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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an 10. 2024

포근포근 눈 내리는 남산 소나무숲길

남산 한양도성길+소나무숲길

눈이 펑펑 쏟아져서 북한산을 간다기에 눈산행을 하고 싶어서 나섰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리딩 대장님한테 전화가 온다. 북한산이 입산통제라고, 남산으로 일정을 바꾸었단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접근성이 좋은 광교산이나 관악산을 가도 좋겠는데, 일단 간다고 했으니 취소는 좀 그렇겠고, 약속장소로 나간다. 집결지가 불광역이 아니라 동대입구역이라 도착하면 시간이 한 30여 분은 족히 남겠다.


'무얼 하나?'

그런데 할 것이 있다. 집결지인 동대입구역 5번 출구 쪽을 찾아보니 벽에 <장충체육관 역사전시관 "그때 그 시절">이 있다. 꼼꼼하게 본다.


박정희 대통령의 5.16 군사쿠데타가 아직도 혁명으로 나와 있고, 이단인 통일교 합동결혼식 사진이 걸려 있다. 세상에나! 지금이 어느 시댄데, 이런 것이 그대로 걸려 있다는 말인가?


<장충체육관 시민사진 공모전 입상작>도 전시가 되어 있어서 제목이랑 사진을 번갈아가면서 관람한다. 금상, 은상, 동상, 입선, 모두가 멋진 작품들이다.


곧 인테리어 대장님이 오신다. 밖으로 나가서 기다린다. 서우님, 나타리님 함께 나란히 오시고, 세브란스님은 장소 변경을 늦게 알아서 아직도 집이시란다. 합류할 장소를 정하고 출발한다.


남산은 벚꽃 필 때, 단풍 고울 때는 가봤어도 눈 내리는 남산순환길은 처음이라 색다른 느낌이겠다. 날씨도 제법 포근하고 눈도 적당히 쌓였으니 한껏 기분을 내봐야겠다.


동대입구역 5번 출구 너무 가팔라 4번 출구로 나와 장충체육관 쪽으로 횡단보도를 건넌다. 남산 한양 도성길 성곽을 오른쪽으로 두고 왼쪽 길로 걸어간다. 눈이 제법 많이 쌓여 있어서 분위기가 짱이다. 아래서 올려다보는 성곽도 고풍스럽다. 처음 가보는 길이다.


인테리어 대장님이 트랭글을 안 켜고 걷는 대서 나도 그냥 걷는다. 뭐 늘 가는 길이니까. 그런데 새로운 길이라서 좋다. 언제나 새로운 것은 설렘을 안겨준다.


북한산을 간다고 생각하고 준비했기에 나는 점심을 싸왔다. 모시송편, 밥, 명란젓갈, 바나나 등이다.


마침 정자가 보이는데 비닐로 사방을 모두 막아서 춥지 않을 것 같다. 그 안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는다. 서우님은 어머니가 만들어서 보내주셨다는 쑥떡과 커피를, 마타리님은 생강차를 따뜻하게 타서 주신다. 나는 밥을 다 먹고 커피에 생강차까지 마신다.


눈이 조금씩 더 내린다. 금방 길이며 나무들이 눈을 맞아 하얗게 변한다. 산죽이 있는 곳에는 눈이 아주 수북이 쌓였다. 예쁘게 사진에 담는다.


남산공원 이름표가 있는 곳, 국립극장 앞에서 세브란스님과 합류한다. 글쎄, 빨리 오려고 전철역에 내려서 개인택시를 타고 오셨단다. 반갑게 만나서 사진도 찍어드리며 즐겁게 걷는다.


도로길 한참  걸어간다. 그다지 미끄럽지 않아 걸을 만하다. 남산 타워까지 가는 버스가 수시로 우리 옆을 지나간다. 저걸 타면 금방 올라가겠지만 우리는 늘 걸어서 간다.


남산 소나무숲 탐방로도 한 번도 못 걸어본 길이다. 이름표가 있는 곳을 지난다. 소월길이라고 쓰인 이정표도 있다. 전망대에서 조망 안내판과 남산순환로 안내판이 눈이 내려 쌓여서 보이지 않는다. 나름 멋져서 옆에 서본다.


