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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Nov 09. 2023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삼례예술촌

전북 완주여행(1) : 삼례예술촌, 삼례책마을

산행에서 여행으로 조금씩 걷기 방향을 옮겨가려고 한다. 몇 번 갔던 산은 다시 가기가 싫고, 또 처음 가는 산은 험하고 익숙지 않아서이다. 산행이 내 취향대로 10km 이내만 있는 게 아니고, 그 이상도 자주 걸어야 한다. '느리게 천천히' 파인 나는 여행이 더 좋을 것 같다. 가끔은 계절 좋은 때에 산행도 할 것이다. 한 달에 두 번은 산행, 두 번은 여행을 하면 되겠다.


완주여행은 점심도 제공한다고 해서 도시락 없이 물만 한 개 싸 가지고 간다. 예쁜 옷 입고 살방살방 내가 좋아하는 한옥마을, 산성, 예술촌, 미술관, 박물관 같은 곳도 가볼 수 있어서 일거양득이다.


오늘은 날씨가 정말 흐리다. 버스는 28인승 리무진, 창가 쪽 혼자 앉는 자리이다. 안개가 가득히 낀 수묵화 속을 버스가 달린다. 이런 날씨는 운치가 있다. 나는 쨍하게 맑은 날도 좋아하지만, 이런 신비스러운 날도 좋아한다.


완주 가까이 사는 친구에게 연락을 할까 하다가 말았다. 오로지 혼자서 고즈넉하게 하는 여행도 좋기 때문이다.


오전 9시 50분 완주에 도착하니 날이 조금 갠다. 삼례예술촌 쉼터 <쉬어가삼>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안으로 들어가서 먼저 둘러본다. 천천히 읽어보면서 봐야 하는데 그러질 못한다. 2시간 동안 삼례예술촌과 삼례책마을도 가봐야 하고 점심도 먹어야 해서다.


삼례예술촌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수탈해 가던 곡식 창고로 사용되던 뼈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다. 곡식창고였던 이곳은 농협이 사용하다가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단다.


2013년 삼례예술촌으로 들어진 것은 획기적인 일 같다. 아픔 속에 피어난 꽃이랄까? 예술을 위한 창작과 문화 교류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예술가들이 작업하고 생활하는 스튜디오, 전시과 공연장,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갤러리 상점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예술 작품 체험 프로그램도 있어서 여행객들이 직접 참여하며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

 

부지런히 전시실을 돌며 작품을 관람한다. 내가 참 좋아하는 곳이다. 모든 것이 다 작품이 된다. 한지도 나무도 철도 누군가의 손에서는 예술이 되어 다시 태어난다. 본래의 기능을 잊고 전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한국화 코너에는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의 수묵화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한국화의 계보도 읽어보고 우리나라의 사계 그림을 감상한다. 산세와 나무, 바위, 폭포, 운무가 조화를 이룬, 기개가 넘치는  작품들이다. 요즘 나도 문인화 그리기에 심취해 있어서 공감하는 바가 크다.


<새참수레>에서 뷔페식으로 점심을 먹는다. 지자체에서 제공해 주는 것이다. 오전 11시 정도에 먹었지만 맛있는 게 많이 나와서 두 번이나 가져다 먹는다. 단체가 아닌 일반인들은 대기줄이 길다. 그렇지만 울 팀은 따뜻하게 내려놓은 커피까지 마시고 일어난다.


건너편 삼례책마을로 간다. 오래된 책을 파는데, 내가 배웠던 국민학교 1학년 교과서도 판다. 한 권을 살까 했는데 값이 15,000원이어서 안 사고 둘러본다. 북카페는 1층, 2층이 있고 전시실도 있다. 기저기 문에 기사가 난 것을 스크랩해서 벽에 걸어둔 곳도 있다.


삼례책마을은 책과 문화를 테마로 한 도서출판 마을이다.  여러 출판사와 작가, 독자들이 함께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전국에서 유일한 책마을이다. 출판사 사무실과 서점, 전시 공간, 문학관, 작가의 숙박시설 등이 있다. 문화 행사, 작가 초청, 독서 모임, 문학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학과 예술의 창작과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과 시설도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완주 삼례책마을은 파주 출판단지와 유사한 점이 많다. 시간이 여유가 없어서 다 둘러보지 못해 아쉽다. 다음에 다시 와야겠다.

삼례예술촌 <쉬어가삼>
<삼례예술촌>
뷔페식 점심식사 <새참수레>
<삼례책마을> 북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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