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순오 May 06. 2024

해돋이와 철쭉보다 맛있는 밥타임과 섬노린재꽃과의 만남

보성 제암산+사자산+일림산 1일3산 종주

알파산에서의 두 번째 산행 보성 제암산+사자산+일림산 1일3산 종주산행이다. 금무박 산행은 오랜만이라 준비가 많다. 도시락도 두 개, 헤드랜턴 필수, 물과 이온음료도 넉넉하게, 간식도 살짝 싸 간다.


'무박이니까 해돋이를  수 있겠구나!'

기대를 하며 간다.


그런데 버스는 새벽 5시가 다 되어 제암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해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헤드랜턴을 켜고 걷지만 곧 날이 밝아온다. 나무 사이를 보니 해는 막 떠오를 참인데, 조망터가 없다. 해를 찾아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댄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황금알 해를 담고 싶다.


신난다 대장님이 제암산을 거의 15년 만에 오셨다며 조금 빡센 길로 인도하신다. 곰재 지나 제암산 오르는 길은 오름길 가파르고 또 정상 오른 후 다시 곰재로 내려와서 사자산을 타야 한단다.


그래도 우리는 아직 초반이라 제암산 정상 근처에서 아침을 먹자며 따라간다. 왕복 약 3km, 초반에 힘을 다 뺀다. 그렇지만 새벽 선선한 길이기에  청아한 새소리도 들으며 초록 숲 피톤치드도 듬뿍 흡입하며 청량한 발걸음이다.


철쭉꽃은 한 발 늦었다. 꽃들이 피었다가 거의 다 떨어졌고 남아있는 것들도 시든 게 많다. 일교차가 커서 그런 듯하다.


제암산 정상 암릉과 막 떠오른 해와 고운 철쭉을 한 컷에 멋들어지게 담아야 하는데 아쉽기만 하다.


그렇지만 알파산 님들은 제암상 정상 암릉구간을 거침없이 오른다. 남산우님들이 중간에서 도와주신다. 그렇지만 나는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암릉구간은 안 오른다'가 내 철칙이라서 쳐다만 본다.


이전에 안전장치가 없는 불암산 영신코스를 바위 좋아하는 리딩 대장님을 따라 오르다가 중간에 끼어서 오르지도 내려오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던 아찔한 경험이 있어서다.


나는 언제나 그렇다.

"산이 나를 위해서 있는 거지 내가 산을 위해서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느리게 천천히 꾸준히' 산을 오른다. A코스, B코스가 있을 때는 늘 조금은 쉬운 B코스를 탄다.


그렇지만 체력이 좋고 도전정신이 있는 산우님들이 또 좀 더 길고 어려운 코스로 걸으면서 멋진 풍경을 찍어서 올리면 즐겁게 감상한다.


이래서 좋은 것이 아닐까? 함께 산행하면서, 나와 너의 다른 점을 알고, 그렇게 모두가 하나 되어 어우러질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제암산 암릉구간 오른 후, 산행 오길 잘했다는 여산우님들 장하고 장하다. 칭찬의 박수를 보내드린다. 사진을 보니 정말 작품이다!


제암산 정상에서 내려와 넓은 터에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아침식사를 한다.


나는 알파산 첫 산행에서 쉬크석 운영대장님과 옆자리에 앉는 바람에 특별혜택(내가 처음 나왔다고 그날 내 뒤풀이 비용을 내주셨다)을 입었다. 그 일로 언제 신세를 갚나 벼르고 있는 중이다.

'오늘 뒤풀비는 내가 내야지.'


밥자리에서도 옆자리에 앉는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옆자리에 앉은 쉬크석 대장님과 로즈마리님 밖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또 그 자리에 앉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처음  만나는 일은 우연이라도 소중한 일 같다. 물론 나는 새로운 사람들과도 곧 친해지기는 한다. 왜냐하면 내가 새로운 것을 아주 좋아한다. 사람뿐 아니라 일도 장소도 음식도 옷도 신발도  뭐든 좋아한다. 새로운 것을 만나면 기대감 때문에 늘 가슴이 뛴다. 후훗!


그런데 쉬크석 운영대장님 음식 솜씨가 보통 수준이 아니시다. 지난주 오서산에서 따온 미역취와 방풍나물 장아찌에 찰밥을 싸 오셨는데 어찌나 맛이 있는지 내가 싸간 김밥이 무색할 정도이다. 거기다가 다른 산우님이 가져오신 족발까지 얻어먹는다.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고 배가 엄청 부르다. 역시나 산행 중 밥 타임은 화기애애한 최고의 시간이다.


이제 제암산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 곰재에서 사자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철쭉 군락지가 쭈욱 이어지는데 아쉽다 아쉽다. 꽃 보기가 어렵다. 그래도 아직 피어 있는 꽃을 찾아 카메라에 담는다.


