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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Mar 10. 2024

살아있을 때 섬진강 산수유, 매화처럼 곱고 찬란하게

구례 오산

싼타님과 함께 구례  오산 산행을 한다. 이전에  월 마대산에서 만났던 여산우 님다. 상고대가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초겨울 신비로운 운무 속 산행을 함께 했다. 걷다보면 운무가 날리다가 얼어서 나뭇가지에 새하얗게 눈꽃이 피어났다. 탄성을 지르며 한참씩 눈꽃 속에 파묻혔다. 


그 후 설악산 금무박 단풍 산행 갔다가 새벽미명에 어떤 남산우 님 따라가다가 엄청 험한 곳으로 들어서서는 길을 잃고 헤드랜턴도 꺼지고 아주 난감했던 경험도 있다. 좋은 추억 안 좋은 추억 두루 함께 있는 싼타님과는 앞으로 자주 같이 할 것 같다.


오전 11시 구례구역 지나 동해마을에 도착한다. 오산 산행코스는 동해마을~동주리봉~자래봉~매봉~오산 ~사성암~죽연마을로 총 12km, 6시간이 소요예정이다 함께 버스를 타고 온 이들 대부분이 다 동해마을에 내리고 나와 타님, 그리고 어떤 커플 한 쌍만 사성암 쪽으로 간다. 우리는 12km가 조금 길다고 생각해서 사성암 쪽으로 올라가서  적당하게 걷고 원점회귀할 생각이라서다.


버스로 약 10여 분 버스로 이동해서 죽연마을 주차장에 도착해서 내린다. 또 마을버스(편도 1,700원)를 타고 사성암 입구로 올라간다. 이정표 앞에서 섬진강을 배경으로 한 컷 찍고 출발한다.


싼타님은 절에 오면 마음이 편하다며 이전에 한번 운전해서 이곳 사성암에 온 적이 있단다. 그런데 나는 기독교인이라서 절은 지나만 가지 잘 안 본다. 그렇지만 싼타님을 위해서 사성암을 배경으로 예쁘게 사진을 찍어준다.


싼타님이 나보고 그런다.

"언냐가 절로 들어서니까 표정이  싹 바뀌더라고요. 얼릉 지나가야겠다 그러는 듯이요. 그러면서도 사진을 잘 찍어주셔서 감사해요."

"누구나 신앙이 다를 수 있으니까 존중해 주면 좋지 뭐."

그렇지만 싼타님이 불교인인 거는 아니란다.


그런데 싼타님은 아까 사성암을 지나 올라올 때 소원성취바위에서 돈을 넣고 소원을 적어 넣는다. 기독교인들은 바라는 것이 있을 때는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다. 신에게 비는 행위는 어느 종교라도 비슷하다.


암릉 위에 세워진 사성암이 가히 장관이긴 하다. 섬진강이 오산을 빙 둘러 안고 흐르는데, 사성암도 오산의 일부라서 둥글게 섬진강 품에 안긴다. 천천히 걸으면서 귀목나무, 대숲, 암릉길, 암릉 사이로 난 길, 전망대, 데크길을 지나 오산 산길로 들어서니 곧 정상석이 나온다.


오산 정상에서 여러 모로 인증숏을 찍고 정자 전망대로 간다. 3층은 출입금지라 2층으로 올라간다.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차려놓고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을 터 보니 내 고향 사람들이다. 시인들이란다. 그러고 보니까 나도 처음에는 시를 썼다. 물론 지금도 쓴다. 등단을 안 했을 뿐이다. 더 깊이 이야기는 하지 않고 고향 이야기만 조금 더 나눈다. 홍어회 무침과 고사리, 시금치나물 등을 주신다. 선채로 받아먹다가 우리도 그 옆에 돗자리를 깔고 앉는다.


오늘 우리의 점심식사 새싹비빔밥이다. 싼타님이 준비해 왔다. 비닐봉지에 밥과 초장을 조물딱조물딱 해서는 새싹과 야채를 얹어서 먹는다. 옆 시인들이 주신 홍어회무침과 나물에다 내가 가져간 김치까지 먹으니 완전 꿀맛이다. 나는 찰밥을 싸갔는데 새싹비빔밥 양이 너무 많아서 못 먹고 그냥 가져온다.


우리가 밥을 먹는 동안 시인들은 인사를 하고 내려가고, 마침 새로 오신 분들 서넛이 있어서 새싹비빔밥을 나누어 먹는다. 우리가 나눠줄 줄 알았다며 덥석 잘도 받아먹는다. 아주 맛이 있단다. 오늘은 이래 저래 나눠먹기 하는 날 같다.


싼타님이 싸 온 바나나에 돼지감자차까지 마시고 일어선다. 시간은 이제 겨우 1시가 조금 넘은 상태라 조금 더 걸어보기로 한다. 자래봉까지 갖다 원점회귀하면 좋겠다. 일단 1시간은 더 걷기로 한다.


산길이 아주 이쁘다. 고즈넉하다. 사람 하나 없이 우리 둘만이 걷는다. 오산이 온통 우리들 차지이다.

"좋다. 참 좋다."

연신 싱글벙글이다.


