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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Oct 19. 2023

순교의 도시 광주 & 황룡강 꽃축제 장성

광주&장성 예술여행

이번 주 산행 예약한 게 취소가 되어서 로망스에서 광주&장성 예술여행을 간다. 지난번에 가족 여행으로 군산을 가보았는데 저렴하고 아주 좋았기 때문이다. 지자체 지원을 받아 거의 반값이고 가이드도 친절하고 여행 코스도 좋다.


광주 양림역사문화마을, 펭귄마을, 이장우 가옥, 우일선 선교사 사택, 이이남 갤러리 카페, 5.18 역사 현장, 카페거리 동리단길, 장성 황룡강 꽃축제 등을 모두 볼 수 있다.


광주&장성은 내가 자주 가본 곳이지만, 자세히 세세히 보면서 거리를 느리게 천천히 걸어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로망스에서 가면 그런 점이 좋다. 시간을 주고 여기를 둘러봐라, 저기를 가봐라, 하는 식이고 가이드를 따라다니면 구체적인 설명과 안내도 받을 수 있다.


오늘 오후에 비소식이 살짝 있지만 아마도 광주에서 점심 먹을 즈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광주로 들어서면서 가이드가 톨게이트를 보란다. 톨게이트가 아주 특이하단다. 무등산과 나비, 디자인 비엔날레가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다. 그런데 버스에서 사진을 찍기는 어렵다. 너무 빨리 지나가서다.


오전 11시 양림역사문화마을에 도착한다. 양림동 펭귄마을 이름표, 평화의 소녀상, 오래된 것들로 꾸며진 옛 거리 모습이 재현된 장소를 걷는다. 


펭귄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이곳에 사는 나이 든 할머니 한 분이 펭귄처럼 뒤뚱거리며 걸어서  생겨난 이름이란다.  이름을 짓는 것도 의미 부여하기 나름이다.


펭귄마을에서는 오래된 물건들이 다 밖에 나와있다. 길거리 장식품이다. 그냥 버려질 물건들이지만 시간성과 예술성을 부여하니 작품이 된다.


주막 옆에 옛 과자를 파는 곳이 있다. 함께 온 분이  뽀빠이를 사서 내 손에 한 줌 부어준다. 초등학교 시절 그 뽀빠이가 어찌나 맛이 있었던지 들길을 걸으며 조금씩 꺼내먹던 생각이 난다. 지금 먹는 뽀빠이 과자는 그때만큼 맛있지는 않다. 벌써 입맛이 맛있는 것들에 길들여진 탓이리라.


곧 근대식건축물 이장우 가옥으로 옮겨간다. 조선후기 잘 사는 양반들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단다. 광주에 대해 안내하는 관광해설사를 만나 설명을 듣는다. 


이장우 가옥은 1899년 건축된 부잣집 건축 양식의 기와집이다. 당시 집주인은 정병호 씨인데 1965년에 이장우 씨가 집을 사서 지금까지 소유하고 있다.

집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 전통가옥으로 대문간, 곳간채, 행랑채, 사랑채, 안채로  배치되어 있다.


안방마님이 쓰던 안채는 1989년 광주시 민속문화재 1호로 지정되었단다. 동그란 나무기둥, 돌받침대, 뒤뜰, 화장실 등 특이한 장소를 돌아본다.


이이남 갤러리 카페로 이동한다. 일부는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일부는 가이드를 따라간다. 가이드가 우일선 선교사 사택을 보러 간다고 해서다. 네덜란드 건축양식으로 지은 건물이다. 광주에 있는 최초의 서양식 건물이란다.


가는 길은 호랑가시나무 언덕이 아주 멋스럽다. 게스트하우스도 있는데 한 번 묵어보고 싶다. 호랑가시나무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할 때 쓰는 나무인데 빨간 열매가 달려 있다. 얽힌 이야기가 있다. 예수님이 가시관을 쓰고 신음하고 있을 때 작은 티티새가 예수님 머리의 가시를 빼주다가 결국 가시에 찔려 죽게 되었단다. 그래서 호랑가시나무 열매가 꼭 핏빛처럼 빨갛다는데 아직 열매가 익지 않아 초록색이다.