제암산 철쭉동산이라는 돌비가 있는 곳에서 신난다 대장님이 기다렸다가 A팀과 B팀 인원을 체크하신다. 대부분 A팀이고 9명만 B팀이다. 나도 물론 B팀이다. 시간이 여유가 있겠다 싶어서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며 사진도 찍으며 쉬어도 간다.


사자산 정상에서 용추폭포 쪽으로 빠지면 총 10km, 초반에 조금 더 걸은 것을 합쳐도 총 12km 정도, 낮 12시까지 하산하면 되니까, 지금 시간은 오전 9시가 조금 넘었다.


철쭉 터널 지나며 개인사진, 단체사진 모두 찍고 B팀 만의 여유를 만끽한다.


나는 휙휙 앞서간다. 사자산은 한 번 와보았기에 정상 쪽 조망이 좋다는 걸 알아서이다. 그때는 저기가 제암산 정상 쪽인 걸 못 알아보았다. 그런데 이제는 알겠다. 한번 올라봤으니까.


아, 그런데 아래쪽에서 로즈마리님이 나를 부른다. 쉬어가잖다.


난 배불러서 뭐 먹기도 싫고 쉬기도 싫어서 그냥 걷는다. 또 한바탕의 오름길 빡세다. 드디어 사자산 정상이다. 오르는 동안 조망이 굿굿이다. 이런 맛에 산 정상을 오르는 거다.


나는 특별히 취미로 문인화를 그리고 있는 중인데, 작년에는 매화만 그렸고, 올해는 소나무, 수국, 국화를 그리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오래된 소나무를 눈여겨보고 사진에도 담으면서 간다. 가운데 중심이 교묘하게 뻗어나간 모습이 참 장관이다.  


그리고 철쭉은 아니지만 하얀 솜사탕 같은 꽃이 눈에 띈다.

"어쩜 저리 예쁠까?"

그런데 꽃이름을 모르겠다.

'물푸레나무인가?'

검색을 해보니 '섬노린재'란다. 처음 보는 꽃이다. 나는 오늘 철쭉 대신 섬노린재 꽃에 홀딱 반했다.


사자산 정상에서는 조망이 아주 좋다. 제암산도 보이고 저 멀리 바다도 보인다. 암릉이 있지만 위험하진 않다. 암릉 위에 앉아서 우리 B팀이 오길 기다린다. 한참 만에 일행이 온다.


사자산 멋진 암릉 조망터에서 우리 B팀 일행을 만나 또 사진을 찍고 서두른다. 조금 가면 용추폭포 가는 길이 나오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다. 우리와는 반대로 산을 타는 분들에게 물어보니 용추폭포를 가려면 거의 일림산까지 가야 나온단다.


편안한 길 나오다가 몇 번의 완만한 오름길이 나온다.

"이거 뭐야? 그럼 거의 18km 정도를 걸어야 하는데!"

게다가 여산우님 두 분은 우릴 따라오지 않고 보이지 않는다.


7명이서 부지런히 걷는다. 사진도 거의 안 찍는다. 마음이 급하다. 낮 12시까지 내려가는 건 어렵겠고, 오후 1시가 다 되어야 하산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산우님 중 한 분이 다리를 조금 삐끗한 모양이다. 산에서 그러면 고생인데 짠한 마음이 든다.


우리 B팀은 12시 30분 정도에 하산 완료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안즐산 한 것이니 감사하다. 가사님도 우리가 정한 시간에 안 내려오니 많이 기다리신 모양이다.


보성 녹차밭으로 이동해서 A팀이 오기를 기다린다. 2시가 다 되어서야 한 분씩 내려오기 시작한다. 코스가 길어 고생 좀 한 모양이다.

'종주는 아무나 하나?'

종주 안 하길 잘했다.

A팀 중 누군가는 발바닥에 불이 난다고, 누군가는 일림산이 참 멋진 산이라고 그런다.

내년에는 나도 철쭉 고울 때 일림산을 꼭 가봐야겠다. 남겨두면 기약할 수 있어서 좋은 점이 있다.


강진으로 이동해서 맛있는 연탄불고기로 뒤풀이를 하고 귀경길에 오른다.


리딩해주신 신난다 대장님과  아이스크림 쏘신 신난다1님과 섬겨주신 무한종주 총무님, 뒤풀이 부족분 담당해 주신 산우님, 그리고 즐겁게 함산 한 알파 산우님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제암산 곰재 돌탑에서
멋진 소나무와 가족바위
해가 떠오를 시간인데 조망터가 없다.
제암산과 해와 철쭉
제암산 정상 암릉 풍경
제암산 암릉 위에서
화기애애 밥타임 아침식사
제암산 철쭉평원에서 단체사진
제암산 철쭉평원에서
하얀 꽃 섬노린재와의 만남
고운 철쭉
사자산 정상 암릉 위에서의 조망
사자산 정상 암릉 위에서
일림산 초록초록 숲길
용추계곡
매거진의 이전글 드디어 서해를 보고 연두연두 숲길을 걷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