전망대 지나서 조금 더 걸으면 남산타워인데, 그쪽으로 안 가고 왼쪽길로 들어선다. 소나무 숲길이다. 그러고 보니까 오늘은 성곽을 오른쪽에 두고 계속 왼쪽길로 걷고 있다.


소나무숲길이 얼마나 예쁜지 이전에 알던 남산순환로가 아니다. 사람도 거의 없고 한적하면서도 소나무들이 자연스럽게 휘어진 자태로 예술적으로 뻗어 있는 모습이 높은 성곽과 잘 어우러진다. 눈이 조금만 더 내렸으면 아주 순백의 나라가 되었을 거다. 지금 이만큼도 포근포근 예쁘지만 말이다.


내리막길 오름길 살짝 있다. 내려갈 때는 조금 미끄러울 수가 있어서 아이젠을 꺼내 착용하고 스틱을 짚으며 걷는다.


나무기둥, 의자, 길 위, 나무에 쌓인 눈을 보며 눈발을 맞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남산도서관, 서울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 안중근의사 기념관이 보인다.


남산도서관은 대입 준비할 때 많이 다녔던 곳이다. 전에는 남산 계단을 가파르게 올라가서 위쪽에 있었는데 언제 내려온 것인지 지금은 아래쪽에 있다. 새로 지은 후에는 한 번도 못 가봤다.


안중근의사 기념관은 늘 지나갈 때마다 숙연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역시나 기념관 안을 못 가봤다. 일부러 날을 잡아서 남산 도서관과 안중근의사 기념관에 한번 가봐야겠다.


안중근의사 기념관 앞에서 한참 사진 찍기 놀이를 한다. 곳곳이 다 이쁘다.


김구광장 전망대 위에서 보는 한양도성길 자태가 현대식 높은 건물들과 다소 이색적이지만 멋스럽다.


뒤풀이는 단골맛집 남대문시장 <중앙갈치>에서 갈치조림으로 한다.


친한 지인분 오빠가 운영하시는 유명한 <가메골왕만두>에서 왕만두와 찐빵을 사가지고 집으로 온다. 항상 덤도 많이 주셔서 감사하다.


오늘 남산 걷기는 이전 기록을 보며 미루어 짐작해 보니 총 8km, 오르기 시작한 시간과 하산한 시간 따져보니 약 3시간 30분쯤 소요(휴식, 점심 포함)되었다.


남산의 숨겨진 코스 성곽 옆길과 소나무 숲길 코스는 어느 산행 못지않다. 눈도 조금씩 내려주고, 뽀드득뽀드득 도란도란, 재미났다. 갈치조림도 맛났다. 언제나 좋은 산우님들과 인테리어 대장님의 힐링 리딩 감사하다.


서울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이 예전에는 남산도서관이었다.

장충체육관 역사전시관 "그때 그 시절" & 장충체육관 시민사진 공모전 입상작품
다산동 무궁화 꽃길 이름표 앞에서
한양도성 성곽길 왼쪽으로 걷는다.
싱그러운 눈길
정자에서 쉬어가기
눈쌓인 산죽길에서
남산공원 이름표 앞에서
도로길도 옆 인도도 걷기가 좋다.
눈쌓인 전망대와 남산둘레길 안내도에서
소나무 숲길 넘 운치 있다
소나무 숲길 사진 찍기 놀이
남산 소나무 숲길 넘 멋지다.
남산도서관
안중근의사 기념관
서울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 바로 이곳이 남산도서관 자리였다.)
안중근의사 기념관 앞 사진 찍기 놀이
억새와 서울시교육청융합과학교육원
걷기 좋은 도로 옆길
김구광장 전망대
김구광장 전망대에서 보는 한앙 도성길
뒤풀이는 남대문시장 단골맛집 <중앙갈치>에서 갈치조림으로 한다.
남대문시장 <가메골왕만두>에서 만두와 찐빵 사가지고 집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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