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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ul 11. 2024

프롤로그

체력의 변화에 적응하기

100대 명산을 찍는다고 부지런히 산을 다니고, 혈액순환이 안 된다고 매주 토요일마다 산에 가고, 내 나름으로는 열심히 산행을 했다. 산행 경력이 거의 20여 년은 된다. 물론 계속 이어서 다닌 것은 아니다. 단절의 시기가 있다. 그것도 아주 길었다.


대학시절 20대 중반에 시작한 산행이 한 15 년 정도 지속되었다. 결혼하고도 가족들과 함께 다녔으니까 30대 후반까지는 산을 다닌 것 같다.


그리고 2018년 4월 다시 산을 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6년째 산을 타고 있다. 아무리 힘든 산도 후유증 히나 없이 잘 탔는데 요즘 무릎이 조금씩 시큰거린다. 심하진 않고 그냥 아주 미세하게 살짝 계단을 오를 때 개운하지가 않고 그냥 그렇다. 조심조심 계단이나 가파른 길을 오르내린다.


작년에 일부러 종주라는 걸 해보았다. 내 체력의 상태을 스트해 보았다고나 할까? 광청종주는 광교산~백운산~바라산~우담산(발화산)~청계산 코스로 5개의 산을 이어서 타는 것이다. 한여름밤에 밤 11시부터 이튿날 아침 9시까지 총 21km, 10시간의 야간 산행이었다. 광청종주 후 허리도 무릎도 약간 아프고 허벅지도 뻐근하다.  또 9월에 지리산 백대종주라는 것을 했다. 백무동~장터목대피소~천왕봉~중봉~치밭목대피소~대원사계곡 코스로 총 22km, 13시간 소요되었다. 백대종주 후 역시나 허리와 무릎이 약간 아프고 허벅지와 어깨도 무지근했다. 그래서 이제는 긴 코스는 타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10km 이내로 타는 데도 무릎이 예전 같지가 않다. 내 산행 모토대로 '느리게 천천히 꾸준히' 타는 데 그렇다. 나이가 들어가니까 조금씩 체력의 변화가 오는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무리하지 말고 적응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이제는 걷기의 방향을 산행에서 여행으로 바꾸기로 마음먹는다. 실은 벌써 그렇게 하고 있은 지는 꽤 되었다. 여행사 검색을 하고 가입해서 처음으로 간 곳이 전남 광주 여행이었다. 가보니 살방살방 걸으면서도 하루 10여 km는 걸을 수 있었고, 오래된 거리며 역사 유적지, 문화의 거리 등 볼거리가 많아 흥미진진했다.


그러고 보니까 내가 여행을 좋아한 것은 거의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방학이면 떠나온 고향에 가서 한 달 정도씩 지내다 왔기 때문이다. 이모할머니 댁에 머물면서 여기저기 돌아도 보고 친구들도 만나고 그랬다.


여고시절에는 끄떡하면 나 혼자나 친구랑 둘이서 여행을 갔다. 나는 여행을 할 때 평상복을 안 입고 교복을 입고 다녔다. 마땅한 옷이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누구에게나 학생 신분을 밝혀서 보호를 받겠다는 심리가 깔려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아닌 게 아니라 교복은 큰 역할을 했다. 친척집이든 친구집이든 연고가 없는 집이라도 아무 집에서나 밥을 먹을 수 있었고, 때로는 기차나 버스 안에서 음료수나 떡 같은 것도 먹을 수 있었다. 교복 입은 여학생 여행객에게는 누구나 친절했다.


이런 여행 경력으로 인해 나는 제법 여행을 한 축에 속한다. 집안이 가난하면 여행하기가 어려운 데도 나는 돈을 아끼고 모아서 여행을 다녔다. 우리 남편이 잘 나갈 때는 선뜻 거금의  여행비도 주어서 유럽도 스위스,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프랑스, 영국 등 7개 나라를 돌아보았다.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이스라엘 4개국 성지답사도 했다. 중국은 딸이 있어서 기저기 여러 번 다녀왔고, 일본과 홍콩도 가 봤다, 우리나라 제주도는 신혼여행부터 시작해서 5번 이상 다녀왔고, 전국 방방곡곡 아주 많이 가보았다.


산행에서 여행으로 걷기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나의 더 오랜 취미생활로 돌아가는 것이다. 산행이 먼저가 아니고 여행이 먼저였으니까.


지금까지 산행은 100대 명산 완등과 더불어 300여 개 이상의 산 정상을 밟았다. 여행은 예전에 싸이월드에 기록한 자료가 증발하는 바람에 유럽도 성지답사도 여행기를 쓰기가 어렵게 되었다. 록 없이 석구석 다 기억해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몇 해 전부터  여행한 기록은 다 남아있다. 잘 다듬어서 좋은 추억의 자료로 삼아야겠다. 앞으로 여행하는 들도 보고 듣고 생각한 것과 새롭게 발견한 것들을 기쁘게 적어 나가야겠다. 그러다 보면 또 여행의 마력에 깊숙히 빠져들어갈 것이다. 걸으면서 건강과 행복,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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