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봄을 만나는 일은 두근두근 설렘이다. 죽은 것 같은 나무들에 초록물이 올라오고 일제히 싹이 돋고 꽃들이 벙근다. 그래서 나는 봄산의 이름을 '생기'라 부르고 싶다.
성경 첫 부분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신다. 그리고 흙으로 사람을 빚으신다. 아직 사람이 아니다. 코에 '생기'를 불어넣으신다. 비로소 생명이 있는 존재, 생령, 즉 사람이 된다.
봄산은 꼭 이와 같다. 하나님이 '생기'를 불어넣으시는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무채색의 산이 갑작스레 소란스럽게 한꺼번에 깨어날 리가 없다.
나의 그림 <봄의 생기> (서순오, 30호, 아크릴화)는 여러 산행지에서 본 봄산 느낌을 담아 그려보았다. 졸졸졸 강이 흐른다. 아직 잔설이 남아있는 산 능선은 신비로운 빛으로 칠해진다. 곤충과 벌레와 들짐승들이 눈을 뜬다. 천지개벽이다! 30호 화폭에 담기에는 너무 큰 세계이다.
성남시민기자 중 한 분이 성남아트센터전시회에 와서 보고는 내 그림이 꼭 솜사탕 같다고 했다. 봄이 갖가지 빛깔의 솜사탕처럼 피어난다고 말이다.
솜사탕은 생명이 없지만 봄산은 생기가 있다. 봄에 산에 오르면 심장이 뛴다. 우리가 봄산을 더욱 부지런히 오르는 이유이다.
내 그림에는 무엇을 그리든, 어느 계절을 그리든, 어떤 풍경을 그리든, 봄의 생기를 담고 싶다. 나는 살아있는 것에 눈길이 간다. 생동하는 것에 발걸음이 머문다. 이것이 바로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