그런데 매봉 지나서 걷다 보니까 우리가 쭉 내려가고 있다. 그러면 이따 돌아올 때 다시 올라와야 하는데, 싼타님이 이제 그만 내려가진다. 시간을 보니 1시 30분이 조금 지났다.

"2시까지는 걷기로 했잖아."

그런데  아까 동해마을에서 내려서 출발한 팀들이 두세 명 벌써 오고 있다.

"난 이제 그만 갈래요."

"그래 그럼. 난 2시까지는 걷다가 돌아올 게.".

그래서 우리 둘이 헤어진다.


나는 혼자 부지런히 걷는다. 자래봉까지는 갔다가 올 생각이다.

계속 동해마을 팀들이 오고 있다.

"자래봉 멀어요?"

"글쎄요? 어디가 자래봉인가 모르겠네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남산우 님이 지나간다.


또 조금 가니 커플 한 쌍이 온다.

"가다 보면 뭐 볼만한 데 있어요?"

"네. 구름다리가 있어요. 근데 한 300m 내려가야 해요."

"아, 네."

나는 목표지점을 구름다리로 정하고 걷는다.


자래봉삼거리 지나서 계속 간다. 선바위구름다리 이정표가 나온다. 구름다리까지 300m이다.

"바로 여기구나!"

데크길이 아래로 쭉 설치되어 있다. 일단 내려가본다. 전망대가 나온다. 주리봉 쪽도 보이고, 사성암 쪽도 보인다. 시간을 보니 딱 2시다.


그래서 나는 구름다리 안 보고 그냥 돌아가기로 한다.  내려가야 하는데, 다시 올라올 걸 생각해서다. 나는 산행할 때 오름길이 언제나 힘들기 때문에 잘한 결정이라 여긴다. 조금 일찍 내려가서 섬진강변 꽃 보려면 여유 있는 산행이 좋다. 더군다나 싼타님도 먼저 갔기 때문이다.


계속 뒤에서 동해마을 팀이 나를 따라잡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보폭을 유지하며 느리게 천천히 걷는다. 내려왔던 길을 다시 올라가려니까 꽤니 가파르다. 로프 줄도 잡으면서 스틱도 짚으면서 쉬엄쉬엄 오른다. 날씨는 아주 좋아서 땀도 흘리지 않고 춥지도 않아 쾌적한 산행을 한다. 겉옷은 밥 먹을 때 이외에는 안 입었고, 얇은 바람막이도 벗어서 배낭에 놓고 가볍게 하고 걷는다. 속에는 내복을 입었기에 딱 알맞다.


정자전망대 지나서 오산 정상석 지나서 바로 아래 섬진강 핫포인트가 나온다. 쳐진 줄을 넘어가야 하지만 거기서 여러 사람이 인생샷을 찍고 있어서 나도 들어간다. 굽이굽이 물결치며 흐르는 섬진강이 아주 가깝게 보인다. 섬진 강 위의 다리도 걸어보고 싶어 진다. 풍경과 인물 사진에 동영상까지 담고 사성암으로 내려온다.


이번에는 마을버스를 타지 않고 죽연마을로 걸어서 내려온다. 중간에 보니까 이정표가 있는데 산길로 내려오는 길이 있다. 옆에 서 있는 산우님들에게 물어본다.

"여기로 가면 죽연마을 주차장 나와요?"

"네. 근데 굉장히 가팔라요"

"얼마나 걸리는데요."

"한 40여 분요."

그래서 나는 도로길로 내려오기로 한다. 사실 잘 다져진 길 같으면 괜찮은데 혹시나 거친 미끄러운 길일까 봐서다.


그런데 도로길이 정말 지루하다. 이리 구불 저리 구불 비틀어대면서 뻗은 길이 경사가 진 데다가 길어서 거의 1시간이나 걸렸다. 무릎과 발목부위도 약간의 무지근함이 느껴진다.


다행인 것은 도로길로 걸어왔기에 섬진강변의 매화, 산수유 꽃들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희한하게도 섬진강변 쪽으로 무덤이 많은데 그 앞쪽에 꽃나무들을 심어놓았다. 조금 더 있으면 벚꽃, 개나리, 진달래, 철쭉 꽃들도 피어나리라.  나는 일부러 내려가서 꽃을 보고 사진을 찍는다. 무 생략하고 꽃만 담는다. 매화와 산수유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올봄에 처음 보는 꽃이다.


나는 죽으면 무덤도 봉안소도 없이 그저 한 줌 흙이 되고 싶은 사람인지라 무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유명이든 무명이든 꼭 무덤이 필요하다 여기지는 않는다. 온 인류의 구원자이신 예수님도 빈 무덤이지 않은가 말이다. 하물며 잠시잠깐 찰나의 인생으로 왔다가는 우리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꽃들도 피어 있을 때 가장 이름답듯이 우리네 인생도 살아있을 때 가장  고 찬란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열심히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높이 뛰어보자 팔짝!
귀목나무와 섬진강
사성암
오산 정상에서
오산 정자 전망대
정자 전망대에서 지리산과 섬진강 조망
오산을 걸으며 주변 조망
오산에서 섬진강 초망
섬진강변 매화와 산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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