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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an 14. 2024

겨울왕국 '빙화(얼음꽃)' 왕눈꽃 천국

평창 발왕산

상고대가 보고 싶어서 겨울산을 간다. 요즘 강원도쪽은 날씨가 영하권이라 상고대를 볼 수 있는 곳이 많다.


겨울에 추운 것은 싫고 상고대는 보고 싶고 그래서 망설이다가 평창 발왕산 예약을 다. 이곳은 왕복으로 곤돌라를 타면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일단 온라인에서 할인가로 곤돌라 왕복 예약을 편도 비용보다 싼 가격에 다.


먼저 갔다 온 이들의 포스팅을 보니 상고대도 진짜 이쁘게 피었다. 맑은 날 푸른 하늘과 하이안 눈꽃의 조화는 그 어디에 내놓아도 단연 최고이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이 상고대 눈꽃이다. 그 절묘함을 만끽하고 올 수 있기를 기대하며 간다. 물론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도 함께 말이다.


곤돌라를 타는데 거의 40여 분 기다려서 약 20여 분 정도 곤돌라를 타고 올라간다. 2층 발왕산 역사관을 둘러보고, 4층 스카이워크로 올라가서 발왕산과 주변 조망을 한다. 눈이 내려서 사방팔방이 희끗희끗하다. 어디가 어디인지 잘은 모르지만 굽이굽이 산 봉우리와 능선들이 멋지다.


발왕산 곤돌라 내리는 데서 정상까지 눈꽃길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싱그럽게 걷는 맛이 있다. 날씨가 영하라는데 손도 안 시리고, 옷 입은 게 너무 두꺼웠던지 덥다.


발왕산 눈꽃 완전 대박이다. 얼음꽃이 활짝 피어서 그 위에 눈이 내려서 또 얼었다. 왕눈꽃이 서로 엉겨 있는 모습이 진풍경이다. 사진을 찍느라 발걸음을 못 뗀다.

"와우! 여기가 완전한 겨울왕국이다."


눈꽃은 눈이 내려서 쌓여서 피는 꽃도 있지만 이슬이 내려서 피는 눈꽃도 있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에 볼 수 있는 꽃이 바로 상고대이다.


발왕산 눈꽃은 이런 여러 가지가 혼합된 눈꽃이다.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눈꽃이 장관이다. 핸드폰 카메라로는 잘 안 담겨서 조금 아쉽다.


시간이 여유가 있으니까 눈꽃을 찬찬히 보면서 사진도 찍으면서 간다.


곧 헬기장이 나오는데 그곳에는 고사목들이 있고, 포토존도 여러 군데 있다.


발왕산 정상 평화봉에서 100+ 명산 35번째 인증숏 찍는다.


오늘 발왕산에서 본 눈꽃은 '빙화(얼음꽃)'란다. 눈이 내려서 녹아내리다가 다시 얼어서 피어난 꽃이란다. 평생에 한번 볼까 말까 한 꽃이란다.


"그렇구나! 귀한 꽃이구나!"

그러고 보니까 나도 처음 본 꽃이다.

오늘 발왕산 산행 오길 참 잘했다.


'빙화(얼음꽃)'이 귀한 꽃이라니까 더욱 눈여겨보게 된다. 올라갈 때는 사람이 많았는데 내려갈 때는 별로 없어서 사진 찍기가 좋다. 확대해서 크게도 찍어보고, 파란 하늘이 나오게도 찍어본다. 어떻게 찍어도 예쁘다. '빙화(얼음꽃)'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얼음꽃 사진을 정성스레 찍는 분이 있다. 나도 옆에서 빛이 얼음꽃에 비쳐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담아보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잘 안 된다. 수정같이 맑은 얼음꽃 안에 열매들도 담아본다. 보석이 따로 없다. 그대로 이어 붙이면 '빙화실석(얼음꽃열매석)'인데, 다른 이름은 없을까? 골똘히 아이디어를 짜내본다. 영어로 '워터푸룻플라워'는 어떨까?


사진 찍는 이가 얘기한다.

"누구나 다 잘 되면 '작가'나 '작품'이라고 하질 않겠죠."

"그러게요."

빛을 담는 건 쉽지 않다. 빛을 그리는 것도 어렵다.


어떤 사물이든 빛을 받을 때 그때가 가장 아름답다. 빛이 바로 예술인 것이다.


빙화(얼음꽃) 터널과 아치문이 군데군데 있다. 길을 걸으면서 자연의 장식 앞에서 오래 머문다. 터널 속으로 들어도 가보고, 아치문 앞에 서서 얼음꽃을 만져도 본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빙화(얼음꽃)와 파란 하늘의 어우러짐이 겨울왕국에 와 있음을 더욱 실감 나게 한다.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저 얼음꽃길을 날아서 파란 하늘문으로 들어가면 그곳에 새로운 왕국이 열릴 것만 같다.


나도 이야기를 한번 써볼까? 제목은 '얼음꽃 왕국', 소재는 뭘로 할까? 주인공은 왕자님 아님 공주님? 시대는 과거 아님 미래? 배경은 옛 도시, 현대, 천 년 후 미래? 상상하다 보니 어느새 나도 동화작가다.


아까 올라갈 때 못 보았던 곳 자세히 보고 곤돌라 타는 곳 옆 전망대에서 주변 조망을 해본다. 대관령, 정동진까지 산봉우리와 산능선 너머에 있다고 안내가 되어 있다. 아마도 하얀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저 너머인 듯하다.


내려갈 때는 곤돌라가 한가하다. 곤돌라 안에서 구불구불한 경사진 길에서 스키 타는 이들을 내려다보면서 가는데 아찔하다. 대체로 젊은이들이 많고 어린아이들도 있다. 속도감을 즐기는 이들이 부럽다기보다는 무섭다는 생각이다.


나는 스키나 스카이다이빙, 스쿠버다이빙 같이 전율 있는 운동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어 다행이라 여긴다. 그런 운동은 돈도 많이 들고 위험하기도 해서이다.


물론 일반인들은 나처럼 산행하는 이들을 보고서도 그런 생각을 할는지 모른다. 저마다 다 자기 좋아하는 것들이 다르니 세상은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잘 굴러가는 것이리라.


평창 발왕산에서 좀처럼 보기 어렵다는 빙화(얼음꽃)를 맘껏 보고 걸으며, 생각 속에서 이미 그림도 그리고 동화도 쓰며, 온전히 누렸으니 오늘도 복된 날이다.

곤돌라를 타고 보는 모나용평스키장 풍경
2층 발왕산 역사관
4층 발왕산 스카이워크에서
스카이워크에서의 조망
모나파크 포토존
천년주목숲길 이름표와 세계로 가는 이정표
발왕산 '빙화(얼음꽃)' 천국
발왕산 정상 평화봉에서 100+ 명산 제35좌
발왕산 정상 평화봉 숲길 안내도와 조형물
발왕산 포토존
빙화(얼음꽃) 터널과 아치문
빛을 넣어 빙화(얼음꽃) 사진 찍어보기
예쁜 '빙화(얼음꽃)' 옆에서 기념사진도 여러 컷!
발왕산 빙화(얼음꽃) 왕눈꽃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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