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연풍 현감이 되면 두 번 울었다고 한다. 한 번은 발령지 연풍이 첩첩산중 두메산골이라서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사나 해서 울었고, 두 번은 연풍에 살면서 수려한 산천과 사람들과 정이 듬뿍 들어서 떠나기 싫어서였단다.
유명한 풍속화가 단원 김홍도가 연풍 현감을 4년이나 지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김양수라는 늦둥이 아들도 이곳에 살면서 얻었다고 한다. 김홍도의 그림 <모정풍류>는수옥폭포 가는 길 '수옥정'을 모델로 그린 것이라고 한다.
연풍성지는 향청이 있던 자리에 세워졌단다. 천주교박해를 피해 다니던 산앙인들이 연풍에서 순교하게 된 일을 기리는 성지이다.예수님의 십자가상, 순교자들의 무덤과 동상, 순교현장비와 교수형 형구틀도 세워져 있어서 그 끔찍했던 장면들을 짚어본다. 오래된 나무들도 많다. 이곳의 나무들은 그 순교의 현장을 묵묵히 지켜보았을 것이다.
'예수님을 모른다'고 '신도가 아니라'고 한 마디만 하면 살 수 있었는데, 순교자들은 그 말을 하지 않고 결국 죽음을 택했다. 연풍이 고향인 황 루카 석두도 박해를 피해 다니다가 결국 참수형을 당하고 말았단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천국신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순교자들에게는 이 땅의 생명이 끝난 후 천국에서 영생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가이드님이 미리 공부를 해오는지 여행지 설명을 풍부하게 해 주셔서 여행하는 맛이 더욱 깊어진다.
연풍성지에 있는 성당으로 들어가 본다. 두세 사람이 의자에 앉아서 경건하게 기도를 하고 있다. 우리는 조용히 들어가서 예배당 앞 쪽 예수님 십자가상과 설교단, 양쪽 벽면의 아름다운 아치형 모자이크 스테인드 글라스, 출입문에 새겨진부조 성화 앞에서 기념샷을 남긴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 장면이 출입문에 새겨져 있다. 참 아름답다.
연풍성지를 돌아보며 순교로 전국이 있음을 몸소 보여준 신앙인들을 생각한다. 지금은 산앙인으로 사는 것이 너무 쉬워서 그런 믿음의 소유자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마지막 때에 믿는 자를 보겠느냐?"
성전 문을 열고 나오는데 뒤에서 주님의 말씀이 들리는 듯 자꾸만 뒤통수가 긴장이 된다. 쑥스러워서 손으로 뒷머리를 만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