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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야수목원, 개진고로케, 꽃 산병 만들기

경북 고령 여행(2) : 가얏고마을 산림녹화기념숲, 꽃 산병 체험

by 서순오

령 여행은 만들어서 먹고 싸 오는 먹방 행인데, 중간에 딱 한 곳 대가야수목원 걷기가 있다. 그런데 너무 더워서 다니기가 쉽지 않다. 버스가 이동하는 동안 잠깐 비가 내렸는데, 대가야수목원에 내리니 더위에다 습기가 더해져 후덥지근하다. 얼굴에 땀이 나서 줄줄 흘러내리고 번쩍번쩍한다. 등줄기에도 가슴팍에도 주르륵 땀골이 생긴다. 역시 경상도라 중부지방과는 차원이 다르다. 더위의 진수라고나 할까?


해설사님의 안내를 들으며 30여 분 걷는다. 후끈후끈하다. 주로 나무에 대해서 알려준다. 은사시나무, 메타쉐콰이어, 느티나무 등 얽힌 이야기들도 듣는다.


'은사시나무처럼 떤다'라는 말이 나온 것은 잎줄기가 길고 잎사귀가 작아서 다른 나무에 비해서 나뭇잎이 엄청 흔들리기 때문이란다. 바람이 거의 없는 날이라 대부분의 나무들은 조용한 데도 위를 쳐다보니 은사시나무가 벌벌 떨고 있다.

"아하! 그랬구나!"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나무가 물러서 쓸모는 별로 없단다. 집을 짓거나 가구 같은 걸 만들지는 못하고, 이쑤시개나 나무젓가락 같은 걸 만든단다.


메타쉐콰이어도 나무 둥치가 거친 게 있고 매끈한 게 있는데, 그 모양새에 따라서 남성나무, 여성나무라고 불린단다. 메타쉐콰이어는 아주 오래오래 사는 나무란다.


느티나무도 오랜 수명을 자랑하며 마을 어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다. 그런데, 대가야수목원의 느티나무는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닌 듯 나무 둥치가 아직 굵지 않다.

"느티나무 꽃 보았나요?"

"아뇨."

"느티나무 열매 보았나요?"

"아뇨."

그러고 보니까 우리가 얼마나 사물을 대충 보는지를 알겠다. 심지어는 그 이름을 외우려고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그늘 쉼터가 되어주는 느티나무의 혜택을 늘 입으면서도 그 고마움을 모른다.


집에 와서 검색해 보니 느티나무의 이름에는 자라면서 누래져서 '늙은 티를 내는 나무'라는 뜻이 있단다. 꽃도 열매도 찾아보니 본 적은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것이 나무란다. 그래서 주목 같은 경우도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을 산다고 했을 것이다.


"금산폭포가 있던데 물이 있을까요?"

나는 폭포에 가보고 싶은 마음에 해설사님에게 물어본다.

"더워서 물 없을 거예요. 그리고 가는 길이 한참 치고 올라가야 해요."

더우니까 가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그럼 혹시 산림박물관 같은 데는 없나요? 날 더우니까 시원하게 그런 곳도 둘러보면 아주 좋은 데요."

해설사님이 바로 그곳으로 안내해 준다. 1층, 2층으로 된 산림녹화기념관이다. 휴 전시관, 향기, 수석 전시관이 있어서 돌아본다. 기념관 야외가 하늘과 건축물과 나무가 어우러진 뷰가 너무 멋져서 기념샷을 남긴다. 해설사님과 함께 사진 담당으로 따라온 이가 우리들 사진도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하게 정성스럽게 친절하게 찍어주신다. 마치 사진작가님을 모시고 풍경이 있는 인물사진 출사를 나온 기분이다.


고령에서 유명하다는 개진 고로케로 가서 오미자 차와 고로케를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들어올 때 보니까 건물에 카피가 쓰여 있다.

"너 참! 맛있다 개진 고로케"

고로케 안에 감자가 들어가고, 다른 재료도 같이 들어가는데, 종류가 총 9개란다. 옥수수, 계란, 소시지, 모짜렐라, 매콤참치, 크림새우, 팥과호두, 크림치즈, 모찌 등이다. 나는 고로케를 종류별로 1개씩 주문해서 포장해 온다. 항상 어디를 갔다 오면 무얼 사 오나 기다리는 우리 남편이 좋아하겠다.


마지막으로 가얏고마을 문화체험관으로 가서 산병 만들기를 한다. 비트, 녹차, 단호박 등 3가지로 색을 낸 떡 반죽을 조금씩 떼어서 참기름을 손에 묻힌 후 둥글게 만들어서 문양을 찍는다. 맞은편에 앉은 이가 어찌나 손이 빠른지 벌써 자기 담는 그릇이 꽉 찬다. 나는 속도가 느려서 아직 반도 못 채웠다. 이러다 몇 개 못 가져오겠다 싶어서 아무렇게나 만들어 버리니 모양이 제멋대로이다.

"못난이 산병이라도 맛만 좋으면 되지 뭐."

혼자 위안을 한다.


그걸 보고 있던, 떡 반죽을 나누어주는, 아주머니가 떡 두 덩이를 더 가져다준다. 덕분에 가이드님 꺼, 기사님 꺼, 떡 만들기 설명을 해준 현지 가이드 꺼, 모두 한 팩씩 담아서 선물을 해준다. 챙겨줘서 고맙단다.


밖으로 나와서 우륵의 가야금 조형물을 담는다. 음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가야금 소리는 들어본 적이 있어서 우륵이 '가야금의 창시자'라는 걸 기억한다. 우륵박물관이 있다는데 다음 기회에 가보고 싶다.


가야금 옆에 <조국>(정완영) 시비가 있어서 읽어본다. 나라 잃은 설움에 가야금을 고르며 자꾸만 여위어 가는 한민족의 한을 노래하였다.



국 / 정완영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에인 사랑

손 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 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 두 줄은 굽이굽이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이 학(鶴)처럼만 여위느냐



엿에 고로케에 떡까지 여벌로 가져온 가방이 빵빵하다. 먹어서 배부르고 가득 담아와서 배부른 고령 먹방 체험 여행이다. 가끔 이런 여행도 재미가 있다. 여행은 쉼이니까.

대가야수목원 산림녹화기념숲 돌비 이름표
대가야수목원 분수대
은사시나무, 메타쉐콰이어, 느티나무
배롱나무
산림녹화기념관
1층 로비와 휴 전시관
1층 야외 멋진 뷰에서
2층 향기 전시관, 수석 전시관
2층 야외 멋진 뷰
산림녹화기념관 앞 데크길 시원한 물길
우륵 가야금 조형물
개진고로케
가얏고마을 꽃 산병 만들기
우륵의 가야금 조형물과 <조국>(즹완영)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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