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의 봄

by 서순오

청주여행에서 운보의 집과 운보미술관을 다녀왔다. 운보 김기창 화백이 수묵화로 그린 <조국통일>을 보니 백두산 천지와 무궁화를 그렸다. 그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몇 년 전 아크릴로 그린 내 그림 <백두산의 봄>이 생각난다. 무궁화는 아니지만 나도 백두산 천지 아래에 꽃을 그렸는데 말이다.


이 그림은 10년 전 통일을 염원하며 북중접경지역을 돌아보는 여행을 하면서 찍은 백두산 천지 사진을 보고 그린 것이다. 압록강 끊어진 철교를 걸어보고 두만강에서 배도 타보고, 북한이 훤히 바라다 보이는 지점도 가보았다.


백두산 천지에 갔을 때, 그때가 봄이었는데, 완전 날씨가 좋았다. 하늘이 맑고 화창했고, 천지로 오르는 길과 천지 주변 뾰족뾰족한 산봉우리에도 눈이 제법 소복이 쌓여 있었다. 파란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서 바람 따라 흐르며 실시간으로 천국 영상을 만들고 있었다. 가이드님이 백두산에서 이런 날씨를 만나는 건 덕을 많이 쌓아야 가능하다고 했다. 잊을 수 없는 풍경이었다.


백두산에 갔다 온 후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런데 설경보다도 꽃이 핀 모습을 그렸다. 이때는 내가 운보 김기창 화백의 수묵화 <조국통일>을 모르는 상태였다. 백두산 천지에 꽃이라,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봄이나 여름, 가을에 꽃이 활짝 핀 백두산을 다시 가보고 싶다.


혹자는 통일비용이 부담이 되어서 남북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어서 속히 통일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그러면 북한에 있는 산도 가보고 여행도 해보고 싶다. 살아생전에 가능한 일일까? 그저 기도할 뿐이다.


통일이 되면 남한의 경제력과 북한의 자원, 그리고 비무장지대와 북한 관광화 등 여러 유리한 요소들이 많다. 남북을 합치니 땅도 넓어지고, 남북이 군사력 경쟁도 하지 않아도 되고, 이미 쌓아온 군사력에다 남북협력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과학 등도 세계 강국이 될 수 있다. 도리어 통일비용을 넘어서는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백두산 천지를 그리며 남북이 통일이 되면 우리나라가 꽃이 활짝 피는 것이라 생각을 했다. 아마 운보 김기창 화백도 그런 마음을 담아 백두산 천지 아래에 무궁화꽃을 한가득 그려 넣었을 것이다.

"조국통일이여, 어서 오라!"


<백두산의 봄>(서순오, 30호, 아크릴화)
운보 김기창 화백의 수묵화 <조국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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