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해돋이와 해넘이

by 서순오

사람들이 언제부터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보려고 해돋이와 해넘이 명소를 찾게 되었을까? 한 해가 저물어 가는 마지막 날에는 해넘이 명소에, 새해 첫날에는 해돋이 명소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린다고 한다.


나는 일부러 해돋이나 해넘이를 보러 가는 편은 아니지만, 두세 번 정도 해넘이를 보러 간 적이 있다. 물론 산행을 한 후에 해넘이 명소로 이동해서 일몰 시간을 기다려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기도 했다.


새해 1월 1일은 교회에서는 새해예배를 드리기 때문에 시간을 따로 낼 수가 없어서 첫날에 해돋이를 보러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코로나가 오기 전, 해가 바뀌는 0시에 송구영신예배를 드릴 때는 예배 마치고 근교산에 가서 일출을 감상하기도 했다. 집에 와서 한숨 잔 후에 일찍 일어나서 해돋이를 보러 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해돋이나 해넘이를 보면서 해에게 소원을 빌거나 하지는 않는다. 일몰을 볼 때는 그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감사하고, 일출을 볼 때는 새로운 해에 대한 소망을 담아 기도를 드린다.


가끔 산행을 하면서 코스가 길거나 거리가 멀어서 무박산행을 가게 되면 산 위에서 장엄하게 떠오르는 해돋이를 볼 수가 있다. 산과 바다와 강이 어우러져 한 폭의 파노라마를 연출하는 새벽의 신비는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날씨가 맑고 좋은 날이면 하늘은 입에서 황금알을 뱉어내듯이 금빛해를 토해낸다. 때로는 하늘도 바다도 강도 온통 빛으로 물들이며 아주 빠알간 해가 떠오른다.


기암괴석과 분홍 진달래와 노랑 유채꽃이 어우러진 해돋이의 모습은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명장면이다. 나의 영혼육도 온통 해의 빛살에 물들며 한동안 넋을 잃고 자연 속에 파묻힌다. 이윽고 해가 떠오르고 산야가 일순간에 제 모습을 드러내며 깨어난다.


여고 친구 중에 화가가 있는데 그이는 주로 빛의 잔상을 그린다. 전시회를 가보니 화폭이 온통 빛으로만 채워져 있다. 깨어난 빛이 아니라 잠든 빛이라고나 할까? 그런데도 빛이 지고 난 후 눈을 감으면 남아 있는 빛의 여운이 어찌나 강렬한지 친구 그림의 화폭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눈이 부시고 시려서 자꾸만 눈을 깜박이게 된다.


나 역시 빛을 좋아한다. <빛 아래서>라는 수필은 쓴 적도 있다. 겨울이나 늦가을, 초봄에는 빛 쪼이는 걸 좋아해서 양지에 앉아있곤 한다. 그러면서 내 안의 모든 어둠과 부정을 몰아낸다는 이야기이다.


동쪽에서 빛이 처음 떠오르는 시간 새벽 미명, 드디어 팡파르를 울리며 웅장하게 떠오르는 해돋이, 그리고 서쪽에서 빛이 지는 순간, 해넘이의 찬란한 아름다움은 보고 또 보아도 언제나 감격스럽다. 매일 뜨고 지는 해이지만 해가 바뀌는 마지막 날의 해넘이와 새해의 일출은 더욱 뜨겁고 밝고 환하다. 우리는 그렇게 한해를 감사로 물들이며 새로운 해를 소망으로 맞이한다. 해가 있어서 우리 모두는 언제나 빛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동석산의 일출>(서순오, 20호, 아크릴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좁은 문으로 들어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