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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체험에 엿도 만들고, 대가야진찬 한식뷔페도 먹고

경북 고령 여행(1) : 개실마을 선비체험, 엿 만들기

by 서순오

여름이라 더워서 실내에서 하는 먹방 체험을 간다. 맛집에서 사 먹는 먹방이라기보다는 가서 직접 만들어서 먹어보고 싸 가지고 오는 여행이다.


처음으로 가는 경북 고령 개실마을과 가얏고마을은 생소해서 구미가 당긴다. 선비체험은 선비복을 입고 고택을 돌아보는 것이다. 김종직 선비의 5대손부터 살고 있다는 선산 김 씨 문충공파 집성촌이 바로 개실마을 점필재 종택이다.


아주 얇은 옥색 두루마기를 옷 위에 걸쳐 입고 검정색 갓을 머리에 쓰는 데도 날씨가 더우니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뒷짐을 지고 팔자걸음을 걸어본다. 다들 나보고 선비복이 아주 잘 어울린단다.

"하하. 옛날에 태어났으면 선비 노릇 좀 했으려나?"


대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왼쪽에 점필재 종택 이름표 돌비가 세워져 있고 오른쪽에 안내판이 있다. 김종직은 고려말 정몽주, 길재로부터 학통을 이은 아버지 김숙자로부터 학문을 익히면서 조선시대 도학의 정맥을 계승했으며 조선 성종 때에 도승지, 예조참판 등을 역임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점필재 종택은 사랑채, 안채, 중사랑채, 고당채, 사당으로 지어져 있다. 안채에는 현재 사람이 살고 있어서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특이한 점은 중사링채가 있다는 점이다. 사랑채에서 옆문으로 가면 서림각이 있다는데 그곳에 김종직 선생의 유물에 대한 안내가 되어 있다고 한다. 시간 관계상 들어가 보지는 못한다. 실제 유물은 대가야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하니 그곳에 갈 기회가 생기면 함 찾아봐야겠다.


개실마을 사무실 옆 벽에 김종직 선생의 시가 적혀 있다. 옛말로 되어 있어서 정확한 뜻은 알아보지를 못한다. 그저 '수재 두 사람의 시를 극찬했구나' 정도로 읽는다.


"궁핍한 곳에서 어떻게 이런 사람을 만났던고

보배를 싸고 와서 찬란하게 펼쳐 놓았네

잘 가서 다시 한 이부를 찾아보게나

나는 쇠해서 곳집 못 기울임이 부끄럽구려

그대의 시어를 보매 옥이 연기를 뿜는 듯 하니

진번의 걸상을 이제부터 걸어둘 것 없겠네

은반을 가지고 힐굴에 몰두하지 말고

모룸지기 마음 하나 맑게 할 줄을 알아야 하리"

-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시 -

<김굉필, 곽승화 두 수재에게 답하다>


해설사님 얘기를 들으니 대문을 통해 바라다보이는 나비 모양 산이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단다. 선비들이 늘 저 산을 바라보면서 공부를 해서 과거에 급제했기에 아침에 자고 일어나 저곳을 보면 공부를 잘하게 된단다. 사람들이 자녀를 데리고 이곳에 와서 한옥체험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단다. 나는 더 공부할 일이 있을까 싶지만은 이다음에 손주들이 자라면 이곳에 함께 와서 한옥체험을 하며 저 나비산을 바라보아도 좋으리라 생각을 해본다.


다음으로는 엿 만들기 체험을 한다. 이미 엿은 밤색으로 고아놓은 상태이고 적당 양을 분배받아서 두 사람이 잡고 늘이는 작업을 한다. 쉬워 보이는데 잘 안 된다. 쌀가루를 묻혀서 엿을 잡고 늘어 뜨렸다가 붙였다가를 반복한다. 어느새 하얀 엿이 된다. 막대로 톡톡 치니 아직 굳지 않은 상태인데도 신기하게 토막이 난다.


글쎄, 엿이 제사음식이란다. 겨울에는 과일을 놓기 어려워서 곡식으로 만든 엿을 제사상에 올렸다는 것이다. 수능시험 볼 때 엿을 사주는 것도 긴장해서 배 아프지 말고 시험 잘 보라는 뜻이 담겨 있단다. 물론 철썩 붙으라는 의미는 현대로 오면서 가미가 된 게 아닐까 싶다.


점심은 바로 그 장소에서 주민들이 정성 들여 만든 대가야진찬 집밥 한식뷔페로 먹는다. 볶음김치, 상추겉절이, 가지부침, 부추전, 나물무침, 두부조림, 제육볶음, 깻잎볶음, 메추리알고추졸임, 미역냉국 등이 나왔는데, 반찬이 짜지 않고 간도 잘 맞고 모두 맛이 있다. 내 앞에 앉은 여자분은 글쎄 그 커다란 접시에 가득 세 번을 가져다 먹는다. 그런데 살도 안 쪘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는데, 맘껏 먹어도 살이 안 쪘는데, 나이 드니 그냥 살로 가네요."


고령농산물 푸드 매장에 잠시 들러 필요한 물품을 사는 즐거움도 있다. 포도와 천도복숭아가 싸던데 무거워서 보기만 하고 아삭이고추를 한 봉지 사 온다. 지난주 가평 체험 여행 때, 잣향기푸른마을에서 만들어온 보리수고추장에 찍어서 가평 쌀밥으로 지은 밥 한 그릇 먹으면 별미겠다. 배가 잔뜩 부른 데도 군침이 돈다.

고령 개실마을 안내 현수막
점필재 종택 돌비 이름표와 안내
점필재 종택 대문에서 나비 모양 산을 배경으로 선비복을 입고
사랑채, 안채, 중사랑채
사랑채에서 서림각으로 가는 중간문에서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시
엿 만들기 체험
대가야진찬 집밥 한식뷔페 점심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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