호랑가시나무 언덕을 지나 우일선 선교사 사택으로 간다. 네덜란드 건축물 양식으로 지어진 집이다. 작고 아담한데 독특하다.  옆 마당에는 손양원 목사 순교비가 있다.


우일선 선교사는 미국에서 온 선교사로 외과의사인데,  한센병 환자들을 모아  돌보고 제중병원(현 광주기독병원)을 열어 치료했다고 한다.


이곳 광주는 순교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곳이다. 그래서 하나로 모아진다는 느낌이다. 바른 것을 위해, 옳지 않은 것에 저항하다가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어놓은 사람들의 혼이 서린 곳, 그곳이 바로 광주이고, 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이다.


다시 이이남 갤러리 카페로 가서 커피(지자체에서 무료 제공)를 마시고, 미디어 아트를 관람한다. 살아 움직이는 그림들이 신비롭다.


1층, 1.5층, 2층 전시실이 있고, 3층은 옥상이다. 차례차례 천천히 둘러본다. 나는 요즘 문인화를 그리고 있어서 동양화적인 작품들에 눈길이 간다.


이이남 갤러리 카페 1.5층을 다시 올라가 사진을 찍고 내려온다. '코에 생기를 불어넣다'는 뜻의 작품인데, 아까 둘러볼 때 사람이 없어서 그냥 내려왔기 때문이다.


2층에는 책이 많이 꽂혀있는 서가 같은 곳이 나오는데 이것도 미술 작품이란다.


카페 1층으로 내려오니 엽서와 조각 케이크를 팔고 있다.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만 곧 점심을 먹을 거라서 그냥 지나친다.


카페 밖으로 나와서 마당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가이드를 따라가니 김현승 시비를 지난다. 호남신학대학교 쪽으로 내려오니 우리가 타고 온 버스가 기다린다. 버스 옆에 황화코스모스가 피어있고 호랑나비가 꿀을 빨아먹고 있다.


점심은 <해안식당>에서 꼬막비빔밥으로 먹었는데 아주 맛이 있다. 반찬도 리필해서 가져다 먹는다.


광주는 걸어보고 싶은 곳이 많은 도시다. 역사적으로 5.18의 아픔이 있는 곳, 전남도청 자리도 가본다. 지금 복원 중이다.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 나오는 장소이다. 15살 동호가 이곳에서 죽은 시체들을 지키고 있는 장면이 오버랩된다. 역사는 그렇게 기록되나 보다.


양림동 카페거리 동리단길 한 바퀴 걸어보고 버스를 타고 장성으로 30여 분  이동한다.


장성 황룡강 꽃축제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날씨는 무지하게 좋다. 역시 나는 날씨의 요정인가 보다. 비 소식이 있었는데 비는 커녕 하늘 구름이 완전 파랑 나와 봐라, 하얀 몽실이 나와봐라, 그러는 것 같다. 어쩜 저리 예쁠 수 있단 말인가? 사실 황룡강변에 꽃보다 하늘 구름이 더 예쁘다.


황화코스모스, 분홍코스모스, 내가 좋아하는 코스모스 꽃이 황룡강변을 따라 쭉 피어있다. 올 들어 처음 보는 꽃밭이다. 코스모스 보러 어디든 한 번 갈랬는데, 장성에서 그 바램을 이룬다. 유유자적 걸으며 한 바퀴 빙 둘러보면서 논다. 한가로운 시간이다.

양림 역사문화마을
펭귄마을 공예거리
이장우 가옥
호랑가시나무 언덕 게스트하우스와 호랑가시나무
우일선 선교사 사택과 손양원 목사 순교비
우일선 선교사 사택에서
이이남 갤러리 카페
5.18 역사 현장 전남도청 앞
장성 황룡강 꽃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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