이다. 걸음을 재촉해서 걸으니 곧 대공원이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길가 장식들이 조각공원 같다. 코끼리 상, 춤추는 남녀상, 수정같이 맑은 키 큰 어머니상 등 조형물들을 보며 걷는다.


청계산 산행은 총 9km, 5시간 소요(점심, 휴식 시간 포함) 되었다. 느리게 천천히, 느림의 미학 힐링산행이다.


뒤풀이는 대공원역 단골맛집 <할매집>에서 삼겹살로 한다. 나는 밥을 꼭 먹어야 해서 공깃밥을 주문해서 고기와 함께 상추쌈을 해서 먹는다. 도톰한 삼겹살이 구워서 가위로 잘라 놓으니까 육즙이 듬뿍 나오면서 맛이 최고다. 가끔 오돌뼈도 오도독오도독 씹혀서 고기 먹는 맛을 더해준다. 김치, 미역, 상추 등 밑반찬도 푸짐하게 주신다.


근교산행팀은 거의 이틀에 한 번 꼴은 산행을 하고 있어서 친밀도가 높다. 오랜만에 만나는 이들도 반갑기만 하다. 청계산의 숨어있는 명소 청호봉, 갱매폭포, 일부러 찾아서 안내해 주신 인테리어 대장님과 이쁜 작품 사진 찍어주신 도우 사진작가님, 그리고 함산 한 유쾌한 산우님들에게 감사하다.

진달래능선
쉘터 안에서 맛있는 점심식사
세브란스표 쌍화차
멋진 나무에서
옥녀봉에서
옥녀봉에서 바라본 풍경
청호봉에서
낙엽길에서
갱매폭포 가는 길 가파르고 험하다.
갱매폭포(수종폭포)에서
길이 없는 길로 낙엽에 발을 담그며 15분 정도 가파르게 오른다.
서울대공원 호수에서
서울대공원 앞 시민아이디어 코끼리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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